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의 소송에 맞대응하기로 내부 방향을 정했다. 이로써 ‘망 이용료’를 둘러싼 두 회사 갈등은 방송통신위원회 중재를 넘어, 법정 싸움으로 번지게 됐다.
두 회사는 앞으로 ▲소송의 이익 ▲콘텐츠사업자(CP)의 의무 등을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법원에 제기한 소송에 대해 적극 대응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방통위의 재정 절차 진행 중 제기된 소송인만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며 “자세한 대응 방안은 넷플릭스의 소장이 회사에 도달한 후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이번 소송에서 넷플릭스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 뿐 아니라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게도 네트워크 품질과 관련된 망 운용·증설·관리 등의 채무가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넷플릭스가 이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SK브로드밴드 망 이용 대가 납부 요청을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그런만큼 SK브로드밴드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와의 소송 결과가 향후 국내 통신사업자와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CP 간 망 이용료 협상에서 준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소송에서 양사가 부딪힐 첫 번째 지점으로 ‘소송의 이익’을 꼽았다. 넷플릭스가 제기한 소송이 ‘확인의 소’인 만큼, 청구의 내용이 본안판결을 받기에 적합한지 여부와 원고가 판결을 구할 만한 법적 이익이 있는지를 두고 공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확인의 소는 법원이 확인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원고가 얻을 수 있는 ‘확인의 이익’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되면 본안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각하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 넷플릭스 "CP에 요금부과는 이중과세" vs 통신업계 "CP가 트래픽 관리…품질관리 책임져야"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법원이 인정할 경우, 본안인 ‘CP의 의무’를 놓고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국내법 체계상 이용자 지위에 있는 CP가 공급자인 ISP가 제공하는 망 운용·증설·관리 등에 책임이 있는지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넷플릭스는 “ISP는 이용자로부터 인터넷 이용 대가를 받고 망을 운용하는 주체이고, CP는 ISP와 계약을 맺고 망을 이용하는 사용자”라며 “CP에게 망 이용 대가를 납부하라는 것은, ISP가 이용자와 CP에게 이중으로 대가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ISP 진영에서는 CP가 트래픽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네트워크 품질을 관리해야 할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경우 콘텐츠 해상도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데, 높은 해상도를 고집할수록 트래픽 급증을 야기시킨다”며 “트래픽 유발량 규모는 CP가 결정하는데 이용자보호책임은 ISP 사업자에게만 있다는 주장은 맞지 않고, 양측이 모두 책임져야 하는 문제”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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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넷플릭스의 소송 제기로 방통위의 중재 절차는 중단됐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11월부터 SK브로드밴드의 재정 요청에 따라 양 사간 망 사용료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재정안이 도출된 후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쪽이 소송을 제기하지만, 넷플릭스는 이례적으로 재정안이 만들어지는 중간에 소송을 제기했다”며 “넷플릭스 입장에서 중재 신청이 불리하다고 판단,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