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면서 노동의 형태도 급변하고 있다. 특히 배달 라이더 같은 '플랫폼 노동'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만 50만명 가량이 이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노동자'이면서도 법률적으로는 '개인 사업자'다. 그에 따라 노동권 보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이 새로운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플랫폼 노동의 현황과 쟁점'을 두 편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배달 라이더는 노동자인가, 개인 사업자인가
(하)플랫폼 노동, 4차산업혁명 관점에서 혜안 찾아야
플랫폼 노동 문제의 본질은 사실상 특정 기업의 서비스를 위해 노동을 제공하면서도 그 계약방식이 전통적인 근로 계약에 따르지 않고 사업자와 사업자 간의 계약을 맺는 방식을 취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노동 3법이 개입할 여지가 없고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은 사실상 노동자이면서도 노동권을 보장받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문제의 경우 전통적인 노사 문제로 풀기 어렵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비즈니스와 근로의 형태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협의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바른 나황영 변호사는 "사업자 간 대등한 지위에 따른 자유로운 계약 변경이 이뤄진 것을 판단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인데, 계약 관련 제반 사항을 봐야 명확한 답이 가능하다"면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플랫폼 사업자에게 종속해 근로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지, 대가로 돈을 받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라이더 유니온 같은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이들을 모두 노동자로 보긴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다.
나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과 노동조합법 상 근로자 개념이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며 "청년노조를 떠올리면 근로자 개념이 다름을 이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나 변호사는 또 "배달 라이더의 경우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보다는 사업자 대 사업자 관계로 파악이 되는데 그렇다면 공정거래법 상 하도급 관계로 파악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며 "개별 라이더와 사측 관계를 근로기준법 상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라고 이야기하긴 무리가 있다. 오히려 하도급법 등에 따라 조율할 가능성 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테크앤로 구태언 변호사는 플랫폼 노동자보다는 '플랫폼 서비스 제공자'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구태언 변호사는 "고정된 직장없이, 장소에 종속되지 않은 대표적인 분들"이라면서 "영어로는 플랫폼 워커라고 하는데, 노동은 진영 논리가 섞인 단어다. 플랫폼 휴먼 서비스 프로바이더가 본질이며, 플랫폼 사업자의 서비스를 전달해주는 일을 하니 이 같은 표현이 어울린다"고 언급했다.
구 변호사는 플랫폼 사업자가 업무 지시를 한다고 해서 고용과 노동의 관점으로 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해석했다.
그는 "집을 지을 때 미장이, 목수, 철공, 전기하는 분들이 각각 오고 현장소장이 작업 지시를 한다. 이분들은 그럼 현장소장에게 고용된 것이냐"며 "그렇지 않다. 이 분들은 모두 개인 사업자다. 집을 잘 짓기 위한 지휘 역할을 따를 뿐"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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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언 변호사는 "여러 곳에 일자리를 얻는 것이 장려돼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여파로 또 크게 시대가 변하고 있는데 근로자나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는 것은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플랫폼 사업자가 모두를 고용해 4대 보험까지 내주는 방식으로 성장이 어렵다고 본다"며 "문제는 플랫폼 서비스 프로바이더들이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하거나, 계약 상 불리한 조건을 강요당하면 안되는 것인데 이는 고용이슈가 아닌 공정거래법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