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글로벌 확산 여파에도 예상보다 견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는가 하면 코로나19 글로벌 확산과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내달 초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다. 23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 대비 소폭 늘어난 6조원 초중반대 영업이익을, LG전자는 같은 기간 소폭 하락한 8천억원 중후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 삼성 영업익 6兆대…완제품 수요 줄었지만 일부 상쇄 효과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매출액 56조3천512억원과 영업이익 6조5천142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6조2천300억원)보다 3천억원가량 높지만 최근 하향 조정된 수치이다. 일부 증권사는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을 5조원 후반대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전년 동기(4조1천200억원)보다 감소한 3조원 중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완제품 수요 둔화가 메모리 출하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 등이 권장되면서 서버 메모리 수요가 증가, 반도체 출하 감소폭을 일정 부분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DB금융투자는 1분기 D램과 낸드 출하량은 모바일 부진 영향으로 각각 9.2%와 5.4% 감소하지만, 평균판매가격(ASP)은 각각 1.8%, 6.0%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서버향 D램 가격 강세가 출하량 부진을 상쇄할 것"이라며 "모바일→서버로의 공급 전환이 모바일 D램 수급 안정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패널(DP) 부문은 2천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화권 스마트폰 출시 지연으로 인해 리지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판매량이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플렉시블 OLED는 판매 호조를 보였다.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은 전년 동기(2조2천7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인 2조원 초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경쟁 심화, 길어진 교체 주기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둔화까지 겹쳤다. 중저가 제품에 대한 타격이 큰 가운데 갤럭시S20 초기 판매량은 전작의 20~30%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증권 김영우 연구원은 "중국에 이어 미국과 유럽 수요까지 둔화되면서 코로나19 영향은 삼성전자 상반기 IM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하반기에 급격한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DB투자증권 어규진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폴더블 스마트폰의 본격적인 출하량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전년 동기(5천400억원)보다 하락한 5천억원 초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 둔화로 생활가전과 TV 판매 부진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올림픽 등 각종 스포츠 행사 개최가 불투명해진 점도 올해 우려 요소로 꼽힌다.
■ LG, 8천억대 영업익 전망…주춤한 中에 가전·TV 수혜도
LG전자의 올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15조5천352억원과 영업이익 8천422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9천6억원)보다 1천억원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증권가는 LG전자가 유사 업종에서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영향을 적게 받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노경탁 연구원은 "LG전자는 1분기 전기전자 업종 내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적을 것"이라며 "중국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가전과 TV 출하량에 타격이 크지 않았고 프리미엄 판매 호조를 이뤘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기청정기 수요가 늘어나고 TV의 경우 중국 업체 공장가동 중단이 이어지면서 반사수혜가 있었다"고 말했다.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과 TV 사업을 맡고 있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부는 각각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인 7천억원대와 3천억원대 초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프리미엄 비중 확대, 비용 절감 노력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 박강호 연구원은 "H&A 사업부는 건조기, 공기청정기, 스타일러를 비롯한 신성장 제품군 매출 증가와 비중 확대로 12.8%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HE 사업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쟁 완화 속에 OLED TV, 대형 제품이 확대되면서 약 8.5% 영업이익률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는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인 2천억원 초반대 영업손실로 20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분기(3천322억원 손실)와 비교해서는 1천억원 가량 개선된 수준이다. MC 사업부는 5G 스마트폰 확대, 베트남 생산, 제조사개발생산(ODM) 확대로 실적개선에 나서고 있다.
박강호 연구원은 "MC 사업부는 신모델 출시 지연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일부 생산 차질 등 영업적자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비용 절감, 매출 증가로 전분기보다 실적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차량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500억원 초중반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가 심화될 전망이다. 같은 기간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는 800억원대 영업이익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에 2Q 실적 반등 기대감 저하
2분기에는 직접적인 코로나19 여파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돼 어려움은 지속될 전망이다. 당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요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코로나19 충격이 1분기에 그치고 이후에는 반등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확산에 따라 경기 회복 시점이 지연되면서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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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글로벌 생산시설도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슬로바키아 TV 공장과 함께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가전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 LG전자도 마찬가지로 인도 주정부 지침에 따라 TV·세탁기와 일부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인도 노이다·푸네 공장 가동을 3월 말까지 중단키로 했다.
노 연구원은 "3월부터는 유럽과 미국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주력 지역의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하반기에는 소비 이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지만 연간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전자업체) 연간 영업이익은 예상치를 하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