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과거 총수 일가의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 의무를 위반한 행위가 있었던 점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해 달라."
11일 삼성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가 과거 불미스러웠던 경영 승계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의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면서 삼성이 이에 어떻게 화답할지 주목된다. 아울러 준법위는 이날 삼성 창업주 이병철 선대 회장 때부터 내려온 무노조 경영 방침도 상생과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준법감시위가 사과를 요구한 과거사는 에버랜드(현 삼성물산)의 헐값 CB(전환사채) 발행,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조작 등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경영승계 구도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했다는 일렬의 의혹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삼성의 오랜 아킬레스건인 경영 승계 문제와 무노조 경영을 정면으로 지적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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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감시위가 이 같은 예상 수위를 뛰어넘는 강력한 권고안을 내놓은 데에는 진정성 있는 반성과 성찰 없이는 삼성이 과거를 청산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어렵다는 내부 위원들의 독자적인 결론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이 우리 사회의 우려와 비판을 달게 받고 이제는 미래의 변화와 혁신의 새로운 역사를 쓰라는 뼈 아픈 질책이라는 평가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준법위 설립이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면죄부 조직'이라거나 '허울 좋은 외부 조직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고 준법감시위의 독립된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도 엿보인다. 준법위는 이날 "위원회 활동과 총수 형사재판 관련성 논란과 관련해 위원회 본연의 사명과 임무에 충실한 활동을 하기 위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제지되는 위원회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단 준법감시위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는 30일 이내에 이같은 권고안에 대해 회신을 해야 한다. 삼성은 일단 "충실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삼성이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준법감시위의 권고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최근 노조와해 관련 법원 판결에 대해 삼성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던 점, 그리고 코로나 사태와 관현 이재용 부회장이 "국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삼성은 지금과 같은 때에 마땅히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해야 한다"며 사회적 눈높이에 맞춰 적극 나서고 있는 일은 삼성이 준법감시위의 권고안을 받아들여 대국민 사과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준법감시위의 7인 중 한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인용 삼성전자 CR 사장이 위원회와 삼성 간의 변화와 소통에 전향적인 자세로 역할을 하고 있어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