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전사적인 자원 지원에 나서고 있다. 재계에서는 지난 2015년 6월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한창 창궐하던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 메르스 종식을 위해 발 벗고 나섰던 사실을 상기하며 그룹 차원에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 적극 동참해 삼성식(式) '위기 헷징'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다.
2일 삼성은 병상 부족으로 병원이 아닌 자가격리된 코로나19 경증환자들을 위해 경상북도 영덕군에 위치한 삼성인력개발 영덕연수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대구·경북 지역의 급속한 코로나19 환자 증가로 병상 부족 상황이 악화하자 정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치료체계를 변경하기로 한 데 따른 지원 조치이다. 기존 모든 환자가 입원 치료 대상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경증보다 상태가 안 좋은 '중등도' 이상 환자들이 입원 치료를 받는다. 경증환자는 지역에 설치 운영되는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바로 이번에 재공하기로 한 영덕개발원이 경증환자들의 치료센터로 쓰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폭주하는 확진 환자들 중 중증과 경증을 나눠 효율적으로 치료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중대본과 의료진들은 기대하고 있다. 매일 격무에 시달리는 의료진의 피로도도 다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8만5천제곱미터 면적의 영덕연수원은 숙소 300실과 식당 220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앞서 삼성은 지난달 13일 국내 경기 활성화를 위해 300억원 규모의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해 협력사에 지급하고 화훼농가를 돕기 위해 '꽃소비 늘리기' 지침을 시행한 바 있다. 또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들의 경영 안정을 위해 1조 규모의 펀드 조성과 물품 대금 1조 6천억원 등 긴급 자금 2조 6천억원을 긴급 투입한 바 있다.
삼성이 이처럼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전사적으로 나선 것은 과거 '메르스' 당시 얻었던 경험 효과도 큰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머리 숙여 사죄한 바 있다. 삼성병원의 초기 관리소홀로 메르스 감염이 확산되자 이 부회장은 '참담한 심정', '책임 통감' 등을 언급하며 유족과 환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재발 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그해 10월 29일 첫 확진판정 이후 163일 만에 메르스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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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지난달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이번 (신종 코로나19)사태를 맞고 보니 좀 더 미리 준비했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어깨가 무겁다. 지금부터라도 신속하게 극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과거 잘못을 다시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여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과거 메르스 사태 때를 교훈 삼아 모든 자원과 수단을 동원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것 같다"며 "기업들이 상반기 사업 전략을 다시 수정하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똘똘 뭉쳐 지원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만큼 이 어려운 난국이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