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 52시간 근무제와 24/365 서비스

전문가 칼럼입력 :2020/03/10 17:03    수정: 2020/03/10 17:05

이선표 지란지교시큐리티 메일보안사업부 전략사업팀 부장

IT 기술 발전과 함께 유비쿼터스 환경이 보편화되고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오늘날 대다수의 서비스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오후 4시에 은행 문을 닫아도 우리는 인터넷과 모바일, 카드 결제 등을 통하여 24시간 언제든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편리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해당 서비스 제공 업체의 정보시스템이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쉬지 않고 가동되어야 한다. 이렇게 서비스를 항상 이용할 수 있는 정도를 서비스의 가용성(Availability)이라고 한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IT업계에서는 통상 24/365 무중단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한다.

대규모 조직의 경우 자사 인력을 활용하여 정보시스템 운영을 자체적으로 수행한다. 하지만 전문성 확보 및 선택과 집중의 전략 관점에서 정보시스템 운영을 외부 전문 업체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특정 솔루션의 경우 해당 공급업체와 연간 유지 보수 운영 계약을 체결하여 장애 예방 및 신속한 장애 조치로 시스템의 가용성을 높이고자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운영 유지 보수 계약 시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평가 항목의 하나가 24/365 서비스다.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운영 및 유지 보수 수탁업체에서 근로시간의 제한이 없으므로 야근수당, 특근수당 등을 통하여 24/365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기존 수행인력으로 24/365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제공하려면 기존 인력 대비 최소한 3배수의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예비 수탁업체는 기존 제안서 내용 그대로, 기존의 인적 자원 범위 내에서 24/365 서비스를 제안하고 있다. 위탁업체는 수탁업체 선정 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제안서 서면 평가만으로 수탁업체를 평가하고 선정한다.

냉정하고 엄밀하게 말하면 이러한 제안을 하는 제안업체는 24/365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함에도 허위, 사기 제안을 하는 격이다. 이를 제대로 거르지 못하는 발주업체 담당자는 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직무 유기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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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변화하는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고 적응해야만 그 영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52시간 근무제의 도입에 따라, 24/365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업은 현실적인 자사 역량을 무시한 채 기존의 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고객사(발주사)에 제출하지 말아야 한다. 발주사는 제안 업체 평가 시 이러한 허위 제안을 꼼꼼히 살펴서 평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52시간 근무제의 합법적인 운영을 하면서도 24/365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기업은 증가한 인건비를 반영하여 제안을 해야 한다. 해당 서비스를 수용하는 발주사도 이러한 제도적인 변화를 반영하여 제값을 주고 서비스를 위탁해야 한다. 이런 문화가 정착됐을 때, 수발주 업체 간 신뢰성 향상과 함께 우리나라의 IT 서비스 시장도 더욱 선진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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