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일시적으로 통신요금 감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위축된 소비 심리 회복을 촉진하고, 피해가 극심한 중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27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관계자를 긴급 소집해 코로나19 대처 및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통신요금 감면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국민 지원 방안 중 하나로 이날 회의에 올랐다.
통신요금 감면 대상이나 범위, 수준, 시기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이통3사와 코로나19 관련 대처 방안에 대해 협의한 뒤,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요금 감면의 대상 및 범위 등에 대해서는) 코로나19가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라 피해 상황이 특정되지 않은 탓에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이후, 다른 지원 사례 등을 지켜본 후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지정 움직임과도 무관치 않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대구를 방문해 “특별재난지역 지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이후 정부는 대구·경북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 내 주민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통신비를 간접 지원받을 수 있다. 간접 지원은 대개 통신비 감면 형태로 나타난다. 정부가 피해 규모를 고려해 기준을 정하면, 사업자가 기준에 따라 실질적인 요금 감면을 제공하는 형태다.
문제는 코로나19와 같이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 통신요금 감면 대상을 한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진자는 특별재난지역 선정이 논의 중인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돼 있지만, 경기 침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전국에 만연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통신사업자의 고민이 시작된다.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적인 근거가 없는 통신요금 감면은 사업자 입장에서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통 3사는 지난해 매출 상승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투자 및 마케팅 지출에 따라 영업이익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올해에도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네트워크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통신요금 감면 대상이 늘어나면 막대한 지출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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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법적인 근거 없이 정부의 요구에 따라 통신요금 부담을 낮출 경우, 추후 유사한 사회적 재난 발생 시 또다시 통신요금 감면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통신사업자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중소대리점을 대상으로 자발적인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KT는 전국 2천500여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2월 한 달간 월세를 최대 50% 지원하고, LG유플러스는 2천여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매장 운영자금 25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