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계, 코로나19 타격 현실화…해외 사업도 '빨간불'

삼성·LG 국내 사업장 잇따른 폐쇄, 해외 출장도 제한적

디지털경제입력 :2020/03/02 17:21    수정: 2020/03/03 09:2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제조망이 뚫리고 있다. 공장 내 근무하는 직원들이 하나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사업장이 폐쇄되는가 하면 입국 제한 등 영향으로 해외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LG 주요 계열사 경북 구미와 용인 기흥 사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일부 완제품과 부품 생산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사업장 내 외부 직원의 감염으로 사업장이 폐쇄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 국내 휴대폰·부품 모듈 생산 중단..."감염 확산·장기화 시 우려"

삼성전자 휴대폰을 생산하는 구미 2사업장에서는 지난달 22일과 29일에 걸쳐 두 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조업이 중단됐다. 이곳에서는 국내에 출시되는 갤럭시S20과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 등 프리미엄 모델이 일부 생산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구미 2사업장은 이날 재가동되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모두 주말이 포함돼 있어 재고와 추가 근무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또 다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이처럼 휴대폰 제조에 직격타가 될 수 있어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지난달 28일에는 구미 2사업장과 2km 떨어진 구미 1사업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곳은 네트워크 사업이 이뤄지는 곳으로 생산 문제가 없어 사업장 폐쇄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해당 직원이 수원 사업장으로 출장을 다녀오면서 각 건물에 대한 방역이 진행됐다.

반도체가 생산되는 삼성전자 기흥 사업장에서도 지난 29일 확진자가 발생했다. 생산라인 근무자가 아닌 구내식당 협력 업체 직원으로 확인되면서 반도체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반도체 시설의 경우 짧은 시간 중단되는 것만으로도 수십억에서 수백억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장은 대기보다 기압을 높게 유지하는 양압 시설로 이물질들이 공기의 흐름에 따라 안에서 밖으로 배출된다. 라인 내부에서도 근무자 모두 장갑과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있어 감염이 쉽진 않다"며 "그럼에도 가동이 중단될 경우 피해액이 막대하고 수요가 하락하면서, 올해부터 펼 것으로 전망됐던 반도체 업황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구미 공장.

LG디스플레이는 사업장 내 외부 은행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자 오늘(2일)까지 3일간 구미사업장 1단지 내 복지동과 중소형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공장을 폐쇄했다. 모듈 라인의 경우 단기간 중단 시 인력을 투입, 추가 조업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다만 패널 공장은 중단될 경우 피해가 크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하는 분위기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모듈 라인은 주말 생산량이 적고 추가 조업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며 "이와 달리 24시간 돌아가는 패널 공장은 잠깐 중단되더라도 생산수율에 미치는 영향과 재가동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크기 때문에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직원 한 명의 확진 판정에 따라 카메라 모듈이 생산되는 구미1A공장을 폐쇄, 오는 3일부터 재가동한다. 이미 2월 물량은 공급을 완료했고 3월 물량의 경우 한 달가량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이번 중단에 따른 생산 피해는 크지 않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 해외 사업도 '빨간불'…"中부품 수급 차질 최소화·격리기간 단축 노력"

국내뿐 아니라 기업들의 해외 사업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로 예정됐던 베트남 하노이 R&D 센터 기공식을 취소했다.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접견해 삼성 스마트폰 최대 생산 기지인 베트남에 대한 장기 투자를 지속,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삼성전자는 부품 수급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중국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들에 대해서는 항공과 선박으로 들여올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사진=베트남정부 페이스북)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중 중국 광저우 OLED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었지만, 업계에선 미뤄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연구개발진도 출장 시 격리되는 등 이전과 비교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아직까지 1분기 가동 목표를 변경할 계획을 세우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내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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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 출장을 최소화하는 원칙은 유지하고 있지만 불가피하게 필요한 출장 인력에 대해서는 임원 결제를 받아서 진행하는 분위기"라며 "정부에 출장자들에 대해 격리 기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보완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코로나로 인한 세트·부품 업체들의 공급 차질과 소비 심리 위축으로 세트 수요가 상당히 부진하다"며 "당분간은 부품 재고를 활용해 생산 중단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확진자 수 증가 추이를 볼 때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있어 안심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