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우뚝 선 아이티센, IT서비스 상생의 생태계 구축 서둘러야

[이슈진단+] 아이티센, 쌍용정보통신 인수의 의미 (하)

아이티센이 쌍용정보통신을 인수했다. 대기업 계열 IT서비스회사가 공공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사라진 빈자리를 꿰찬 아이티센은 공격적인 행보로 인수합병(M&A) 전략으로 국내 IT서비스 시장에서 중량급 회사로 성장했다. 이른바 '빅3'로 굳어졌던 한국 IT서비스 시장이 강력한 전문업체의 등장으로 재편의 전기를 맞았다. [편집자주]

아이티센 성장의 또다른 요인은 공격적인 합병과 확장이다. 아이티센그룹은 아이티센, 소프트센, 굿센, 시큐센 등의 계열사로 이뤄졌는데, 공격적인 M&A로 세를 키웠다.

아이티센은 주력 사업인 공공 SI 분야에 집중하며 안정을 유지하고 자회사는 미래 성장동력 사업으로 집중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전략이다.

시작은 비티씨(BTC)정보통신 경영권 인수였다. 아이티센은 매출액 1천억 원을 달성한 2010년 코스닥 상장업체인 비티씨정보통신의 최대 지분 18.42%(223만4천988주)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 후 비티씨정보통신의 사명을 소프트센으로 교체하고 헬스인포메틱스 서비스 전문기업을 목표로 빅데이터 융합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2015년 7월 건설업용 전사자원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굿센터크날러지의 지분 50.1%를 취득하며 자회사로 편입시키며 건설분야에 진출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에너지와 협업 관련 솔루션을 확장하고, 블록체인 기반의 전력 모니터링 및 거래사업을 추진한다.

아이티센 사옥

같은해 12월 핀테크 보안기술 전문기업 시큐센을 인수했다. 시큐센은 모바일 앱 인증보안과 바이오전자서명(생체인식), 보안 인프라 사업을 담당한다.

2018년 8월 금 유통 업체 한국금거래소쓰리엠(이하 한국금거래소)과 네트워크통합(NI) 전문 업체 콤텍시스템을 동시에 인수했다. IT서비스 사업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융합사업에 뛰어들기 위한 기반 마련 차원이었다.

아이티센은 여기에 쌍용정보통신을 확보해 국방, 스포츠 분야까지 사업분야를 확장하기에 이르렀다.

아이티센은 전략적인 자금 운용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이티센이 최대주주인 콤텍시스템이 슈퍼아이티센홀딩스에 60억원의 현금을 출자했고, 이 현금을 쌍용정보통신 인수에 동원했다.

■ IT서비스 빅3 '클라우드, AI'에 집중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가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에 강한 제재를 가하는 상황.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대외사업으로 확장해야 하는 삼성SDS, LG CNS, SK(주) C&C 등 빅3의 부담이 크다.

일단 업계 거물들의 공공SW 시장 행보는 대형 사업 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이티센이 기존 빅3와 경쟁보다 협력을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LG CNS 측은 "작년처럼 사업성 검토를 거쳐 참여할 계획"이라며 "아이티센과 작년에 컨소시엄도 같이 진행했고, 올해도 상황에 따라 함께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SDS는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사업에 한해 회사 사업 전략과 잘 맞고 기술 혁신을 통해 국가 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 삼성SDS가 기술역량을 갖고 신기술 기반으로 사업 참여가 가능한 부분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SK(주) C&C 측은 "올해 나오는 사업을 지켜보고, 괜찮을 것 같은 사업에 대해서만 들어갈 계획"이라며 "아이티센과 경쟁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공공 시장 외에 금융권 프로젝트도 대규모 사업에서 기존 빅3의 행보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권의 클라우드, AI 프로젝트가 본격화될 예정인데, 한화생명(1천억원), 우체국보험(700억원), OK저축은행(400억원) 등 금융권 차세대 시스템 구축이 예고됐다.

강진모 아이티센그룹 회장.

삼성SDS와 LG CNS 간 경쟁은 블록체인 관련 사업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SDS와 LG CNS는 다음달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2차 민간 사업자 선정을 두고 경쟁중이다.

■ 아이티센, 전문기업과 상생 생태계 구축하고 해외시장 진출 적극 모색해야

아이티센은 클라우드 시장 및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중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인수했던 소프트센 지분 전량(25%)을 홍콩의 수피센 투자조합에 매각해 250억 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베이징동계올림픽 등 다가올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시장 진출이 주요 공략처로 언급됐다.

강진모 아이티센그룹 회장은 쌍용정보통신을 인수하면서 “4차산업 위주의 성장성 사업과 수익성 위주의 기존 사업에 집중하는 그룹 경영전략에 따라 순차적으로 사업과 M&A를 진행한 결과 목표한 규모 이상의 매출과 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이번 인수로 공공부터 금융, 국방, 제조, 서비스, 유통시장까지 아우르는 IT서비스시장 수평계열화도 완성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아이티센이 글로벌 IT서비스 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업계 관계자들은 다음의 다섯가지를 주문했다.

우선, 수익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라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덩치를 키우는 M&A 전략에 몰두했지만 앞으로는 수익성을 어떻게 갖춰 가느냐에 따라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IT서비스 시장의 특성상 수익성은 난제 중의 난제다.

다음으로는 내수 위주에서 해외 시장 비중을 키워나가는 것도 숙제다. 만약 아이티센이 내수 기업으로만 머물러 있다면 필연적으로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기업과의 경쟁에 마주할 텐데, 안으로는 이 같은 경쟁을 극복하면서 밖으로는 해외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투트랙 전략을 효과적으로 펼쳐나가야만 글로벌 IT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IT서비스 전문그룹으로서의 경쟁력 있는 인력 확보도 과제다. M&A로 성장을 추동한 만큼 분야에 따라서는 자체 전문 인력이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는 만큼 전문인력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IT서비스 기업은 특히 '사람이 자산'이라는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업 속성의 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프로젝트성 사업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를 솔루션화하는 사업 속성을 이식해 IT서비스사업의 질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방법론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익성과 자체 기술력 확보를 동시에 겨냥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협업을 통한 고유의 생태계 구성에도 특별한 역량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기업과도 협력을 추구하면서 벤처기업, 전문기업과의 상생의 IT서비스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만이 차별화된 IT서비스그룹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춘성 연세대 교수는 “아이티센의 쌍용정보통신 인수는 대기업 계열사 중심의 IT서비스 시장에서 가능성 있는 독립적인 IT서비스 전문그룹이 등장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기업은 물론 전문기업들과 경쟁, 혹은 협력을 통해 IT서비스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고 해외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해 나갈 때 독립 IT서비스 그룹의 미래가 더 밝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