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성의 溫技] 애플과 다른 길 가는 삼성 노태문 스마트폰

제조 혁신 + 서비스 생태계

데스크 칼럼입력 :2020/02/13 10:56    수정: 2020/10/05 13:33

‘일반적인 경영자’와 ‘혁신적인 경영자’를 가르는 가장 결정적인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마땅히 ‘독창성(獨創性)’이어야 할 것이다. 전자(前者)는 늘 다른 존재와의 경쟁을 염두에 두지만 후자(後者)는 경쟁보다 자신이 걸어갈 길에 대해서만 천착한다. 그 긴 천착의 과정이 독창성이고 그 결과 대중성을 획득할 때 마침내 ‘혁신의 꽃’이 된다. 애플 아이폰의 탄생 과정을 짧게 정리하면 이와 비슷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세계적인 각광을 받는 것도 그 기나긴 노고에 대한 대중의 인정과 치하에 다름 아닐 것이다. 봉 감독은 오스카상 시상식 때 이에 대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명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이 말은 예술의 영역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상품도 마찬가지다. 어떤 상품의 경우 예술의 경지에 다다르고 폭발적인 팬덤을 형성한다.

삼성 갤럭시는 오랫동안 세계 1위였지만, 1위로서의 명예를 온전히 차지하지는 못했다. 아이폰과 같은 ‘극적 예술성’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창의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악착같은 경쟁의식과 효율적인 관리로 탄생한 제품으로서의 이미지가 컸기 때문이다. 일반성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 한계가 1위 삼성을 늘 애플 아이폰과 추격자인 중국 화웨이 사이의 ‘샌드위치 처지’로 내몰고는 했었다.

한 손으로 든 갤럭시Z플립. (사진=지디넷코리아)

삼성은 실제로 1위를 지속하면서도 향후 갈 길을 놓고 긴 세월 방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방황의 핵심 요지는 ‘소프트 파워’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의 문제다. 삼성 스마트폰에 대한 가장 큰 비판 가운데 하나가 애플에 비해 소프트 파워가 부족하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판자들이 말하는 소프트 파워의 실체는 대체로 운영체제(OS)와 앱스토어를 통한 콘테츠가 결정적 요소일 터다.

삼성의 고민은 그걸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다는 데 있었다. 하자니 쉽지 않고, 안 하자니 애플의 아성을 넘기 어려운 때문이다. 그래도 하긴 했다. OS 타이젠이나 삼성뮤직 같은 음악 플랫폼 등이 그런 예다. 그러나 큰 빛을 보진 못했다. 그런데 사실은 그 뒤가 더 문제다. 될 때까지 계속 할 것인가, 그만 할 지의 문제 말이다. 새로 갤럭시를 이끌게 된 노태문 사장의 결론은 후자 쪽인 듯하다.

노 사장은 취임 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서비스와 콘텐츠는 글로벌 톱 플레이어와 협력하고 삼성은 스마트폰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애플의 ‘소프트 파워’ 예봉(銳鋒)은 구글 등과 협력해서 막아내고 삼성은 스스로의 강점을 더 예리하게 벼려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가겠다는 의미다.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자신의 독창성은 키우는 전략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삼성이 이런 결론을 내린 과정이다. 노 사장은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걸 하자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일부 삼성 비판가들의 지적처럼 애플을 이기기 위해 운영체제나 플랫폼의 벽까지 넘어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건 삼성 소비자들이 삼성에 바라는 바가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는 뜻이다. 커다란 변화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삼성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달리 말하면 삼성이 잘해왔던 게 무엇이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탁월한 제조경쟁력, 이를 기반으로 한 국내외 기업들과의 폭넓은 협력 관계, 그리고 다양한 전자제품을 보유함으로써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연결성 및 확장성 등일 터다. OS와 플랫폼으로 싸우면 애플에 불리하지만, 이 세 가지로 싸우면 불리할 리가 없다.

노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혁신’과 ‘생태계’를 강조했는데, 이는 삼성이 보유한 이 세 가지의 강점을 다른 말로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혁신’은 통신과 전자분야에 관한 탁월한 기초 기술과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하드웨어의 연결성과 사용성을 극대화한다는 의미일 것이고, ‘생태계’는 국내외 서비스 및 콘텐츠 업계와 폭넓은 제휴를 기반으로 하드웨어의 쓰임새를 극대화한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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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워하면 진다’는 말이 한 때 유행한 적이 있다. 독창성을 가진 개별적 존재가 모두 아름답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표현일 것이다. 물론 모든 창조는 모방의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모방은 자기 고민과 단련을 통해 개인적이고 독창적인 것으로 승화해야 창조가 된다. 그것이 대중화하면 그걸 혁신이라고 한다. 남의 걸 부러워하기만 하고 갈팡질팡하면 독창은커녕 아류가 되기도 쉽지 않다.

노태문 삼성 폰의 새로운 길은 이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삼성 폰이 가야할 길을 또렷이 찾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또 이 선언이 기대되는 것은 몇 가지 청신호 때문이다. 6~7년 동안 매진한 끝에 내놓은 폴더블 스마트폰과 통신사들과 긴밀한 협력 끝에 내놓은 5G폰에서 삼성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혁신성이) 충격적이다.” 이런 외신의 대체적인 반응은 기대를 더 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