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미국)=이은정 기자] "지난 몇 년간 개발실장으로 참석해온 이 자리에 사업부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다시 서니 새삼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모바일 성장 둔화에 대한 안팎 우려가 큰 게 사실이지만 폼팩터의 변화와 5G 도입이 이뤄지고 있는 삼성이 앞장 서 성장 계기를 만들 것입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11일(현지시간) 국내 출입 기자진을 대상으로 취임 후 첫 간담회를 열고 향후 모바일 사업 전략과 비전을 밝혔다. 노 사장은 이날 삼성 스마트폰 수장으로서 처음으로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S20과 갤럭시Z 플립을 선보였다.
그는 "우리에겐 한계를 뛰어넘고 불가능에 도전하며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DNA가 있다. 내가 사업부장 취임 첫해의 모토를 ‘성장’으로 정한 건 바로 그 때문"이라며 "좋은 전통을 이어나가면서도 한국 경제와 모바일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폴더블 미래는 '패션·사용성'...이르면 올 하반기 대중화"
노태문 사장은 이날 신제품의 연간 판매량 목표치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제품 경쟁력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갤럭시S20은 지난해 내놓은 5개 5G 모델의 기술 노하우를 집약시켰으며, 두번째 폴더블폰인 갤럭시Z 플립에는 새 폼팩터 혁신을 가미했다.
갤럭시S20에는 노 사장의 비전도 담겨 있다. 그는 앞서 갤럭시 10년 비전으로 5G·AI·IoT를 통한 지능적 연결 기반의 '경험'을 내세웠다. 갤럭시S20은 전 모델이 5G를 구현하면서 핵심 기능인 AI 카메라로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동작하는, 즉 '개인화'에 다가선 제품으로 평가된다.
폴더블폰 시장의 경우 아직 태동기인 만큼 구체적인 연간 라인업을 정하지 않고 새 카테고리를 선보이는 데 의미를 둔다는 방침이다. 노 사장은 "새 카테고리 제품은 투자가 필요하다. 갤럭시 폴드도 개발에 6~7년이 걸렸다"며 "당장 수익성보다는 사용자 경험을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르면 하반기까지는 폴더블폰 대중화 길을 터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날 참석한 IM사업부 최경식 부사장은 "하반기가 돼야 대중화가 될 것으로 보고 있고 상반기에는 일부 국가에 한정 판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노 사장은 "대중화 시점보다는 원하는 시점에 구매할 수 있는 환경과 수량을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폴더블폰의 미래는 패션 아이콘이면서도 불편함 없이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 니즈와 최적의 시점에 내놓을 수 있는 다양한 폼팩터를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中·印 시장 공략 지속...경쟁 피하지 않겠다"
노 사장은 중국과 인도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대해서도 의지를 다졌다. 인도는 최대 신흥 스마트폰 시장이다. 삼성은 상위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현지에서 수요가 높은 중저가 진영을 중심으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시장인 만큼 포기하기 어렵다.
노 사장은 "중국과 인도는 삼성 모바일에게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다. 중국은 포기하지 않았고 인도 재도약을 위해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준비했다"며 "영업이익률은 어려운 숙제이지만 적어도 작년보다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최 부사장은 "인도는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특화 모델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이 전략을 철저하게 구사할 것"이라며 "현지에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시장에 집중해서 빠른 성장을 가져오려고 한다. 동시에 5G 대세도 이룰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삼성전자 최대 경쟁자인 애플과 화웨이에 대해 노 사장은 "건전한 경쟁은 산업 성장 동력이기 때문에 피하거나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세계 유수 서비스 콘텐츠 회사와 전략적 협력을 해 심화 발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 체험행사 연기...온라인 마케팅으로 보완할 것"
최근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이슈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번 이슈로 중국에 공장을 둔 일부 부품사들이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등 물량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마케팅도 축소되면서 장기화 시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노 사장은 "코로나 이슈는 한 업체보다는 공급망 문제이기 때문에 일부 어려움이 있다. 잘 협력해서 어느 정도 관리하고 있고 일부 업체는 재가동을 시작했다"며 "갤럭시S20이나 갤럭시Z 플립에 영향 최소화하도록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큰 우려는 하지 않지만, 긴장의 끈을 놓치 않고 모니터링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 부사장은 "체험이 어려워지고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한 상태다. 출시 전 스튜디오 행사도 무기한 연기했다"며 "체험은 부족하지만 온라인 마케팅을 더욱 강화해 판매에 지장이 없도록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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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 보고 있는 삼성 스마트폰 사업에 대해서는 "현재 상황이 쉽지 않다는 데는 경영진을 비롯한 사업부 전체가 공감하고 있다. 모바일 산업이 쉬웠던 적은 없는 만큼 심기일전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고 한다"며 "혁신, 협력, 생태계 협력 3가지를 통해 업계를 리딩하고 동반 성장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과의 출장에 대해서는 "항상 부회장께서 미래 방향성 등에 대해 좋은 조언을 많이 한다"며 "큰 철학과 방향 내에서 경영진들이 실제 실행하고 구체화할 수 있는 건 저희의 몫"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