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세상을 변화시켰다. 거리나 커피숍 등 공용 공간을 둘러보면 사람들의 일상을 디지털 기기가 얼마나 지배하고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10대들은 마주한 사람과 대화를 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것에 더 익숙한 모습이다. 로맨틱한 식사 자리에서 마주한 젊은 연인들조차 각자 스마트폰을 보며 조용히 식사를 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대화의 단절 문제가 커진 가운데, 스마트폰이 마주한 사람과의 대화에 미치는 악영향을 실험하고 분석한 한 심리학자의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더컨버세이션닷컴, 기가진 등 외신에 따르면 2016년 미국의 커피숍에서 실험한 결과, 누군가와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모바일 디바이스를 사용할 경우 대화 내용을 적절히 듣고 상대에 관여하는 능력이 저하됐다. 또 서로 잘 모르는 상대와 의사소통할 경우에도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면 보다 두드러지게 대화의 질이 낮아지는 것이 밝혀졌다.
최근 이뤄진 다른 연구에서는 식당에 간 사람들을 상대로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놓아둔 경우’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상자에 넣어 두는 경우’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난 후 피실험자들에게 식사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주의가 산만했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둔 경우 피실험자들은 대화가 산만하게 느껴졌다는 답을 했다. 또 그 결과 친구나 가족과의 식사 시간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영국의 노섬브리아 대학의 지나비 브라운 심리학 강사는 스마트폰이 얼굴을 마주한 사람들의 대화를 저해할 가능성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다. 브라운 씨는 친구 관계는 두 사람을 초대해 실험을 마칠 때까지 대기실에서 나란히 앉아 설문에 응답해 달라고 부탁했다. 실제로는 대기 시간을 두 피실험자들이 어떻게 보내는지를 조사하고자 몰래 동영상을 촬영했다.
이후 연구 팀은 동의를 얻어 기다리는 피실험자들이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분석하고, 이들이 얼마나 스마트폰을 사용했는지 조사했다. 피실험자가 된 63개 조 가운데, 스마트폰을 사용한 조는 48개조였다. 또 5분 대기 시간 동안 스마트폰의 평균 사용 시간은 1분15초였다. 의사소통은 실험에 참석한 두 사람 모두에 의존되기 때문에 두 사람의 행동을 바탕으로 평균을 계산했다. 따라서 한 사람만 휴대폰을 사용한 경우에도 휴대폰 사용이 상호작용의 질에 영향을 준 것으로 간주했다.
분석 결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대화의 질은 분명히 떨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또 친구 간 친밀도와 관계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한 상태에서는 대화의 질이 저하되는 것도 판명됐다. 영상을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을 사용해 사진이나 메일의 내용을 친구와 공유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사용법의 경우는 대화의 질이 손상되지는 않았다. 다만 이런 방법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한 것은 전체의 21%에 불과했으며,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도 평균 5초로 매우 짧았다. 또 더 자주 나타난 것은 ‘친구의 얘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경우’였다.
이 밖에 브라운 씨는 피실험자 한쪽이 스마트폰을 꺼냈기 때문에 다른 쪽도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꺼낸 뒤 대화를 이어갔지만, 상대가 완전히 스마트폰에 열중한 것을 깨닫고 실망한 나머지 상처를 받아 5분 대기 시간 동안 다시 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씁쓸한 사례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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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씨는 “스마트폰 등 기술을 통한 대화는 인간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우리의 대부분은 아직 친구와 유대 관계를 맺기 위해 대면 대화를 선호한다”면서 “대면식 대화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의사소통과 달리 친밀한 정보를 공유하는 데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면식 의사소통은 불안해하는 상대의 손을 잡거나 슬플 때 감싸줄 수 있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대화에서는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