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통 3사, ‘사전예약 기간 단축’ 실효성 있나

마케팅 경쟁 실적 하락 방어 이유…출시 후 ‘시장 안정화’는 불확실

기자수첩입력 :2020/02/11 07:47    수정: 2020/02/11 09:39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새롭게 출시될 스마트폰의 예약판매 기간을 출시 전 7일로 고정하기로 손을 잡았다. 보조금 변동 및 출시 전 판매수수료 공지도 금지한다. 과도한 가입자 모집 경쟁을 피해 통신 시장 안정화를 꾀하기 위한 이통 3사의 고민이 일치한 결과다.

지난해 이른바 ‘공짜 대란’으로 이어졌던 ‘갤럭시S10 5G’나 사전예약 취소 사태를 불러왔던 ‘갤럭시노트10 5G’의 사례에 비춰볼 때, 사전 예약 단계에서 과열 경쟁을 피하고자 하는 3사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사전예약 절차를 손봄으로써 통신 시장이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3사간 합의가 어디까지나 사전예약 단계에서 과열 경쟁을 피하자는 것일 뿐, 단말기 출시 이후에는 가입자 유치 경쟁에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신제품 출시 후 한 사업자가 고액의 보조금으로 가입자 모집에 나서면 경쟁 사업자가 유사한 금액의 보조금을 통해 방어해야 하는 구조에는 변함이 없다.

왼쪽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사옥.

더욱이 시장 안정화를 꾀한다면 굳이 3사가 사전예약 기간 단일화 및 보조금·판매수수료 변동 등에 손을 잡을 필요가 없다. 각사가 출혈 마케팅을 지양하겠다고 방향을 설정한 만큼, 자사의 방침대로 이행하면 될 일이다. 3사가 굳이 합의를 통해 사전예약에 틀을 만든 배경에는 서로가 추구하는 이상은 같지만, 서로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산업적 특성에 기인한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대표적인 ‘레드오션’이다. 내가 성장하기 위해선 상대방의 가입자를 빼앗아야 한다. 그만큼 3사가 손을 잡는 일은 드물다.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이번에는 3사가 ‘출혈경쟁 지양’이라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지난해 5G 상용화와 함께 본격화된 가입자 모집 경쟁이 이통 3사의 실적 감소를 불러왔고, 이는 3사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7~8%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겪은 일련의 ‘대란’을 통해 출혈 경쟁의 폐해를 학습한 3사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자는 데에는 뜻을 모았다. 다만 3사가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만큼, 경쟁을 지양하기 위한 최소한의 선을 그었다, 그 선이 ‘사전 예약’인 셈이다.

특히 사전예약 기간 단축은 3사에게 공통적으로 ‘아픈 이’였다. 기존에는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제조사에 따라 사전예약 기간이 다른 탓에 이통 3사는 괜한 비난을 사야 했다. 더욱이 3사가 사전예약 기간에 대해 눈치를 보는 탓에 피로감도 상당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사전 예약 기간 단축을 통해 출혈 경쟁에 따른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다 편하고 안정적인 상태에서 신제품 단말기의 사전 예약 판매를 진행할 수 잇는 기회를 만들었다.

결국, 이번 이통 3사의 사전예약 기간 단축 및 보조금 변동 금지, 판매 장려금 공개 금지 등 조치는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효용을 불러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소비자는 제품 출시 후 ‘성지’라 불리는 판매점을 통해 대거 할인된 가격에 신제품을 구매하고, 대다수의 소비자는 정가에 신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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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사업자가 진정으로 통신 시장 안정화와 이용자 피해를 막고 싶다면, 단순한 사전예약 절차 개선을 넘어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보조금 지금을 통한 가입자 유치 경쟁을 지양하고, 서비스와 콘텐츠 중심의 경쟁으로 이용자가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다행히도 이통 3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 같은 변화를 예고해왔다. 매 분기 실적 발표마다 각사의 CFO는 더 이상 출혈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고히 했다. 이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왔다. 갤럭시S20이 시장에 출시된 이후에도 ‘대란’이라는 키워드가 연관검색어로 표출되지 않는다면, 이통3사의 진심을 어느 정도는 믿어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