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드래곤볼Z 카카로트, 팬心이 있다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

원작 재현은 충실...게임 시스템 완성도는 떨어져

디지털경제입력 :2020/01/24 11:33

지난 1월 16일 출시된 액션 RPG 드래곤볼Z 카카로트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드래곤볼 IP를 활용한 게임이다. 드래곤볼 원작이 워낙에 큰 성공을 거뒀기에 해마다 드래곤볼 이름을 달고 나온 게임이 한두개씩은 출시되지만 그 중에도 드래곤볼Z 카카로트는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아왔다.

프리더와 셀, 마인부우 편 등 드래곤볼Z 원작의 주요 이야기를 모두 아우르며 각 에피소드마다 잘 알려진 대부분의 명장면이 애니메이션 연출 그대로 구현됐다는 소식은 이 게임이 주목 받아온 이유다. 여기에 마찬가지로 원작 애니메이션 연출을 충실히 구현해 호평 받은 대전격투게임 나루토질풍전: 나루티밋스톰4를 만든 사이버커넥트2가 개발했다는 소식은 그 기대를 더욱 드높였다.

드래곤볼Z 카카로트는 이용자가 어느 관점에 서서 게임을 바라보냐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게임이다. 드래곤볼 만화 혹은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역대 출시된 드래곤볼 IP 게임 중 가장 충실하게 원작을 재현한 이 게임에서 눈을 때기 어렵다. 원작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면 캐릭터가 강해지고 그럼 더욱 강한 적을 만나는 식이다.

결국 원작에서 손오공이 더 강한 적을 만날 때마다 두근거린다고 했던 기분을 이용자도 간접적으로 느끼게 된다. 다음에는 어떤 적이 나올까하며 기대하며 만화책을 보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이제 어떤 적을 만날 차례인지 알고 만나게 된다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연출은 매우 훌륭하다. 특히 베지터와 프리더 편의 연출은 원작 애니메이션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제작진은 움직임과 구도는 그대로 재현하되 연출에 힘을 더해 더욱 박력있는 화면을 그려냈다. 또한 전투 연출 뿐만 아니라 스토리 진행 시 나오는 컷씬도 수준 높게 만들어졌다. 원작에서는 볼 수 없던 소소한 이야기가 그려진다는 점도 흥미롭다.

드래곤볼 원작을 재현한 게임의 관점이 아닌 퍼블리셔가 그간 홍보한 액션 RPG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아쉬운 부분이 매우 많다. 원작 IP를 재현하는데 집중하느라 정작 게임이 자체적으로 지녀야 할 매력은 충분히 가다듬지 못한 느낌마저 든다.

오픈필드를 오가면서 세계를 모험하고 이 과정에서 전투와 서브 퀘스트를 통해 캐릭터를 육성한 후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며 스토리의 흐름에 올라타는 것이 일반적인 RPG의 진행 흐름이다. 이 과정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하나의 동선으로 묶느냐에서 개발진의 역량이 드러나고는 한다.

드래곤볼Z 카카로트의 캐릭터 성장은 스토리에 맞물려있다.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캐릭터가 절로 강해지며 스킬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드래곤볼 원작을 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든 게임이기 때문에 이런 점에 집중한 것은 이해가 가는 점이다. 다만 이 게임을 시작한 이용자는 대부분 원작의 팬이며 이들은 원작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오랜 시간에 걸쳐 충분히 학습이 되어 있는 부류라는 점이다. 즉 플레이 측면에서 게임이 무척 단조롭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오픈월드로 구성된 세계 여기저기를 누비면서 숨겨진 아이템을 수집하는 요소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완성도가 세밀하다기보다는 허술하다. 서브퀘스트와 미니게임은 몇 종류 없으며 진행 방식 역시 대동소이하다. 수집 요소를 위해 필드 곳곳을 누벼야 함에도 해당 아이템에 대한 이렇다 할 힌트는 주어지지 않는다. 80년대 패미컴 게임을 하는 것처럼 맵의 각 포인트 하나하나를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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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의 핵심인 전투 역시 아쉽다. 속도감과 타격감, 보스 전투에서 상대의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공략하는 재미는 충실히 그려졌다. 다만 한창 맞고 있다가 슈퍼아머를 걸고 공격을 무위로 돌리는 식으로 대응에 나서는 적들을 계속 만나게 되면 전투가 갑자기 시시하게 여겨진다.

드래곤볼Z 카카로트는 원작의 매력이 게임의 가치를 드높이는 게임이다. 반대로 게임 자체의 완성도는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드래곤볼Z 카카로트의 시스템에 드래곤볼이 아닌 다른 IP 혹은 오리지널 IP를 얹었다면 지금보다 나쁜 평가를 받게 될 수준이다. 결국 이 게임 역시 다른 드래곤볼 IP 활용작처럼 드래곤볼에 대한 팬심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그 평가가 엇갈리는 게임이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