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사납금 폐지, 초기 정착 난항...왜?

[이슈진단+] 택시월급제 정착에 IT가 답 될까? (상)

인터넷입력 :2020/01/23 16:58    수정: 2020/01/23 16:59

택시 불친절의 원인으로 지목된 사납금 제도가 지난 1일 개정된 여객운수법 시행 이후에도 유사 사납금이 생기는 등 뿌리 뽑히지 못하자, 택시 영업 방식의 근본적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노사협상과는 별개로 택시 운행을 효율화 해 택시 기사의 해태를 방지하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방안 중 하나로 회사-기사 간 즉각적인 소통과 원활한 콜 배분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인 앱미터기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슈진단에서는 최근 전액관리제, 택시 월급제 시행에 따라 논란이 되고 있는 현황을 점검하고 이때 IT 기술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을 받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택시(사진=픽사베이)

■사납금제·전액관리제·월급제란?

사납금제 하에서 법인택시 기사들은 매일 일정 금액의 사납금을 채워 회사에 입금해야 했다. 사납금을 초과해 벌어들인 수익은 기사가 가져갈 수 있었지만, 택시 기사들에게 부담을 안겨준 제도다. 전액관리제란 택시회사가 기사들의 운송 수입을 전부 넘겨받는 것을 뜻하며, 이를 기준으로 월급을 산정한다. 사납금제 시절에도 기본금에 기타 성과급 형식의 월급제가 시행되고 있었으며, 전액관리제가 적용되면 기본금이 더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전액관리제는 택시회사 입장에서는 수입 감소의 위험도가 큰 제도이기도 하다. 기사가 벌어들인 돈이 모두 수입으로 잡히면서 평균 월급이 높아지는데, 이때 저성과자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면 근태가 불량한 택시 기사에게도 이전보다 높은 월급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전액관리제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카풀 앱 반대 플랜카드를 내건 영업 중인 택시

전액관리제를 통한 택시 월급제 정착은 택시노조의 1994년부터 있어온 숙원 사업이었다.

기존에도 여객운수법 상 운수종사자(택시기사)는 운송수입금의 전액을 사업자(택시회사)에게 납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또한 관련 내용이 법안이 아닌 훈령에서 규정돼 구속력이 떨어졌다.

이에 택시 사업자가 기사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을 벌어오도록 하는 강제수단으로 사납금제를 포기하지 못했다. 기사들의 근태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마저 부재했다.

그런데 지난 3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출퇴근 시간만 카풀을 허용하되 당근책으로 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택시월급제 시행을 약속하면서, 다시금 제대로 된 월급제가 정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해 8월 택시월급제를 골자로 하는 택시발전법과 택시회사의 전액관리제를 위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이번 여객운수법 시행에 맞춰 운행정보관리시스템(TIMS) 보급률을 높여 전액관리제 정착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각 택시회사들이 임금협상을 진행하면서 택시 기사들에게 어느 정도의 월급을 지급해야 적정한지 합의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2월10일께 전액관리제 전면 시행 후 첫 월급이 지급되면서 어떤 사업장이 사납금을 받지 않았는지 확인될 전망이다.

또 택시법 시행에 따라 내년 1월부터는 서울부터 단계적으로 주 40시간 노동을 보장하는 완전 월급제를 시행해야 한다.

■택시업계의 현실...과태료 물어도 사납금 받아야한다는 ‘택시회사’

사납금 징수가 적발되면 1회 위반시 과태료 500만원, 2회 위반시 1천만원이 부과된다. 3회 위반시엔 과태료 및 감차 명령까지 처해진다. 기사 개인도 적발시 50만원을 내야 한다.

그런데 최근 택시 업계에 따르면 일부 택시회사들은 수익 감소를 우려해 이달 중에도 유사 사납금제를 운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금 외 추가 수당으로 받는 승무수당, 상여금 등을 공제하는 식이다. 택시회사 입장에서는 소정 근로 시간만 채운 뒤 월급을 받아가는 해태한 기사를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작년 말 유사 사납금을 받으려는 업체들이 발견되자 국토교통부가 그와 같은 방식마저도 불가하다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법인택시 사업자들의 단체인 전국택시연합회의 이양덕 상무는 “지침대로만 하면 업장 자체가 힘들어져 과태료를 감수하려는 곳도 있다”며 “법을 따르고 싶으나 저성과자와 고성과자의 차이를 낼 수 있는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 임금협정에 따라)주 40시간 190만원 고정급 기준으로 보면 1일 6시간40분을 일해야 하는데, 5시간30분 이하로 일한 사람은 불성실 근로자로 취급하고 상여금이나 승무수당에 차별을 두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 "월급제로 인한 수익 저하는 회사 논리"…노사 불신 커

택시 자료 이미지(사진=이미지투데이)

법인택시 기사들의 70%가 가입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의 한 관계자는 “택시회사들은 택시 매출이 늘어나야 월급도 올라간다는 논리를 계속해서 펼친다”며 “전액관리제 실시로 택시 기사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야 하는데, 유사 사납금을 받으면 전과 마찬가지다”고 반발했다.

이어 “지난달 국토부는 정액 급여 책정을 위해 기사가 벌어야 할 월 기준 금액을 정하는 것 되지만, 여기에 미달했다고 상여금을 깎는 것은 안 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면서 “월 기준선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최저임금을 맞추다보니 420만~430만원 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유사 사납금제도에 대해 국토교통부 박준상 신교통서비스 과장은 “위법 사항은 그거에 맞게 처분하면 되고, 노사 협의 부분은 어느 정도 사적 자치의 영역”이라면서도 “(사납금 제도를 운영하다 적발될 시) 위법 사항은 법에 따라 처분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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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2,3월 정도에 택시회사 월급이 나오면 사납금 제도를 운영했는지 알 수 잇을 것이고, 국토부와 지자체가 협동해 전국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며 “서울의 경우 회사가 많아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처분 권한은 지자체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안타까운 것은 택시 기사들에게 보장되는 고정급은 한달 180만원 정도, 최저임금보다 높지 않은 금액이다"며 "택시회사들은 기사들이 무조건 나가서 제대로 일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로의 불신이 큰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