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자의 e知톡] 고속성장보다 독자생존 택한 티몬

3월 흑자전환..."지속 성장 증명할 것”

유통입력 :2020/01/17 15:45    수정: 2020/10/05 13:56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이커머스 3사(쿠팡, 위메프, 티몬)들이 대규모 적자 때마다 공통적으로 내놨던 답변이 있습니다. 바로 “계획된 적자”란 말이었습니다.

회사가 대규모 손실을 봤는데도 이 말 한 마디면 상대방의 말문이 막히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계획된 적자라는 말은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일부러 손해보고 장사했다는 뜻입니다. ‘일단 한 번 시장 선두에 올라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 수익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계산 하에 사업을 전개해 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좁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땅따먹기 경쟁이 생각과 달리 장기화 되면서 기존 전략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업체가 티몬입니다. 과감한 투자 보다는 사업 방향을 조정함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을 한 번 살펴볼까 합니다.

이진원 티몬 대표.

■ 투자 회수 목적인 사모펀드 대주주로 둔 티몬...“회사 매각 서두를 필요 없어”

티몬은 동종업계 타사와 달리 유독 단기간 내에 대주주와 대표가 자주 교체됐습니다. 티몬의 대주주는 티몬→리빙소셜→그루폰→KKR 및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 변해 왔습니다. 회사 경영자는 창업자인 신현성 대표(현 의장)로 시작해 유한익 대표(현 의장), 이재후 대표(퇴사), 이진원 대표로 바뀌어 왔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사업을 시작한 쿠팡이나 위메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잦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대주주가 재무적 투자(FI) 목적으로 들어온 사모펀드다 보니 티몬은 종종 매각설의 중심에 섰습니다. 사모펀드 특성상 정해진 기간 내에 회사를 성장 시킨 뒤, 샀던 금액보다 더 비싼 값에 회사를 팔아 차익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티몬 대주주는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은 이커머스 경쟁 환경이 지속되는 데다, 추가 투자를 한다 해도 판을 확 뒤집을 만한 묘수가 없는 만큼 매각 카드를 만지작한 걸로 보입니다. 계약 단계까지 가진 않았지만 투자은행 등을 통해 롯데와 같은 대형 유통사들과 직간접적인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사가 필요로 하는 사업과 금액만 잘 맞아떨어진다면 언제든 빅딜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이 여럿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인수합병이 결혼에 비유된다면, 티몬은 여러 번의 소개팅 자리에 나갔던 셈이죠.

이와 관련 티몬 최영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일단 2021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독자 생존하는 게 목표”라면서 “KKR 등이 조성한 펀드의 기한이 2025년인 만큼 5년 내 회사를 팔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지난해부터 회사 수익성이 좋아지는 추세인 만큼 매각 타이밍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올 3월부터는 월 단위 흑자로 돌아서게 된다”며 “지금의 성장세가 단기적인 성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도록 회사를 좋게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고속 성장보다는 독자생존이 가능하도록 정신 차리고 똑바로 사업을 하다 보면 시간은 우리 편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최영준 CFO의 말은 한마디로 “급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대주주 관점에서 회사를 언젠가 매각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이 적절한 때인가?”란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다’ 혹은 ‘이르다’는 것입니다. 회사를 완전히 성장세로 만들어 놓고, 이에 합당한 기업가치 평가를 받았을 때 파는 게 맞다는 판단입니다. 쇼핑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왔고, 앞으로 그 변화의 흐름은 지속될 것이므로 시간은 기존 대형 유통사가 아닌 자신들의 편이란 생각입니다.

■ 실속 없는 할인쿠폰 이제 그만...윈도우 쇼핑 전략

그럼 티몬이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예측하고 기대하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단순 모바일 쇼핑 시장이 커지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티몬은 마케팅비를 태워 거래액을 늘리는 할인쿠폰 사용을 지양한다는 전략입니다. 많은 이커머스 업체들은 조금이라도 저렴해 보이기 위해 할인쿠폰을 경쟁적으로 붙이고, 검색포털 최저가에 노출되기 위해 남는 게 없더라도 저가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당장 방문자가 늘고 거래액이 늘어 보이지만, 할인쿠폰을 보고 온 고객들이 충성 이용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에 티몬은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가져와 잘 보이는 위치에 노출시켜주고, 단 시간 내에 판매량을 확 높이는 전략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마치 홈쇼핑처럼 짧은 시간 내에 매력적인 상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식으로 이용자들을 끌어 모으는 방식입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홈쇼핑 대비 저렴한 수수료로, 단 시간 내에 원하는 만큼의 판매고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더 낮은 금액으로 상품 공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티몬이 할인쿠폰 등 자체적인 마케팅 예산을 태울 필요가 없어지는 셈입니다. 물론 이런 딜을 찾기까지는 티몬 내 영업조직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최 CFO는 “티몬이 폭발적인 성장을 해서 1등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1년 반 전부터 나름대로의 실속 있는 회사가 낫겠다는 판단 하에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상품을 가져오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영업조직이 힘든 건 맞지만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이 분명하고, 올해부터는 성과에 따른 확실한 보상을 해줄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티몬은 지난해 실적 관련, 영업손실이 전년 대비 줄고 거래액도 소폭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앞서 밝힌 대로 올 3월이면 흑자로 돌아서 이 금액을 마케팅과 직원들의 성과급 지금에 적절히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지난해 실속을 다진 결실이 이용자들의 월 구매횟수 증가로 이어지고, 영업손실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어 자신감도 붙었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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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티몬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타깃 하는 분야는 ‘윈도우 쇼핑’입니다. 특정 제품을 사려고 들어오는 고객보다는 “오늘은 뭐 가성비 좋은 상품 없나?”하는 호기심을 품고 오는 고객들을 끌어안겠다는 전략입니다. 다양한 타임특가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계획된 적자에서 계획된 흑자로 돌아서겠다는 티몬의 당찬 야심. 쿠팡과 네이버의 거센 공격과, 여전한 이베이코리아의 견고한 지위, 여기에 자본력과 오프라인 인프라를 갖춘 대형 유통사들의 이커머스 시장의 도전 가운데서 티몬의 전략은 과연 빛을 발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