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2일. 미국 뉴욕시의 한 행사장.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발머는 특유의 거대한 몸을 흔들면서 “더 이상 PC가 아니다. 윈도7...PC다”고 말했습니다. '윈도'가 아니라 '윈도7'이 브랜드란 당돌한 선언이었습니다.
호언장담을 하긴 했지만 당시 MS의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전작이던 윈도 비스타는 처참하게 실패했지요. 이용자들은 여전히 구형인 윈도XP에 집착했습니다. 후속 모델들이 시원찮은 때문이었습니다.
IT 시장 상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무게중심이 조금씩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었습니다.
당시 MS는 “Windws7 is my idea”란 슬로건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용자들과 함께 한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던 겁니다. 비스타 같은 ‘독불장군 OS’가 아니란 선언이었습니다.
■ 여전히 점유율 20% 넘어…잡스와 동시대에 탄생한 건 불운
베일을 벗은 윈도7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습니다. 인터페이스부터 전작들과는 차원이 달랐죠. 작업표시줄 고정, 에어로 기능, 창 흔들기 같은 세련된 기능들도 이용자들을 매료시켰습니다. 블루스크린 문제도 말끔하게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시장의 반응도 대단했습니다. 최고 히트작이었던 윈도XP의 인기를 가볍게 뛰어넘었습니다. 후속작인 윈도8이 나온 뒤에도 이용자들은 윈도7에 매료돼 있었습니다. 현재 주력 모델인 윈도10이 윈도7 점유율을 뛰어넘는데 4년이 걸렸을 정도입니다.
이런 인기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넷마켓쉐어에 따르면 윈도7 점유율은 26%에 이릅니다. 10년 묵은 OS란 점을 감안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수치입니다.
PC시대 최강자. 윈도7에겐 결코 어색하지 않은 칭호입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윈도7이 실력을 발휘하는 동안 시장의 문법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PC를 넘어 모바일 쪽으로 옮겨가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윈도7에겐 늘 ‘PC 시대의 마지막 황제’란 칭호가 따라붙습니다.
윈도7은 하필 ‘돌아은 장고’ 스티브 잡스와 전성기를 함께 했습니다. 그게 윈도7에겐 최대 불운이었습니다.
잡스는 윈도7 직후 아이폰3GS를 내놨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1월 아이패드, 6월엔 초기 아이폰 모델 중 최대 히트작으로 꼽히는 아이폰4를 연이어 공개했습니다. 이 때부터 ‘모바일 혁명’의 불꽃이 화려하게 타오르기 시작했지요.
‘윈도 최신 버전’보다는 아이폰 새 모델이 더 큰 뉴스거리가 됐습니다. 대중들은 (스티브) 발머 씨 대신, (스티브) 잡스 씨에게 열광했습니다. 윈도7이 희대의 걸작이긴 했지만, 바뀐 문법까지 대체하긴 힘들었습니다.
결국 MS조차 전통적인 윈도 판매방식을 버렸습니다. 윈도10부터는 ‘서비스로서 윈도(windows as a service)’란 새로운 방식이 도입됐습니다. 이제 윈도는 ‘낱개 판매’ 상품이 아니라 ‘구독형 상품’으로 바뀌게 됐구요
■ 우리가 알고 있는 PC 시대는 이제 저물어가나
PC시대의 마지막 황제 윈도는 1월14일 공식 수명을 다했습니다. MS는 더 이상 보안 패치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계속 쓸 순 있지만, 랜섬웨어를 비롯한 각종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놓이게 됐습니다.
윈도7의 종말과 함께 PC시대가 끝났다고 하긴 힘들 겁니다. PC는 여전히 모바일 기기가 대신하지 못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PC 판매량이 오랜 만에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줍니다.
하지만 윈도7의 사망과 함께 ‘우리가 알고 있던 그 PC시대’가 종말을 고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 팩을 구입한 뒤 PC에 깔아서 쓰던 그 시대는 이제 다시 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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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시대를 힘겹게 지켜냈던 윈도7에게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지워내는 심정으로 윈도7을 조용히 떠나보냅니다.
“아듀 윈도7. 내 추억 속의 멋진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