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 임명자가 첫 출근도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3일 오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사로 출근하려던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노동조합의 반발로 인해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돌아갔다.
이날 노동조합은 윤종원 기업은행장 임명자를 '함량미달 낙하산 인사'라고 강력 비판하며 자진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출근길 저지 투쟁에 함께 자리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허권 위원장은 윤종원 은행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낙하산 인사는 적폐라고 했다"며 "문 대통령과 정권에 누를 끼치지 말고 자진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금융노조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도 "자진사퇴를 강력히 요구한다"면서 "돌아갈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윤종원 신임 은행장은 "함량미달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려하고 걱정하는 바를 알겠지만, 중소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며 (은행장이 돼) 잘 키워나가겠다. 1만 4천여명의 일터이지 않느냐"는 말로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조원들이 강력히 반대하자 윤종원 신임 은행장은 "다시 오겠다"며 첫 출근을 하지 못한 채 돌아섰다. 돌아가는 길서 윤종원 신임 은행장은 현행 기업은행 부행장과 악수를 나누며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이번 은행장 인사가 철회될 때까지 출근저지 투쟁과 더불어 총파업까지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형선 위원장은 "총파업은 은행장 인사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임금단체협상 등의 사안을 함께 검토해 파업도 고려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김형선 위원장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임명 철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융산업노조와 함께 수위를 높인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금융노조 허권 위원장은 물론이고 새로 당선된 금융노조 박홍배 위원장 당선자, 한국노총 등도 이번 투쟁에 힘을 보탤 것"이라면서 "여당과 협의한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등의 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종원 신임 은행장과 개인적인 면담은 진행하지 않을 것이며, 정부나 청와대에서 인사와 관련한 논의를 원할 경우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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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53.2% 지분을 보유한 국책은행이다. 금융위원장이 은행장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23대~25대 기업은행장은 모두 기업은행 내부 출신으로 선임됐으나, 이번 26대 은행장은 관(官) 출신 인사가 선임됐다.
윤종원 신임 은행장 임명자는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재무부 저축심의관실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서기관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산업경제과장·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연금기금관리위원회 의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