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년 안에 마이너스금리...디지털화폐 발행 가능성 커"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 문홍철 채권전략 파트너장 전망

컴퓨팅입력 :2019/12/30 10:29    수정: 2019/12/30 11:21

한국이 10년 안에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채택하고, 마이너스금리 효과를 위해 디지털화폐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의 문홍철 채권전략 파트장은 지난 26일 서울 강남 업비트라운지에서 두나무투자일임 주최로 열린 '2020 주요국 통화정책'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문 센터장은 "늦어도 10년안에 한국도 유럽처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이너스금리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대해 예금 금리를 0% 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정책이다. 금리가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 오히려 보관료를 내야 한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보다 실물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유도해, 경기를 부양할 목적으로 쓰인다.

2015년 스웨덴이 세계 최초로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했고, 현재 유로존, 스위스, 덴마크, 일본 등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 문홍철 채권전략 파트장

문 센터장은 우리나라의 마이너스금리 도입을 전망하는 근거로 '잠재성장률의 한계'를 들었다. 인구, 생산성, 인플레이션이 금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인데, 이 세가지가 모두 성장동력을 잃었다는 진단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빨리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생산성도 규제로인해 막혀 있어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도 마이너스다. 이 세가지 요인이 마이너스면 마이너스금리가 올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문 센터장은 한국이 마이너스금리를 채택하면 디지털화폐를 도입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마이너스금리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디지털화폐 도입은 필수불가결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 제로금리나 마이너스금리로 경기부양에 나선 유럽국가들이 전 세계 어느 지역보다 디지털화폐 도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유럽중앙은행, 프랑스중앙은행, 스위스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문 센터장은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리면 은행에 돈을 넣어둘 수록 손해가 나는데 이 것을 인출해 지폐로 가지고 있으면 적어도 금리가 0%다. 이렇게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게 이득이 없다고 느낀 사람들이 다 현찰로 인출해버리면 마이너스금리 정책은 효과를 볼 수 없고 은행시스템이 망가질 수 있다. 디지털화폐를 도입해 현찰 사용을 막으면 일반적인 마이너스금리 시스템 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10년안에 마이너스금리 채택이 예상되는 우리나라도 디지털화폐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 디지털화폐에 대한 한국은행의 입장도 최근들어 크게 바뀌었다. 한국은행은 내년 조직개편을 통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구성할 계획이다.지난해 초만해도 "가까운 장래에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CBDC가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 같은 입장 선회는 유럽국가 중심으로 디지털화폐 도입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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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센터장도 이날 "한국도 마이너스금리를 하면 디지털화폐를 도입할 가능성 있다"며 "마이너스금리는 경제를 부양하려고 하는 것인데 화폐가 디지털화되지 않으면 효과가 안나기 때문에 당연히 디지털화폐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도 디지털화폐를 한다고 하는데 중국은 현찰로 암거래를 막으려는 목적이 크다. 우리나라는 유럽 국가들이 디지털화폐를 도입하는 상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