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구성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이 각국 중앙은행에 CBDC 도입을 권장하고 나선 데다가 유럽, 프랑스, 스위스, 중국 등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연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은은 27일 공개한 '2020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통해 'CBDC 연구 전담조직'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화폐로 기술적으로는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법정화폐라는 점에서 비트코인 같은 일반 암호화폐와는 다르다.
한은 관계자는 "조직 개편이 이뤄지는 내년 1월 경 CBDC연구조직이 구성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며 "기존 금융결제국 내 디지털혁신운영반이 다소 넓은 범위의 연구를 진행했다면 새로운 조직은 CBDC에만 역량을 집중하도록 꾸려질 예정이다"고 말했다.
CBDC연구조직은 디지털혁신운영반의 연구와 활동 결과를 이어 받지만, CBDC 분야에 선택과집중해 연구를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CBDC연구조직은 다양한 배경의 전문인력으로 구성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은 금융결제국은 이달 말일까지 디지털화폐와 암호자산을 연구를 담당할 박사급 연구인력 1명에 대한 채용 공고를 낸 바 있다. 이런 외부 인력 충원을 포함해 한은 내부 다양한 국에서 필요한 인력을 수급한다는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부에서 박사급 인력도 충원하고 있고 한은 내부 다른 국에서 IT분야 등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합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CBDC연구조직을 통해 주요국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BIS 등 국제기구의 관련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의 대응방안을 적극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단, 실제 CBDC 발행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해외동향 파악이나 파급력 분석을 넘어 우리나라가 CBDC 쪽으로 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발전된 대응방안을 만드는 게 CBDC연구조직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BDC 발행 여부에 대해서는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떤 여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것이지 CBDC 발행이 전제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CBDC전담연구조직 신설은 디지털화폐를 바라보는 한은의 입장이 크게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한은은 지난해 1월 발행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보고서'에서 "가까운 장래에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결론내렸다. 이어 2월 공개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는 "CBDC가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필요 없음'에서 '연구 강화'로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는 세계 각국이 CBDC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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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 사이의 조정을 맡고 있는 국제기관인 BIS의 아구스틴 카스튼스 사무총장은 지난 5일 미국 프린스턴대 연설에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글로벌 결제 시스템의 중심 자리를 지키려면 디지털 화폐 혁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럽중앙은행, 프랑스중앙은행, 스위스중앙은행, 중국민인은행도 각자 방식으로 디지털화폐 도입이나 프로젝트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