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제재에 유럽 국가들이 속속 이탈하면서 미국이 체면을 구기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포르투칼이 화웨이를 5G 상용화에서 배제하지 않기로 한 데 이어, 독일의 텔레포니카 도이치란트는 5G에 화웨이 장비 도입을 결정했다. 노르웨이의 텔레노어는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5G에서 화웨이와의 협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내년 5G의 본격 상용화를 앞두고 유럽에서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내년 1월 중국과 1단계 무역 합의를 앞둔 미국이 어떤 행보를 취할 지 주목된다.
■ 독일?노르웨이 등 화웨이 5G 장비 도입 결정
지난 11일 독일 업계 2위 이동통신사인 텔레포니카 도이치란트는 자국 5G 네트워크망 구축을 위해 화웨이와 노키아를 장비 공급업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마르쿠스 하스 텔레포니카 도이치란트 CEO는 지역 매체와 인터뷰에서 "아직 장비 공급업체에 대한 정부 허가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불확실성이 가능한 빨리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독일 내에서 화웨이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노르웨이 최대 통신사 텔레노어는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 5G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협력업체로서 화웨이와의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프랑스 대표 이통사인 오렌지의 스테판 리차드 CEO는 한 발 더 나아가 화웨이 보안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국회의원들에게 "중국산 안테나를 이용해 대화하면 모든 대화내용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도청당할 수 있다는 발상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외무장관은 지난 5일 자국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포르투갈은 5G 네트워크에 중국 기업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현재 포르투갈 업계 선두의 알티스 포르투갈은 지난해부터 화웨이와 함께 2020년 포르투갈의 5G 상용화를 목표로 협력하고 있다.
그동안 화웨이 배제 노선을 보였던 국가들의 변화도 엿보인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호주 브리즈번 크로스 리버 레일은 브리즈번 철도망에 사용되는 디지털 시스템을 위해 화웨이 장비를 이용, 2G GSM 네트워크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는 호주 정부가 화웨이 5G 장비에 대해 ‘고위험군 공급사’로 분류해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 행보다.
■ 미국 IT 기업들 “정부의 지나친 대중국 제재 기술 거래 침체 우려”
지난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무부가 지난 몇 달간 AT&T와 버라이즌 등 13개 미 이통사 및 반도체 제조사에 화웨이 제재 동참에 참여를 촉구해왔다. 하지만 미국 IT업계는 미 정부의 조치에 따를 경우 향후 '반독점법 소송'이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미 IT 기업이 국무부 요구를 거절한 것은 미 정부가 기업 간 거래 특성을 고려 않고 국가 간 갈등에만 치우친 제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FT는 미 IT업계 고위 임원을 인용해 "정부의 지나친 대 중국 제재는 세계 기술 거래를 침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글로벌 ICT 산업이 더 이상 불확실한 정치적 상황에 휩쓸리기 보다는 서비스를 이용할 고객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이를 근간으로 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막연한 사이버 보안 우려와 협박이 유럽 이동통신사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며 “독일 등 유럽의 국가들은 5G에 대해서 증거 기반의 객관적으로 접근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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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들은 기업의 미래를 위해 정치가 아닌 고객 이익에 기초한 합리적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내년 5G 관련 28GHz와 스탠드얼론 사업 등이 예정된 한국에서도 다시 한 번 화웨이를 생각해봐야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30%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기록, 2위 업체를 7%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