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이 뭐길래...동의 안하면 카카오페이 송금 불가

"핀테크 비용 절감위해 소비자 선택권 해친다" 지적

금융입력 :2019/12/23 14:41    수정: 2019/12/23 16:43

지난 20일 카카오페이를 사용하는 이지은㉜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친구가 보내 온 돈을 받으려고 하니 '오픈뱅킹 서비스 이용에 동의하라'는 문구가 뜬 것이다. 미동의 버튼도 없었으며 동의하지 않으면 돈을 받을 수 없었다.

이 씨는 "오픈뱅킹이 뭔지 잘 알지 못하는데 동의를 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며 "결국 친구가 송금을 취소해 은행 계좌로 직접 돈을 받아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핀테크 업체가 오픈뱅킹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간편송금·이체를 위해 오픈뱅킹 서비스 이용 동의를 받고 있는데, 동의 없이는 종전과 같은 간편송금과 이체 서비스를 쓰기 어려운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현재 오픈뱅킹 서비스에 참여 중인 핀테크 중 간편송금과 이체 서비스를 지원했던 카카오페이와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대표적이다. 실제 카카오페이를 통해 돈을 송금하거나 돈을 받기 위해선 오픈뱅킹 서비스 이용 동의를 반드시 해야 한다. 동의 전에는 서비스를 쓸 수 없다.

카카오페이와 토스가 받고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 약관 동의.(사진=지디넷코리아)

토스의 경우에는 기존과 신규 고객에게 모두 동의를 받고 있다. 다만 기존 고객들은 오픈뱅킹 이용 동의를 하지 않아도 간편송금과 이체는 가능하다.

카카오페이 측은 "카카오페이 머니 충전 및 송금 서비스에 오픈뱅킹 시스템이 적용돼 있어 약관 동의를 해줘야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며 "필수 동의 항목이다"고 설명했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기존 펌뱅킹 출금 이체 동의 고객과 신규 고객 대상으로 오픈뱅킹으로의 변화에 대해 안내하고 동의를 받고 있다"며 "오픈뱅킹을 모르는 고객들의 문의가 많아 공지를 띄우고 있으며, 뒷단 출금 이체 시스템이 펌뱅킹에서 오픈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로 바뀌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핀테크 업체이자 오픈뱅킹 서비스에 합류한 핀크만이 별도 동의 없이 원활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핀크 측은 "가입 후 휴대전화 기반의 하나은행 가상 계좌가 생성돼 이를 통해 일 한도 50만원까지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 있다"며 "오픈뱅킹을 연결하지 않아도 앱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 핀테크 업체는 은행 계좌를 연결해 간편송금과 이체 서비스를 해왔다. 과거까지 이용됐던 것은 은행과 핀테크 업체 간 직접 계약을 통한 '펌뱅킹'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지난 18일 오픈뱅킹 서비스가 전면 실시되면서 '오픈 API'를 통해 핀테크 업체가 이체를 수행하게 됐다.

핀테크들에게는 펌뱅킹에 비해 오픈API를 통한 이체 시, 수수료가 적다보니 무조건적으로 고객들에게 이용 동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핀테크가 펌뱅킹을 통해 출금 이체를 할 경우 500원, 입금 이체를 하면 400원의 수수료가 들지만 오픈뱅킹을 통할 경우 이 보다 10분의 1 적은 각각 50원과 40원이 든다.

그러나 거론된 핀테크가 모두 오픈API를 통해 이체를 하는 것도 아니다. 펌뱅킹과 오픈API를 병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오픈뱅킹 서비스 미동의 시,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해치는 행태로 풀이된다.

토스 측에서도 밝혔듯, 오픈뱅킹이 어떤 것인지 이를 동의할 경우 어떤 점이 바뀌는 지 아는 고객은 많지 않다. 핀테크 업체들의 이체 프로세스가 바뀜에 따라 고객에게 사전고지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일이지만 사전 설명이 충분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또 오픈뱅킹을 활용한 서비스를 내놓지도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핀테크 업체가 비용적 측면에서만 고객을 바라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A은행 관계자는 "결국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 핀테크의 목적인데, 아예 소비자의 선택을 침해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B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을 통한 자산관리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 출시가 소비에게 돌아가는 편익일텐데, 현재는 그런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는 곳도 많지 않다"며 "비용적 측면에서 접근한 결과며, 정책 추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비판했다.

무조건적 동의로 금융플랫폼이 독점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8월 기준 누적사용자 수는 3천만이다. 카카오톡서 손쉽게 접근해 송금을 할 수 있어 송금 사용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카카오톡 이용자는 5천만명으로 추산된다. 토스의 이달 기준 사용자 수는 1천600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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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은행 관계자는 "지난 18일 오픈뱅킹 전면 실시 이후 핀테크 업체에서 은행으로부터 오픈API를 제공해달라는 요청 건이 급격히 늘었다"며 "알고 보니 무조건적인 동의가 있어야 했기 때문인데, 결국 대형 플랫폼사들이 이를 독점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금융혁신과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핀테크들이 오픈API만을 사용하는 쪽으로 가려고 한다"며 "동의를 받지 않는다해서 서비스 이용 제약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