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회장 3파전 되나?...주말께 윤곽 나올 수도

전직 관료-OB-사내 각 군(群)별로 1명씩 추릴 듯

방송/통신입력 :2019/12/17 17:33    수정: 2019/12/18 17:03

KT 회장 후보가 37명에서 9명으로 압축된 가운데 다시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차 심사에서 압축된 9명의 후보군은 크게 전직 관료, 전직 KT 임원, 사내후보자 등 3개 군으로 나뉘며, 이번 주 회장후보심사위원회(위원장 김종구)가 면접 등 개별 평가를 통해 각 군별로 한 명씩을 추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T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17일 “당초 이달 말까지 2차 후보자를 대상으로 면접해 다시 압축한 뒤 이사회에 올려 최종 1인을 주주총회에 추천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빨라져 이번 주말께는 2차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의 윤곽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1차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는 ▲구현모(56) 커스터머&미디어부문 사장 ▲김태호(60) 전 KT IT기획실 실장 ▲노준형(66) 전 정보통신부 장관 ▲박윤영(58) 기업사업부문 부사장 ▲윤종록(63) 전 미래과학창조부 2차관 ▲이동면(58) 미래플랫폼사업부문 사장 ▲임헌문(60) 전 KT매스총괄 사장 ▲최두환(66) 전 KT 종합기술원 원장 ▲표현명(62) 전 KT T&C 부문 사장(이상 가나다순) 등 9명이다.

왼쪽 위부터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 사장, 박윤영 기업사업부문 부사장, 이동면 미래프랫폼사업부문 사장, 김태호 전 KT IT기획실장,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임헌문 전 KT매스총괄 사장, 최두환 전 KT 종합기술원장, 표현명 전 KT T&D 부문 사장, 윤종록 전 미래부 2차관

■ 2차 후보자 출신과 지역 안배 고려

KT는 2차 후보 9명 중 1명은 본인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했으나 본지 취재 결과 윤종록 전 미래부 2차관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직 정보통신(ICT) 담당차관이면서 KT OB(부사장)인 윤 전 차관은 주변에 “2차 후보 대상자에 오른 만큼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차 후보 9명은 전직 관료 ‘노준형-윤종록’, 전직 KT 임원 ‘김태호-임헌문-최두환-표현명’, 사내후보 ‘구현모-박윤영-이동면’ 등 3개군으로 나뉜다.

이 관계자는 “윤 전 차관이 공직에 있었던 시간보다 KT에서 몸담고 있었던 기간이 길어 전직 KT 임원으로 봐야 하지만 전현직 임원과 관료, 지역 안배 등을 고려해 구도 상 전직 차관으로 해석하는 게 맞을 듯하다”며 “그런 고려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차 후보심사 때 광주 출신이자 고위 관료출신인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컷오프 된 게 이러한 구도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당초 5명 남짓이 될 것이라던 2차 후보심사 대상자가 9명으로 늘어난 것도 각 군별 배분을 신경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1차 심사 때와 달리 보안 강화

후보가 9명으로 좁혀짐에 따라 후보자나 이를 심사하는 회장후보심사위원회 모두 1차 심사 때와 달리 외부 노출이나 평판에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KT의 한 전직 임원은 “윤종록 전 차관이 비공개 요청을 한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이전 정권에서 차관을 지냈다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어 내는 것을 경계한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보자가 9명이나 되다보니 최근에는 2차 심사 면접을 앞두고 이틀에 걸쳐 진행될 경우 앞서 면접을 본 후보들이 불리할 것이란 신경전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KT가 과거와 달리 처음으로 지원자 인원을 공개하고, 본인들의 동의를 얻어 2차 후보자 명단 공개에 나선 것도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기 위함이지만, 심사평가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보안이 강조되고 있다.

때문에 1차 심사 때 김대유 지배구조위원장을 통해 심사 원칙 등이 공개되기도 했지만, 김종구 회장후보심사위원장의 경우 보도자료를 통해 “남은 회장 선임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만 밝힐 뿐 말을 아끼는 상태다.

■ 2파전에서 3파전으로

KT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관료나 전직(OB) 가운데에서는 노준형 전 장관과 임헌문 전 사장이 많이 거론된다. 사내후보로는 이동면 사장이나 박윤영 부사장 가운데 한 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고위 관료 1인-OB 1인-현직 1인’으로 3파전의 구색을 맞추고 이사회에서 최종 1인을 선정하는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는 것.

회장후보심사위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5G, 인공지능(AI), IoT 등을 망라한 미래 '비전'과 경영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선도적 투자와 재난 대응 같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또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시작으로 SK텔레콤(SK브로드밴드)과 티브로드의 인수합병 등 방송통신 시장의 구조개편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본격화되는 시점이어서 이를 진두지휘할 용장이 향후 CEO의 덕목으로 꼽힌다.

대내외 환경이 안갯속인 형국에서 누가 '위기의 KT'를 구할 수 있는 적임자일 것이냐는 얘기다.

KT의 현재 조직에 대한 이해도나 노조와 관계가 원만하고 추진력이 강한 측면에서는 KT OB인 임헌문 사장이 우선 거론된다. 임 사장이 KTF 시절부터 마케팅을 담담해오며 유무선 사업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KT가 민영화 된 이후 연임에 성공한 CEO가 정권의 입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세대교체를 하는 경우”라면서 “이번엔 낙하산 인사가 아닌 투명한 공모를 통해 KT 출신이 CEO가 되는 걸 바라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KT의 인수합병 발목을 잡고 있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나 K뱅크의 대주주 전환 이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요금인하 이슈 등 정책 이슈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물로는 국가 정보통신 정책을 총괄해본 노준형 전 장관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과거 정보통신부 때부터 초고속인터넷망 도입, 정보화촉진계획, 사이버코리아21, IT839 등 국가 ICT 미래비전을 실현시켜왔다는 점도 노 전 장관을 부각시키는 요인이다.

KT의 전직 임원은 “이석채 회장이 재판 중인 비리 여부는 차치하고 취임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KT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던 KTF와의 합병을 신청하고 5개월도 채 되질 않아 합병법인을 출범시켰다”며 “또 과거 케이뱅크의 주주구성에서 KT가 보여줬던 역량을 감안하면 외부의 힘 있는 인물이 CEO로 선임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KT 현직 임원 중에서는 구현모 사장과 이동면 사장, 박윤영 부사장이 고른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현모 사장은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첫 비서실장을 맡았던 인물로, 경영과 개인 부문을 맡아왔다. 현재는 KT의 신성장 분야인 미디어 부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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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면 사장과 박윤영 부사장은 전자공학과 토목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사내에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나 후보자 중 가장 젊다는 점에서 세대교체의 기수로 꼽힌다.

박 부사장은 특히 사내 후보 프리젠테이션에서 전문가적 식견과 경영 방향에 관한 평가에서도 후한 점수를 얻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더구나 기업부문 사업을 맡아 우량한 영업실적을 올린 바 있어 친화력과 리더십을 갖춘 세대교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