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은 16일 서울 강남구 넥슨아레나에서 2019 게임문화 융합연구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게임이 인간과 사회, 문화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가를 되새기기 위해 준비된 이번 심포지엄은 게임과 인간, 게임과 사회, 게임과 문화 등 세 분류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융합을 공통 키워드로 박성희 좋은스포츠 대표, 이성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고려대학교 구민모 교수, 중앙대학교 위정현 교수, 성신여자대학교 이형민 교수,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 카톨릭대학교 윤혜영 교수, 한국과학기술원 도영임 교수, 윤태진 연세대학교 교수가 자리해 각자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박성희 좋은스포츠 대표는 '장애인 e스포츠 경기 연구'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장애인 e스포츠를 신체적 정신적 장애등급별로 게임 등을 매개로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라며 기존 스포츠, e스포츠와 장애인 e스포츠는 게임을 매개된 신체활동으로 개인의 자아실현을 이루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박성희 대표는 과거 장애인 e스포츠 선수가 활약한 사례를 언급하고 e스포츠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신체적 제약성 없이 동등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또한 장애인 e스포츠는 장애인의 신체, 사회성, 인간성, 지식의 확장을 가능케 하며 이는 장애인의 인간의 확장으로 이어진다고 부연했다.
박 대표는 전국특수학교 e스포츠 교육을 하는 학교가 29개에 그쳤으며 이 중 대부분은 방과 후 교실 형태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설문에 따르면 장애인이 e스포츠 활동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게임 자체가 좋아서(32.20%) 였으며 e스포츠를 시작할 떄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타인은 집(45.60%)을 꼽았다. 아울러 e스포츠를 즐기면서 얻는 가장 큰 혜택으로는 스트레스 해소(41%)와 심리적 만족감(37.70%)가 가장 많은 응답을 이끌었다.
박성희 대표는 장애인 e스포츠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방안으로 전담 조직의 구성을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유관기관의 협력과 IP 홍보가 필요하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박성희 대표는 "e스포츠는 단순한 게임 활동이 아니다. 스포츠화된 콘텐츠를 즐기는 경쟁이며 인간 감각의 확장을 이끄는 활동이다"라며 "때문에 장애인 e스포츠는 큰 의미를 지닌다"라고 말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상규 연구원은 '게임 생산자의 노동 연구'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상규 연구원은 "주52시간제 도입과 게임업계 노조 설립 등 노동환경을 둘러싼 조건들이 변화하는 가운데 게임 생산자 및 노동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라며 이번 연구의 목적을 설명했다.
그는 "게임산업 구조가 모바일 오픈마켓 도입 이후 글로벌 경쟁이 격화됐고 중국 모바일게임의 국내 추격이 시작됐다"라며 "관행적으로 존재하던 잦은 이직, 모바일게임 시대 시장 경쟁 격화 속에 고용불안정성 문제는 심화됐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평균임금은 높은 편이지만 일부 열악한 중소기업 종사자나 처우가 낮은 직군에 속한 이들은 낮음 임금과 임금체불, 야근, 초과근무 등의 문제를 겪는다"라고 말하고 "업계 특유의 크런치, 초과근무 등의 관행으로 게임업계인의 일상이 불안정성을 띄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크런치모드가 있었다는 응답을 한 이는 전체의 60%였으며 연간 평균 발생 횟수는 7.3회에 지속일은 평균 16일로 나타났다. 직군별로는 기획이 74.7%, QA·운영·CS가 63.4%였다.
게임업계의 노동 불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나타난다고 강조하고 회사 규모, 경력과 성별에 따라 노동 안정성에 차이가 나타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또한 산업구조 혁신을 통한 경쟁력 제고와 이를 위한 제작관행 개선을 강조했다. 또한 생태계 다양한 확보 및 경제력 제고와 사회전 인식 개선을 비롯해 게임생산자의 성찰을 통한 자기 인식개선 및 정부 및 공공부문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처우 개선과 취약 직군에 대한 사회적 안정망 확충 및 근로시간 단축제도 안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인적 역량 강화를 위해 전공생화 현업 종사자를 위한 차별화된 교육훈련 커리큘럼 개발 및 실효성 제고도 주문했다.
구민모 고려대학교 교수는 '게임이용자와 비이용자간 인지정서 및 뇌파 비교 연구'를 발표했다.
구 교수는 게임의 효과를 심리적 효과, 인지적 효과, 기능적 효과로 구분해서 설명했다. 심리적 효과에서는 즐기는 게임에 따라 친사회성 증가와 스트레스 해소 및 자존감 향상 효과를 가져 오지만 일시적으로 폭력성과 공격성이 증가하는 경향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한 메타분석 결과를 소개하며 "게임이 심리적 기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만 그 효과크기는 작은 수준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구 교수는 게임의 인지적 효과에 대한 실험 연구를 위해 다섯 가지 실험 연구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게임을 하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손가락 운동 능력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중년집단이 경계주의와 BART 검사에서 우수하게 나타났다고 말하고 액션장르를 주로 즐기는 이들의 오른손 손가락 운동 검사에서 더 우수하게 나타났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여가활동으로서 게임의 심리적 효과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구민모 교수는 "해당 연구는 10가지 심리척도를 적용해 진행됐으며 그 결과 여가 활동이 유지 활동 및 생산 활동에 비해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력이 유의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성인의 경우 하루 게임 시간이 3.5~4시간까지는 스트레스 수준이 감소했고 그 이상은 스트레스 수준이 증가했다"라며 "이 시간을 기점으로 적게 즐기는 이와 많이 즐기는 이는 게임을 즐기는 이유가 다르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게임이 여가활동이라는 인식 전환을 위한 홍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건강한 게임 활동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해야 한다"라며 "새로운 개념의 게임 개발을 위한 제도적, 기술적, 학술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중앙대학교 위정현 교수는 '경험경제, 경로의존성, 그리고 게임문화와 플랫폼 변화'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위정현 교수는 우연히 선택된 선행경로가 후행경로를 제약하는 경로의존성과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이 게임 산업에 간섭을 미치는 효과를 언급하고 한국 게임 플랫폼과 게임 문화에서는 이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 교수는 "이를 통해 플레이하는 게임이 아닌 시청하는 게임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e스포츠와 유튜브 같은 영상 콘텐츠 소비 경험을 통해 보는 게임이 활성화 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보는 게임으로의 변화는 게임개발, 유통, 사용자 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방치형 게임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 등장했다는 것으로 알 수 있으며 게임 개발 전반에 충격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라며 "게임 스트리머, e스포츠 등 새로운 산업 생태계와 게임산업의 융합 현상도 주목해야 한다"라고 부연했다.
성신여자대학교 이형민 교수는 '게임 질병코드 도입 이후 예상되는 편견 및 사회적 낙인에 대한 영향 연구'를 소개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가 국제질병분류코드 11차 개정안에 게임 질병코드를 도입한 이후 예상되는 인식 및 사회적 낙인에 대한 실증적 자료 수집 및 분석을 위해 진행됐다.
이형민 교수는 "게임 질병코드 도입 이후 게임 중이용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 인식이 생길 수 있으며 특히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라며 "게임 질병코드 도입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음성적인 치료 또는 치료 기피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게임이용장애 치료 기록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게임 질병코드 도입 이후 한국 사회에서 사회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게임에 대한 편견이 생기게 되면 게임 광고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게임 구매 의도와 게임 추천 의도에도 영향을 미쳐 게임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임 인식 패러다임의 변화 - 빅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를 발표한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는 게임은 문화라는 담론이 언제부터 생겼는지를 데이터 분석을 통해 분석했다.
김 대표는 2008년 11월 WCG를 기점으로 온라인상에서 게임 문화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형성됐으며 이후 쿨링오프제, 게임중독법, 질병코드 논란의 대응 담론으로 게임은 문화라는 이야기가 언급됐다고 말했다.
또한 "게임 및 산업에 대한 뉴스 언급량은 점차 증가했고 2012년에 209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매년 100건 이상 언급됐다. 특히 게임과 가족을 동시에 언급하는 사례는 2010년대 이전까지는 미미했으나 이후 점증세에 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도훈 대표는 "게임문화 2.0 시대에 게임 이상으로 소통이 중요하다.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유통하고 리뷰하는 이들과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한 시대다. 게임플레이 전후로 일어나는 소통 과정 모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며 "그간 게임을 너무 산업 관점에서 바라봤다. 게임이 가족 단위의 소통 매개로 중요해지고 있다. 세대간 소통과 디지털 소통 및 청소녀 사회와, 다양성 교류 등이 게임의 담론적 기능이다"라고 말했다.
가톨릭대학교 윤혜영 교수는 ‘게임의 진동과 트랜스미디어의 스펙트럼’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복잡하고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트랜스미디어 현상 속에서 게임이라는 미디어가 차지하는 위치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진행됐다.
윤 교수는 “게임은 모든 미디어 중에 가장 융합적인 미디어이며 가장 참여적인 문화를 가진 미디어이기도 하다. 이런 미디어가 왜 트랜스미디어 담론에서 소외되고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디어 내에서 게임은 대단히 고립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느꼈다. 개별 미디어의 외적 성장보다는 산업과 산업, 미디어와 미디어, 개발자와 사용자의 연결을 통한 내적 성숙과 다양성을 담보로 한 발전이 필요하다”라며 “IP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법제도 지원과 게임의 트랜스미디어 인력 양성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한국과학기술원 도영임 교수는 ‘게임의 예술성 연구’를 발표했다.
도영임 교수는 “창작자 역량과 지위 강화를 위해 융합 및 협업 프로젝트 제작 인프라를 지원하고 예술적 게임 창작과 전시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게임 예술 비평을 확산하기 위해 오프라인 게임예술 잡지 창간과 게임예술 채널 구축을 지원하고 질 높은 비평 창작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후속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용자 게임 예술 리터러시 배양도 고려해야 한다. 게임을 통해 예술 감수성 교육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이용자의 예술적 경험 평가 지표가 포함된 이달의 우수게임 추천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세대학교 윤태진 교수는 "게임문화 3.0연구: 게임 문화 매개자의 등장과 확산에 따른 새로운 게임 문화 분석"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윤태진 교수는 "전통적인 게임문화 매개자는 게임전문 기자와 평론가, 정책 담당자와 e스포츠 관계자를 꼽을 수 있다"라며 "옛 언론과 비평의 권력은 일인방송 크리에이터로 이동했다. 언론은 전문화와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유튜브 채널을 신설하는 등 크리에이터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펼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게임 분야에서는 소비자의 영향력이 타 산업에 비해 크며 이로 인해 언론이 이들을 배려하는 자세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 소수 이용자가 과잉 대표되는 경향도 드러난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게임 관련 정책과 게임 전문 언론은 불가피하게 산업지향적 성격을 띄며 이는 문화 분야의 정책은 가시화되기 어렵다는 본질적인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e스포츠는 기존 게임 산업과 구분되며 게임 이용자와 e스포츠 참여자가 분리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리그 운영 및 방송 제작 과정에도 다양한 권력관계가 발견된다는 발표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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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산업에서 부각되고 있는 크리에이터의 향후 행보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윤태진 교수는 크리에이터의 힘은 이용자로부터 나오며 정보 생성에 대한 통제권을 크리에이터와 이용자가 공유하는 형태가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단 크리에이터가 시청자와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하지만 크레이에터의 직업, 업계면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대중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며 발표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