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자회사 중심 알뜰폰 시장...LGU+ 인가조건 약될까

인가사업자보다 도매대가 조건 개선돼...과거 CJ헬로 요구사항도 모두 반영

방송/통신입력 :2019/12/17 10:53    수정: 2019/12/17 10:54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로 알뜰폰이 이동통신 3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정부가 내건 LG유플러스의 알뜰폰 관련 인가조건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지 주목된다.

특히, 인가조건에 알뜰폰의 5G·LTE 도매제공 확대, 종량제 데이터 대용량 사전 구매와 유·무선 상품 동등결합할인 허용, 단말 구매 대행 등 그동안 알뜰폰 업계의 요구사항이 대거 반영돼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CJ헬로가 LG유플러스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이통 자회사 알뜰폰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4.0%다. 1위 사업자인 CJ헬로의 매출 점유율 23.6%를 포함해 2위부터 4위까지 점유율은 물론 후불 가입자 기준으로 모두 이통 자회사 알뜰폰 사업이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과기정통부 역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인가조건에 대부분 경쟁 여건 개선을 위한 알뜰폰 정책을 내걸었다.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사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알뜰폰 경쟁이 위축될 것이란 고민을 담은 것이다. 또 여기에는 정부와 사업자들이 암묵적으로 유지했던 '1MNO(통신사) 1MVNO(알뜰폰)' 정책이 사실상 유명무실화 되면서 활성화 정책이 필요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 LGU+, 사실상 도매제공 의무사업자 추가 지정

정부는 LG유플러스에 모든 LTE와 5G 요금제를 도매로 제공하라는 조건을 걸었다. 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조차 5G 요금제 도매제공은 의무 사항이 아니다.

또 LG유플러스는 LTE 요금제 도매대가를 SK텔레콤보다 4%포인트 인하해야 하고, 종량제 요금제 도매대가는 데이터의 경우 1MB당 3.4% 인하, 음성통화는 1분당 3% 인하 조건을 받게 됐다.

독립계 중소 알뜰폰 회사가 자체 요금 설계를 위해 데이터 선구매 할인 제공도 LG유플러스를 통해 도입됐다. 월 10TB에 6.0%, 월 20TB에 8.2% 할인율을 제시하면서 중소 알뜰폰 회사에 구미가 당길만한 카드를 꺼냈다.

이와 함께 모바일 다회선 할인, 유무선 결합할인 동등제공, 5G 단말제공 등을 인수 인가 조건에 포함시키면서 사실상 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보다 강력한 조건이 부여됐다는 평가다.

■ LGU+ 인가조건, 도매시장 경쟁에 불 붙였다

LG유플러스에 주어진 조건이라면 중소 알뜰폰 회사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나서 대신 협상에 나서 얻어진 도매대가보다 싼 요금 구성이 LG유플러스 망을 임대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도 이같은 알뜰폰 도매제공 조건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SK텔레콤, KT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입자가 적기 때문에 동일한 양의 주파수와 기지국 장비가 구축된 경우 네트워크 트래픽 여유가 남는 편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무선 네트워크를 통한 소매 요금 매출 외에 도매제공으로 인한 매출 비중이 1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가운데 이것이 확대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이처럼 CJ헬로 인수 조건을 내세워 공격적인 도매 영업에 나선다면 이를 대응하기 위한 경쟁사의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 예컨대 KT가 한차례 좌절됐지만 추가로 자회사를 통한 알뜰폰 사업에 다시 나설 가능성도 있다.

■ 알뜰폰 경쟁력 확대 vs 구도개편 가능성은 남아

이통 자회사 알뜰폰이 집중되면서 독립계 알뜰폰 경쟁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방향이 중소 알뜰폰 회사에 일부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 중소 알뜰폰 회사 관계자는 “수년간 요구해온 벌크 데이터 구매나 도매대가 추가 인하가 사업 전략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며 “3G 서비스도 종료되면 5G 요금제나 LTE 판매 비중 강화로 탈출구 전략이 필요했는데 CJ헬로 인가 조건으로 일부분 해결될 실마리가 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통 자회사 중심으로 시장 구조가 재편되면서 규모의 경제 싸움은 힘들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때문에 LG유플러스의 인가조건이 긍정적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알뜰폰 시장도 구도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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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가입자를 모아야 다음 단계의 사업 경영 전략을 짜고 최소한의 규모 경쟁을 할 수 있는데 헬로모바일이 이통 자회사로 편입되면 규모의 격차가 더 벌어져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우려가 크다”며 “오히려 이통사들이 알뜰폰 회사를 인수해주는 기대를 걸어야 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과기정통부는 이통 자회사 가입자 점유율 50% 제한은 유지하겠다는 방침인데 2022년 전에 독립계 알뜰폰보다 자회사 알뜰폰의 성장이 더욱 빠를 수 있다”며 "전파사용료와 같은 알뜰폰 지원 정책을 차등하려는 것도 이러한 부분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