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만들고 정부가 망친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이슈진단+] 대한민국 전기차 결산 ② 혼란 가득 충전방해금지법

카테크입력 :2019/12/11 15:06    수정: 2019/12/11 16:15

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 모델 3가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3월 열린 2019 서울모터쇼에 국내 최초로 모델 3를 전시했고, 차량 고객 인도는 8개월 후인 지난 11월부터 시작했다.

카이즈유 수입 신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 3는 지난 11월 한 달간 국내에서 1천207대가 등록돼 전체 4위에 올랐다. 모델 3 때문에 테슬라는 브랜드별 판매에서 사상 최초로 5위에 자리하게 됐다.

모델 3 투입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 활기를 띈 반면, 아직까지 정부는 전기차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정착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했다. 법안에 대한 지자체 해석이 엇갈리면서, 해당 법이 유명무실 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올해 전기차 시장에서 눈여겨 볼 만한 점은 배터리 3사(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영향력 확대다. 배터리 셀 계약을 연장하거나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을 구축하는 등 신형 전기차 판매와 생산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올해 전기차 이슈를 차량판매,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문제, 배터리 업체 영역 확장 등으로 정하고, 해당 이슈별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리해본다. [편집자주]

경기도 시흥하늘휴게소에서 지디넷코리아가 직접 발견한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위반 사례 (사진=지디넷코리아)

■법 시행 1년 넘고도 우왕좌왕 하는 지자체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시행령 개정안’이라고 불리는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은 지난해 9월 21일 본격 시행됐다.

하지만 이 법은 시행부터 문제가 있었다. 일반 지자체가 해당 법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었고 법 시행을 위한 준비가 전혀 되지 못했다. 결국 각 지자체별로 별도 유예 기간을 뒀다.

수도 서울은 해당 법의 유예기간을 두 차례 연기한 끝에 올해 4월 1일부터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단속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서울시 내에서 해당 법은 이미 유명무실된 상태다. 일반 시민이 서울시를 통해 공공 전기차 급속충전소에 일반 차량이 주차된 모습을 신고해도 소용없다. 서울시는 단속이 어렵다는 이유로 충전방해금지법 위반 차량에게 경고 또는 권고 수준의 메시지만 보내고 있다.

스타필드 고양 지하2층 주차장 내 공공 전기차 충전소에 주차된 검은색 그랜저의 모습이다. 이는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위반에 해당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같은 문제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 9월 24일 경기도 시흥시 시흥하늘휴게소와 이달 15일 경기도 고양시 스타필드 고양 쇼핑몰 등 총 두 곳에서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위반 행위를 목격했다. 이같은 행위를 직접 촬영해 시흥시와 고양시에 각각 ‘생활불편신고’ 앱을 통해 신고했다.

그러자 결과는 상반됐다. 시흥시는 신고 접수 후 20일만에 답변을 내놨다. 위반 사항에 해당돼 차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기차 충전소에 주차한 일반차량이나 충전 없이 무단 주차한 전기차는 충전방해행위로 간주돼 과태료 10만원을 부과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고양시는 스타필드 고양이 대통령이 정한 판매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 시설 내 전기차 충전기에 일반차가 주차돼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제18조의4항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에 해당되는 지역이 표기됐다. 이중 스타필드 고양과 같은 판매시설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도 단속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고양시는 스타필드 고양이 판매시설이 아니라는 단순한 법 해석 때문에,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단속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충전방해금지법 개선 약속한 산업부, 2개월째 개선안 발표 없어

지디넷코리아가 취재한 결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최남호 제조산업정책관 등은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의 심각성과 개선 조치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윤모 장관은 지난 10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30 미래자동차 국가 비전’ 브리핑 현장에서 “내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할 전기차 통합유지보수 계획에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이 포함된다”라고 설명했지만, 어떻게 법을 개선할지에 대한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최남호 제조산업정책관은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에 대한 자료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 이에 대한 자료는 존재하지 않았다.

강원도 원주시 치악휴게소에 위치한 전기차 공공급속충전기 (사진=지디넷코리아)

성윤모 장관과 최남호 제조산업정책관의 대응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힘겹게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지자체와 전기차 오너 등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두 달이 넘도록 어떻게 법을 개선할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주무부서의 소극적인 대응이 계속 이어지면서, 오늘날 전국에 있는 일부 전기차 공공 급속충전기와 아파트 내 충전 시설 등에는 일반 차량 주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국회가 만든 법을 정부가 망쳤다는 이야기까지 오고 갈 정도다.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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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은 지난 2017년 8월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으로, 전기차의 충전을 방해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법이다.

현재 해당 법을 위반하게 될 경우 과태료는 ▲일반자동차가 전기차 충전시설에 주차한 경우 10만원 ▲충전구역 내, 충전구역 앞, 뒤, 양 측면에 물건 등을 쌓거나 주차한 경우 10만원 ▲환경친화적 자동차 충전시설 주변에 물건 등을 쌓거나 충전을 방해한 경우 10만원 ▲충전구역의 진입로에 물건 등을 쌓거나 주차하여 충전을 방해한 경우 10만원 ▲충전구역임을 표시한 구획선 또는 문자 등을 지우거나 훼손한 경우 20만원 ▲환경친화적 자동차 충전시설을 고의로 훼손한 경우 20만원 ▲급속충전시설에서 충전을 시작한 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고시한 시간이 경과한 경우 10만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