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현 방심위원장 "혐오 표현은 폭력…사회 장벽 없애야"

방심위, 獨 청소년미디어보호위원회와 '2019 한독 국제콘퍼런스' 공동 개최

방송/통신입력 :2019/11/27 15:10

“30년 전 동서냉전의 상징이자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과 자유를 제한하던 베를린 장벽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현재 한국과 독일 양국 사회는 혐오표현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장벽을 마주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 보호의 관점에서 혐오 표현을 예방하고 효과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강상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은 독일 청소년미디어보호위원회(KJM)과 공동으로 주최한 '혐오를 넘어 공존의 사회로' 국제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하며 혐오 표현은 표현의 자유로 포장될 수 없고, 혐오를 근절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심위는 27일 오후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독일 KJM과 공동으로 기획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KJM은 독일 청소년미디어보호국가협약에 따라 민영방송 및 텔레미디어의 유해콘텐츠로부터 어린이·청소년과 인간 존엄을 보호하기 위해 16개 주가 공동으로 설치한 법정 위원회다.

강상현 방심위원장 (사진=지디넷코리아)

이번 국제 컨퍼런스는 2016년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이뤄진 첫 협력이다.

강상현 방심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타인을 향한 적대적인 혐오 표현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특히 미디어를 통해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혐오표현은 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노리고 있고, 이들은 손쉽게 표적이 되며 상처를 입는다"며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이지만, 혐오 표현은 또 다른 폭력이고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방심위는 독일 KJM과 미디어에서 나타나고 있는 혐오 표현과 유해한 콘텐츠를 막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며 "두 위원회가 혐오표현의 예방과 대응을 함께 모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볼프강 크라이씨히 독일 청소년미디어보호위원회 위원장 (사진=지디넷코리아)

볼프강 크라이씨히(Wolfgang Kreissig) 독일 청소년미디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SNS로 확산되고 있는 혐오 표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크라이씨히 위원장은 "독일은 나치나 인종차별적인 표현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소수자에 대한 억압은 기본법에서 단호히 대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수인들은 많은 도움과 보호가 필요하고, 헌법적인 측면에서 보호가 돼야할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정에 대해 방심위와 지속적인 교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슈테판 아우어(Stephan Auer) 주한독일대사관 대사는 최근 한 연예인이 악성댓글과 혐오표현 등으로 인해 안타까운 결정을 한 사례를 언급하며 증오와 혐오표현은 법안을 통해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우어 대사는 "독일에서는 SNS에서 법을 위반하는 표현이 나온다면 플랫폼이 24시간 안에 삭제를 해야한다"며 "혐오표현과 관련해 법을 적용하고, 법이 미치지 않는 회색 지대를 막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SNS에서 실명을 사용해야 하는지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며 "인권의 위협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고, 이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사진=지디넷코리아)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도 이 자리에 참석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최근 차별이나 혐오 댓글에 대해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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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발의한 법안은 혐오 표현에 대해 최소한의 조치라도 취하자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어려운 논의 과정을 거치고 있고, 넘어야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혐오 표현은 물리적 폭력보다 더 심각한 폭력"이라며 "법적으로, 사회적으로대 해야 하며, 국회 임기 안에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