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이 4차 산업혁명 실현을 위한 핵심 영역이란 인식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낯선 용어를 이해하고 빠른 시장 변화를 쫓으며 산업의 흐름을 읽기엔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입니다. '당신과 IT(U&IT)'는 쉽고 편안한 설명으로 IT 업계 용어, 주요 기업, 시장 동향을 전하는 연재 기획입니다. [편집자 주]
'서버 점검을 00시까지 연장합니다.' 온라인게임을 하다 보면 이런 공지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유저 입장에서는 대체 서버가 무엇인지, 왜 점검하는지, 그리고 어째서 매번 정해진 시간에 점검이 끝나지 않는지 궁금해질 법도 합니다.
물론 서버는 오늘날 우리에게 낯선 단어는 아닙니다. 요즘은 관심을 가지고 직접 개발을 해보는 사람들이 많고, 그 외에도 특정 목적으로 서버를 구축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게임사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 관공서 등 컴퓨터 네트워크로 업무를 처리하는 모든 분야에서 서버를 사용하죠.
그럼 서버란 무엇일까요? 서버(server)란 말 그대로 특정한 기능을 제공(serve)하는 역할을 합니다. 미국 IT전문매체 PCMAG은 서버를 '여러 사용자가 공유하는 네트워크의 연산 시스템'이라고 설명합니다.
네트워크에 연결돼 사용자, 즉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서버라고 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서버가 항상 특정한 형태의 기기일 필요는 없습니다. 일반 사용자의 PC도 서버가 될 수 있으며, 고성능이 필요한 업무 전용으로 만들어진 특정한 하드웨어도 서버가 될 수 있습니다. 서버라는 단어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의미하기도 합니다.
서버를 분류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보통은 사용 목적과 용도, 성능과 가격, 운영체제(OS) 등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프트웨어 서버의 경우 용도에 따라 웹 서버, 인터넷 서버, 프록시 서버, 메일 서버 등으로 나뉩니다.
한편 IBM, HPE, 레노버, 델 테크놀로지스 등 기업에서 판매하는 서버는 하드웨어 인프라 서버입니다. 일반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여러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버 장비를 구매해 설치합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전산실이나 데이터센터에 들어간 커다란 컴퓨터 장비가 서버인 셈이죠.
하드웨어 인프라 관점에서 서버를 바라보면 시장 상황과 규모, 주요 사업자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 IBM 메인프레임, 하드웨어 서버의 시작을 알리다
최초의 하드웨어 서버는 IBM의 메인프레임입니다. IBM은 1952년 메인프레임 생산을 시작해 60년대와 70년대 서버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메인프레임은 높은 안정성과 고성능을 특징으로 하는데요. IBM은 메인프레임을 '최고 수준의 보안과 안정성을 갖췄으며, 최대 1조건에 달하는 웹 트랜잭션을 매일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서버'라고 정의합니다.
서버 시장에서는 메인프레임 이후에도 서버가 계속 출시돼 현재는 유닉스와 x86 서버까지 세 가지 종류가 출시되고 있습니다. IBM은 현재 메인프레임 서버 브랜드 'Z'와 유닉스 서버 브랜드 '파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x86 서버 사업부는 2014년 중국 레노버에 매각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시장 상황은 어떨까요. 지디넷코리아는 취재를 위해 한국IBM에서 메인프레임을 담당하고 있는 정승건 IBM Z&리눅스원 사업부 상무를 만나봤습니다. 다음은 정 상무와의 일문일답입니다.
- 하드웨어 서버는 무엇을 기준으로 구분하나요? 메인프레임, 유닉스, x86 구분은 일반적인가요?
"서버의 분류 기준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특수목적서버와 범용서버가 있습니다. 특수목적서버는 특정한 기능을 위해 사용되지만, 범용서버는 목적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기능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서버라고 말하면 보통 범용서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하드웨어 아키텍처를 중심으로 서버군을 나눈 것이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x86 서버입니다."
- 여기에 더해 리눅스 서버라는 말도 있던데, 리눅스는 어떤 제품군인가요?
"리눅스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운영체제(OS)를 의미합니다. PC에 OS가 탑재되듯이 서버에도 OS가 들어갑니다. 운영체제를 어떤 것을 탑재하느냐에 따라 '메인프레임 z/OS 서버'가 될 수도 있고 '메인프레임 리눅스 서버'가 될 수 있습니다. 메인프레임에 탑재되는 OS 중에서는 z/OS와 리눅스가 많이 쓰이며, 항공 산업에서 쓰이는 TPS나 VSB 등도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중 국내에서는 z/OS와 유닉스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또 다른 구분법이 있나요?
"보통 엔터프라이즈에서는 서버의 종류보다는 가격대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서버의 스케일에 따라 하이엔드 서버, 미드레인지 서버, 로우엔드 서버로 분류합니다. IBM의 경우 메인프레임은 하이엔드와 미드레인지만, 파워(유닉스)는 로우엔드, 미드레인지, 하이엔드 라인업을 모두 보유하고 있습니다."
- 메인프레임 서버를 사용하는 고객사들은 주로 어떤 산업에 존재하나요?
"메인프레임은 기본적으로 범용 서버입니다. 범용 서버라는 말은 특정한 산업군이 아닌 모든 산업군의 다양한 워크로드를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메인프레임은 금융권, 제조, 공공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모두 수용할 수 있습니다. 스케일 측면에서 보면, 과거에는 모든 산업군에서 메인프레임을 사용하다가 수행하는 업무의 특징에 따라 점차 유닉스나 x86으로 다운사이징하는 기업이 많아졌습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메인프레임을 사용하는 고객은 주로 금융권이며, 해외의 경우 제조 분야에서도 메인프레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유닉스와 x86 서버가 있는데, 메인프레임이 아직도 출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x86 서버는 서로 후속 모델이 아닙니다. 모두 출시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각자 최신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습니다. IBM의 경우 지난 9월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강화한 신형 메인프레임 서버인 'z15'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x86을 각자 다른 제품군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메인프레임은 30년 전에 만든 애플리케이션도 현재 시점에서 구동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기업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애플리케이션을 새로 구축해야 하고, 예전에 만든 애플리케이션이라 해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야 하니까요. 메인프레임은 30년 전에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앞으로 30년간 더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속 모델이 나오면 이전에 나온 모델이 구형이 되는 가전이나 스마트폰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메인프레임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메인프레임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엔터프라이즈 컴퓨팅입니다. 엔터프라이즈 컴퓨팅이란 기업 운영에 필수적인 비즈니스 정보기술(IT)을 의미하는데요. 여기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기능요건과 비기능요건입니다. 이 중 비기능요건은 쉽게 말해 고객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우리가 사용하는 은행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요즘은 24시간 뱅킹서비스가 가능하죠. 이를 지원하는 금융권 서버의 경우 당연히 서비스의 연속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해킹과 보안 문제 역시 걱정이 없어야 하고요.
이처럼 하드웨어가 서비스 수준을 만족하기 위한 요건을 비기능요건이라고 하며, 메인프레임이 가장 강점을 가진 부분이 이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순간에도 끊김 없이 제공되어야 하는 산업군의 가장 중요한 업무에 메인프레임이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권에서 메인프레임을 가장 많이 사용하죠. 중요도가 높은 업무와 중요도가 떨어지는 업무 중 더 중요한 업무에 메인프레임을 사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금융권이 업무 연속성이나 보안, 개인정보 등을 중요하게 여겨서 메인프레임을 사용한다는 말씀이신데요. 어느 산업군, 어느 기업에서나 자사 업무가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주장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고객분들을 만나면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모두들 자사 시스템이 절대 다운되면 안되며, 서비스 연속성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죠. 하지만 이는 실제로 어느 정도의 비용까지 투자하느냐에 관한 문제입니다.
시장조사업체 ITIC에 따르면 메인프레임은 서비스 연속성을 다섯 자리까지 보장합니다. 99.999%라는 의미입니다. 네 자리와 다섯 자리에는 차이가 있는데, 설명하기 쉽게 말하면 99.99%가 일년에 서너 시간 정도 다운된다고 치면 99.999%는 일년에 몇 분 정도 다운됩니다. 산업군에 따라서 일년에 몇 시간 정도는 다운된다 해도 감수할 수 있는 업무가 있고, 반대로 절대 몇 분 이상 다운되면 안되는 중요한 업무가 있겠죠. 고객사는 이를 고려해서 비용을 어디까지 투자할 수 있느냐를 선택하셔야 합니다. 모두 중요한 업무지만 비용에 따른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고객사가 어느 정도의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높은 수준의 서비스 연속성을 원하느냐의 문제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퍼블릭 서비스를 맡길 때 서비스수준협약(SLA)을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합니다. SLA는 IT 서비스를 지원할 때 서비스 업체와 고객 간에 맺는 협약으로, 서비스 업체는 서비스의 수준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지원하고 서비스의 품질을 보장합니다. 따라서 SLA 수준이 높으면 비용 역시 높아집니다.
-국내 메인프레임 고객사는 얼마나 있나요?
"현재 국내 고객사는 KB국민은행을 포함해 10여곳입니다. IBM은 이외에도 z/OS 기반으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리눅스 기반 서비스로 제공해 리눅스 전문서버 고객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최근 출시한 리눅스원 Ⅲ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편입니다."
- 고객사가 많지 않은 이유는 메인프레임이 가격대가 높으며 특수한 상황에 강점이 있기 때문인가요?
"국내의 경우 메인프레임을 사용하던 기업에서 다운사이징이 여러 차례 이뤄졌습니다. 다운사이징이란 메인프레임 서버를 유닉스나 x86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메인프레임은 기본적으로 하이엔드 서버이기 때문에 더 스케일이 작은 서버를 원하시는 고객들이 필요에 따라 2000년대 초반 유닉스로 전환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국내 시장의 경우 비용 절감을 위해 다운사이징을 시행한 사례가 많았는데요. 다운사이징이 꼭 긍정적인 효과만 일으킨 것은 아닙니다.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전환한 후에는 예전만큼의 안정성이나 서비스 영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메인프레임은 기본적으로 고가용성을 보장하는 고성능 하이엔드 서버이기 때문입니다."
- 요즘 서버 시장의 추세는 어떻게 되나요?
"클라우드입니다. 이제는 사실상 메인프레임이냐 유닉스냐 x86이냐의 논쟁보다는 클라우드로 업무를 이관할 것이냐, 온프레미스 환경을 유지할 것이냐를 많이 고려하시죠."
- IBM Z&리눅스원 사업부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IBM은 이번에 신제품 z15와 리눅스원 Ⅲ를 출시했는데, 리눅스원 Ⅲ 고객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z15와 리눅스원은 하드웨어가 같지만 지원하는 OS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z15에서는 메인프레임 OS인 z/OS와 리눅스가 모두 돌아가지만 리눅스원 Ⅲ는 리눅스만을 지원합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리눅스가 가진 개방성을 유지하면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IBM은 올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업인 레드햇을 인수하고 오픈소스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바 있습니다. 기업의 주요 업무를 과연 리눅스에 올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 고객에게 메인프레임 수준의 고성능 컴퓨팅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리눅스원 플랫폼 및 레드햇과의 협업을 통해 고가용성 리눅스 서버를 원하시는 분들을 타겟으로 하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리눅스원은 리눅스 중심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메인프레임 더 이상 과거의 산물 아냐… 미래는 블록체인·클라우드 등 현대 IT 기술 지원
정 상무는 마지막으로 "과거 많은 기업이 적게는 몇백억 많게는 천억 이상의 비용을 투자해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문제가 존재했다"며 "최근에는 큰 규모의 비용을 투자해 대형 IT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여전히 메인프레임급 고성능 컴퓨팅을 오픈소스 플랫폼에서 사용하고 싶어하는 고객들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IBM은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레드햇과의 협업을 통해 리눅스 기반 오픈소스 생태계를 강화해 고성능 리눅스 플랫폼을 원하는 고객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메인프레임은 미래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1950년대에 출시된 만큼 오래됐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30년 전에 사용하던 애플리케이션을 향후 30년 더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서버는 메인프레임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해외 시장에서 메인프레임의 미래는 어떨까요. 미국의 하이브리드 IT 서비스 공급업체인 엔소노(Ensono)는 지난 9월 IT 컨설팅 비즈니스 회사인 와이프로리미티드(Wipro Limited)와 협력해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리서치에 메인프레임의 미래를 주제로 연구를 의뢰했습니다.
조사 결과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이사급 이상의 IT 의사결정자 153명 중 50%는 메인프레임을 계속 사용하며 향후 2년 내 사용량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메인프레임 사용을 줄이거나 제거할 거라고 답한 비율은 5%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인공지능(AI)나 블록체인 등 고성능 컴퓨팅이 필요한 분야에서 메인프레임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인프레임의 주축은 여전히 주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인 전사적자원관리(ERP), 재무 및 회계 솔루션, HR 관리, 문서중앙화(ECM)입니다. 그러나 이번 조사 대상의 25%는 모바일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에 메인프레임을 사용하는 추세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최근의 모바일 대세와도 연관됩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메인프레임은 오랫동안 금융, 회계, ERP 등 기업의 중요 업무를 처리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해왔다"며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많은 기업이 메인프레임을 블록체인과 컨테이너 등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처리에 사용해 통합된 보안과 대규모 병렬 처리 성능을 활용하고자 한다"고 해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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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클링베일 엔소노 기술 및 전략 담당 최고 부사장은 "메인프레임은 기업에 기존 애플리케이션을 계속 구동할 역량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컨테이너 기반의 마이크로서비스나 블록체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신기술도 수용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0년간의 다운사이징 흐름으로 메인프레임이 서버 시장 주류라는 인식은 철지난 얘기가 됐습니다. 그래도 메인프레임은 시장의 신기술을 받아들이면서 '낡은 아키텍처'라는 선입견을 극복해 왔고, 최근 고성능 컴퓨팅 기술의 수요가 확 늘어나, 재조명될 여지도 생겼습니다. 미래 서버 시장에서 메인프레임의 위상은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