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LG전자 '트롬 듀얼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 구매자에 대해 각각 위자료 1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대해 양측이 조정안을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 효력이 발생하지만, LG전자나 소비자 측이 이 조정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 소비자원 "LG전자, 145만대 건조기 대당 위자료 10만원씩 지급하라"
20일 위원회는 LG전자의 의류건조기를 구매하거나 사용한 소비자들이 '자동세척 기능 불량' 등을 이유로 구입대금의 환급을 요구한 집단분쟁조정신청 사건에 대해 LG전자가 신청인들에게 위자료 1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LG전자가 콘덴서 자동세척의 구체적인 작동 환경에 대해 광고한 내용은 신청인들에게 `품질보증'을 약속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실제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광고내용과 차이가 있어 콘덴서에 먼지가 쌓였으므로 이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LG전자가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에 대해 10년 동안 무상보증을 실시하겠다고 이미 발표했고, 한국소비자원의 시정권고를 수용하여 무상수리를 이행하고 있어 품질보증책임을 이행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결정했다.
다만, 위원회는 LG전자가 광고에서 콘덴서 자동세척이 조건 없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표현했으나 실제로는 일정 조건에서만 자동세척이 이루어짐으로 광고를 믿고 제품을 선택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었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더해 수리로 인해 겪었거나 겪을 불편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자료 1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위원회는 조정결정서를 작성해 당사자에게 14일 이내에 송달할 예정이다. 문서를 송달받은 당사자는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조정결정 내용에 대한 수락 여부를 조정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 LG전자, 1천450억원 드는 조정안 받아들일까
LG전자가 위원회의 조정결정 내용을 수락할 경우 현재 집단분쟁조정 당사자가 아니지만 LG전자의 의류건조기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에게도 차별 없이 조정결정의 효과가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조치된다.
앞서 지난 9월 LG전자는 한국소비자원의 시정권고를 받아들여 지난 2016년 4월부터 최근까지 판매된 의류건조기 약 145만대 전량에 대해 무상수리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LG전자가 이번 조정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단순 계산해도 건조기 145만대에 대해 구매자에게 위자료 10만원씩을 지급하면 대략 1천450억원이 든다.
게다가 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집단분쟁조정 제도가 시행된 이래 조정이 성립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소비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2019년 접수된 분쟁 조정 사건 중 조정 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진 사건은 12건이었다. 이 중 조정이 성립된 사례는 없었다. 피해를 준 기업 등 피신청인이 조정안 수락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사업자가 수락하지 않으면 강제력이 없어 보상은 전적으로 민사 재판에 의존한다.
이른바 '라돈 침대' 사태로 논란이 된 대진침대도 소비자분쟁조정위의 조정 결정에 대해 다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책임소재를 다투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조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조정안과 관련해 LG전자 관계자는 “조정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한 후 기한 내에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소비자 모임 “무조건 환불 요구”…법적 다툼 가나
소비자 측이 조정안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 모임 측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환불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엘지 건조기 결함' 네이버 카페 피해자 모임은 소송까지 불사한다는 강경한 분위기다.
엘지 건조기 결함 네이버 카페 관계자는 “우리는 무조건 환불을 요구한다”며 “환불이 아닐 경우 후속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 집단소송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우선 기업을 상대로 피해자 측이 승소할 가능성은 작다. 더구나 기업은 보통 대형로펌을 선임한다.
참여연대 이지은 간사는 “한국은 집단소송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며 “지금 방식은 원고들이 집단적으로 청구하는 소송이라고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을 제기하는 소비자가 전체 피해자 가운데 매우 극소수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나머지 소비자들에게 기업이 법적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법정에서 피해원인을 규명하는 것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수 피해자별로 상황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승소하더라도 장기전이 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 카드3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경우 소송 4년만에 1인당 1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들이 청구한 금액은 100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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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소송 스타트업인 '화난 사람들' 관계자는 “3심까지 간다면 통상적으로 3~5년 정도 걸린다”며 “1심은 6개월에서 1년 정도를 본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LG 건조기 사안이) 법정으로까지 가게 되면 소송에서 이기고 지는 것과는 상관 없이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거나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LG전자 입장에서 소송은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