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방식, '선불형카드'냐 'QR'이냐 논쟁 점화

편의성 vs 지자체 수수료 대납 취지 벗어나…의견 대립

금융입력 :2019/11/12 17:37    수정: 2019/11/12 17:38

최근 부산광역시가 지역화폐 추진 우선협상대상자로 케이티(KT)를 선정한 것과 관련해 일부 단체가 크게 반발, 지역화폐의 사용 방식에 대한 논쟁이 점화됐다. 이 단체는 고객 편의를 위해선 모바일 큐알(QR)코드 결제보단 선불형 카드 충전 방식이 더 편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시 외에도 울산시의 단체도 KT의 방식이 불편하다며 문제 제기를 한 상태다.

12일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중소상공인을 위한 지역화폐를 도입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지역화폐를 어떤 방식으로 도입할 지에 대해 업계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크게 지역화폐 방식은 선불형 충전 카드 방식과, QR 코드를 활용한 모바일 방식으로 나뉜다. 선불형 충전 카드 방식은 발급된 카드에 지역화폐를 충전, 일반 카드를 이용하는 것과 방법이 동일하다. QR코드 방식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 후 QR코드를 찍어 고객이 직접 금액을 입력해 결제하는 구조다.

선불형 충전 카드 방식은 이미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쓸 수 있다는 점과, 이용 방식이 불편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신용카드 가맹점과 밴(Van)사를 이용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가맹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모바일 QR코드 방식은 가맹점 수수료가 없지만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연령층 등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 "카드 수수료 대납보다 이득이 컸다"

일단 선불형 충전 카드 방식을 잘 활용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인천광역시다. 인천시는 코나아이라는 업체와 운영 계약을 맺고 선불형 충전 카드로 지역화폐 '인천이(e)음'을 운영 중이다. 인천시는 카드사에 가맹점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용카드보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낮은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적용된다는 점과, 일부 지역구에서는 소상공인을 위해 가맹점 수수료를 대납하고 있어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천시 인천e음운영담당 안광호 팀장은 "연 매출 3억원 미만 사업자는 0.5%, 3억원 이상~5억원 이하는 1.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1.1%, 10억 초과는 1.3%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며 "종이 상품권이나 QR코드 모두 운영비는 물론 장단점이 있다. 선불형 카드 방식이 편의성, 즉 지역 주민들이 얼마나 더 잘 활용할 것이냐는 측면에서 발행 방식을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드 수수료를 내는 것보다 이득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며, 추후에 모바일 QR코드 방식 역시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천시 서구와 연수구는 가맹점 수수료를 면제하기 위해 지역화폐 가맹점 소상공인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서구는 연매출 10억 미만의 사업자가 신청 대상이며 면제 수수료율은 0.5%다. 편성된 예산은 15억원이다. 연수구는 이보다 좀 더 많다. 연수구는 연매출 30억원 이하 사업자에 대해 모든 가맹점 수수료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 규모는 100억원에 이른다는 게 인천 연수구 측 설명이다.

선불형 충전카드로 지역화폐 사업을 하고 있는 코나아이 측은 "가맹점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은 맞지만, 푸쉬 알람으로 지역 가게들의 홍보를 돕고 추후 결제 데이터 등을 통해 마케팅을 지원하는 측면도 있다"며 "사업 운영비를 제하면 업체 측에서 남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 "가맹점 수수료 왜? 혁신적인 결제 방식 아냐"

모바일 QR코드 결제 방식을 주장하는 업체들은 카드사에 가맹 수수료를 낸다는 점을 들어 지역 소상공인에게 혜택을 준다는 점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서고 있다.

KT 측은 "부산시가 지역화폐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 구상했으며 이에 맞춰 KT가 입찰을 했고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것"이라면서 "모바일 QR방식에 대한 억측들은 사실이 아니다.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해 하나카드와 선불형 충전으로도 지역화폐를 쓸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CU편의점 계산대에 카카오페이 사용 시 할인을 해준다는 마케팅 문구가 붙어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또 KT 측은 이미 모바일 QR코드 방식으로 지역화폐 사업을 한 김포시의 데이터도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김포시에서 사용률을 따져본 결과 80%는 모바일 QR코드 방식으로 사용했으며, 20%가 선불형 카드를 이용했다. 모바일 QR코드가 불편해 이용률이 적을 것이라는 가정을 뒤집은 셈"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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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역화폐 방식 논란에 모바일 QR코드 방식으로 결제하는 '제로페이'가 거론되면서 관계자들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제로페이 운영 관계자는 "모바일이 덜 익숙한 사람에게 카드가 편리하다고 보지만, 카드를 쓰게 되면 신용카드망을 이용하고 수수료가 발생한다. 직결제가 더욱 혁신적인 서비스"라고 말했다.

서울시 안창현 제로페이총괄팀장은 "지역화폐를 제로페이와 동등한 조건으로 비교하면 안된다"면서도 "선불형 충전카드의 가맹점이 제로페이보다 많지만 이는 신용카드 가맹점을 그대로 쓰는 것이다 보니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 팀장은 또 "제로페이를 이용할 경우 종이상품권, 계좌이체 등 다양한 결제 방식을 함께 쓸 수 있고 지자체 운영비도 줄일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제로페이 가맹점은 소상공인을 위한 것이고 지역화폐의 취지도 일부 겹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