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SW 개발자] 이문수 제플 대표 "한국의 레드햇이요?...협업할 줄 알아야 좋은 개발자"

2016년 실리콘밸리에 설립...넷플릭스 등이 고객

컴퓨팅입력 :2019/11/12 11:41    수정: 2019/11/13 14:44

"한국의 레드햇이요? 글쎄요, 그렇게 되야 할텐데요...(웃음)"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국계 오픈소스 회사 '제플(Zepl)'이 주목받고 있다. 애플, 네플릭스, 트위터 등 실리콘밸리에 있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IT기업들이 이 회사 오픈소스(제플린)를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등이 '제플린'을 사용한다.

한국 오픈소스 회사론 첫 미국 VC에게 투자 받아

제플을 이끌고 있는 이문수 대표가 최근 한국을 방문,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를 했다. 2016년에 설립된 제플은 '한국 오픈소스'로 돈을 벌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외국 유명 기업들이 제플 오픈소스를 사용하고 돈을 낸다. 한국 오픈소스론 드물게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플은 한국 오픈소스 기업으론 처음으로 미국 벤처캐피털(VC)에서 투자를 받았다.

이 대표는 "많지 않지만 올해초부터 돈을 내는 고객이 생기기 시작했다"면서 "미국 큰 회사들이 고객"이라고 밝혔다. 제플 오픈소스에 돈을 내는 고객은 실리콘밸리에 있는 미국 하이테크 회사와 데이터 전문 기업, 제조 기업, 제약기업, 대학 등 다양하다.

제플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현재 파트너십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아마존, SAP와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특히 제플은 미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데이터 전문회사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와 파트너십을 맺고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클라우드용 데이터를 제공하는 스노우플레이크는 베이지역에 본사가 있는 '빌리언 컴퍼니(연 매출 1조 원 이상 회사)'다.

이 대표는 "스노우플레이크가 미국에서 엄청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노우플레이크 경쟁사는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성장한 데이터 전문회사 데이터브릭스(Databricks)다. 인도계 글로벌 IT서비스 회사 위프로도 제플 협력사다.

오픈소스 회사인 제플을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이문수 대표가 최근 한국을 방문, 공개SW개발자센터에서 지디넷과 인터뷰를 했다.

'제플'은 '제플린'이라는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제플린'은 빅데이터 분석을 보다 편리하게 해주는 툴이다. 하둡이나 스파크와 같은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과 함께 사용한다. 다운로드 건수가 세계적으로 50만건이 넘었다. 트위터, 네플릭스와 같은 유명 기업들이 사용한다.

'제플린'은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미국 IT전문지 인포월드가 선정한 ‘최고의 오픈소스 어워드'에서 2015, 2016년 연속 상을 받았다. 스파크, 텐서플로우, 엘라스틱서치 같은 유명 오픈소스가 이 상을 받았다.

아파치 재단 톱레벨 프로젝트로 아름 올리며 명성

'제플린'은 2016년 아파치 재단의 '톱레벨'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리며 대내외에 명성을 알렸다. 아파치 재단은 세계적 오픈소스 단체다. 비영리재단이다. 다양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관리한다. 이 대표는 "현재 아파치 톱레벨 프로젝트는 400개 정도 된다"고 말했다.

아파치 톱레벨 프로젝트 400개 중 이 대표를 포함해 한국인이 만든 건 6개 정도다. 미나(MINA)가 처음이였고 이후 하마(HAMA), 타조(TAJO), 제플린, 리프(REEF) 같은 프로젝트가 톱레벨에 올랐다.

아파치 톱레벨 프로젝트가 되려면 먼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선정되야 한다. 이것에 선정되면 오픈소스가 무엇인지, 커뮤니티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지를 멘토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이 대표는 "내 멘토는 다 외국인이였다"며 "1년 6개월만에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과, 톱레벨이 됐다"고 설명했다.

인큐베이팅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커뮤니티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되면 아파치 재단이 졸업을 시킨다. 인큐베이팅 졸업후 택할 수 있는 세가지 선택 중 하나가 톱레벨이다. 톱레벨 외에 다른 프로젝트 서브가 되거나 은퇴(리타이어)할 수 있다.

아파치 톱레벨이 되면 '후광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커뮤니티 건강성을 국제적으로 '인증' 받은 것으로, '글로벌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오픈소스계를 호령하는 아파치 재단은 구조가 투트랙(두 방식)으로 돼 있다. 한 트랙은 이사회(보드)와 오피셔라 불리는 멤버들로 구성돼 있다. 다른 하나는 재단 밑에 수 많은 프로젝트들이다. 각 프로젝트에는 체어라 불리는 의장과 운영위원회격인 PMC(Project Management Committee), 커미터가 있다. 체어는 보통 PMC 회장을 겸한다. 이 대표도 마찬가지다. 제플린의 PMC 회장이자 의장이며 커미터다.

각 프로젝트는 최소 운영 인원을 4명 이상 둬야 한다. 프로젝트 지속성을 위해 필요한 최소 인원이다. 이 인원이 안되면 아파치 재단이 인큐베이팅 졸업을 시켜주지 않는다. 또 최소 인원 4명은 한 회사여서는 안된다. 4명 모두 한번에 프로젝트를 그만두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이런 장치를 마련했다.

톱레벨이 되면 인큐베이팅때보다 더 많은 자유와 권한이 있다. 예컨데 누구를 뽑을때 인큐베이팅 때처럼 간섭을 받지 않는다. 이 대표는 "톱레벨이 되면 인원을 알아서 뽑고 사후 보고만 하면 된다"면서 "인큐베이팅때에 비해 재단 간섭이 적다"고 말했다.

글로벌 욕심이 있던 이 대표는 한국에서 오픈소스 커뮤니티 활동시 처음부터 '아파치' 재단을 겨냥했다. 그래서 한국에 있지만 일부러 팀원끼리 한국말을 안쓰고 영어로 말을 했다.

제플은 세번째 창업 회사...대학원때 첫 창업해 재미있게 놀아

'제플'은 그가 세번째로 창업한 회사다. 첫 창업은 대학원(서강대) 1학년때 했다. 당시 법인 등록까지 했지만 제품은 출시(릴리즈)하지 못했다. 아프리카TV와 같은 개인방송 플랫폼이 주력 아이템이였다. 성공은 못했지만 '재미'는 건졌다. "당시 친구랑 공동 창업을 했고, 모아 놓은 돈을 다 까먹었지만 진짜 재미있게 놀았다"고 이 대표는 회고했다.

제플 홈페이지

대학때만해도 이 대표는 창업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공모전이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대학 4학년 마지막 학기에 학부 생활을 돌아보니 해놓은 게 없었습니다. 그때 소프트웨어 공모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상금이 1천만원이였습니다. 꼭 일등해서 노트북과 스노보드를 사야겠다고 결심했는데 1등을 했습니다. 이후 대학원에 갔는데, 대학원 친구가 "나랑도 공모전에 나가자"고 해 응모, 은상을 탔습니다. 당시 심사위원이 우리 프로제트에 투자하고 싶다고 했는데 거절하고 직접 회사를 차렸습니다. "

첫 회사에서 재미를 느낀 이 대표는 CDN(Contents Delivery Network) 회사를 두번째로 창업했다. CDN은 동영상 같은 콘텐츠를 원활히 전송해주는 기술이다. CDN 회사를 하면서 '제플린'을 사이드로 개발했는데, 그 사이드가 현재 주업이 됐다.

"CDN 회사 당시 내부에서 하둡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하둡이 너무 복잡해 분석이 어려웠습니다. 하둡 생태계를 보니 스팍 등 분석 플랫폼이 많은데 분석 환경은 쓸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이를 해결하려고 만든 것이 제플린입니다."

이 대표는 대학때 컴퓨터를 접했다. 고등학교때까지만해도 컴퓨터는 게임 도구에 불과했다. 컴퓨터 학과(서강대)도 좋아서 간게 아니다. 원래는 항공우주학과를 원했는데 여의치 않아 컴퓨터학과를 전공으로 택했다.

사이드로 만든 '제플린'은 미국에서 상당한 사용(어답션)이 발생하는 등 호응을 받았다. 이를 좋게 본 미국VC에게서

400만 달러 투자도 받았다. 이 대표는 자연스레 실리콘밸리에 회사를 설립했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투자 받는 과정이 한국과 달랐다"고 말했다. "미국VC들이 묻는 건 한결같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지, 즉 돈을 어떻게 벌것인지를 집요하게 물어봅니다. 당시 내가 가지고 있는 건 어답션밖에 없었는데, 어답션으로 어떻게 돈을 벌지를 심각히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제플린 '어답션'은 꾸준히 상승, 세계적으로 50만 다운로드가 넘었다. 트위터와 네플릭스, 이베이, 애플 같은 유명 회사 개발자들이 다운로드 받았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사용한다.

특히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메뉴에 '제플린'을 올려 판매하기도 한다. 이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오픈소스인데 아마존이 자기네 클라우드에 올려 판매한다. 아마존이 오픈소스에 기여한 것이 없는데 오픈소스로 돈을 벌어 미국에서 이것이 이슈가 되고 있다"면서 "아마존 팀이 우리랑 같이 일해보자고 하는 건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올해초부터 오픈소스로 매출...오픈소스 활동하면 협업하는 것 배울 수 있어 좋아

오픈소스지만 제플린으로 매출을 일으킨 건 올초부터다. 이전까지만 해도 비즈니스 조직이 없었다. 이 대표는 "한국에 12명, 미국에 12명 직원이 있다"면서 "미국 직원은 판매 등 비즈니스 조직이고 한국 직원은 주로 개발자"라고 말했다.

오픈소스가 하나의 선택(옵션)이라고 밝힌 그는 "에어비앤비 등 여러 회사들이 비즈니스와 상관없이 오픈소스를 만들어 내부적으로 릴리스한다. 이는 기술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개발자 친화적인 인상을 줘 좋은 개발자를 채용할때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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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활동을 하면 문화가 다른 사람과 같이 일하는 걸 배울 수 있다면서 "문제를 정의하고 협업을 통해 이를 해결하는 사람이 좋은 개발자"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공개SW역량프라자와 지디넷코리아가 공동으로 기획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