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유리판 속에 데이터 쓰고 읽는 기술 실험

'프로젝트 실리카', 기업 콜드데이터 스토리지 시장에 선보일 듯

컴퓨팅입력 :2019/11/07 10:49

마이크로소프트(MS)가 손바닥만한 유리판 속에 데이터를 장기보관하는 기술을 실험 중이다. 사용빈도는 떨어지지만 오랫동안 기록을 보존하고 법적 의무나 요청 발생시 복원해 열람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하는 '콜드 데이터' 스토리지 시장을 겨냥해 상용화될 전망이다.

MS는 지난 4일 미국 플로리다 이그나이트(Ignite) 2019 컨퍼런스에서 MS리서치의 '프로젝트 실리카(Project Silica)'를 이같이 소개했다. 프로젝트 실리카는 석영유리를 기록매체로 사용하고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저장된 이미지와 패턴을 해독해 데이터를 읽어내는 기술이다.

■ 2×75×75㎜ 석영유리 한 장에 75.6GB 용량의 영화 '슈퍼맨' 1978년판 원본 기록

프로젝트 실리카의 기술은 데이터를 유리의 표면이 아닌 내부에 기록해 손상을 방지하는 특징을 보인다. 기록은 적외선 레이저(infrared laser)로 3차원 픽셀, 즉 복셀(voxel) 흔적을 만들어내는 식으로 이뤄진다. 2㎜ 두께 유리판 한 장에 100층 이상의 복셀을 저장할 수 있다.

글로벌 워너 브라더스 아카이브에서 브래드 콜러 미디어 엔지니어링 부문 수석 부사장과 비키 콜프 워너 브라더스 CTO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워너브라더스는 개념검증(PoC) 차원에서 이 기술을 사용해 1978년판 영화 '슈퍼맨' 원본을 기록하고 읽어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 MS는 이 기술이 이처럼 중요한 자료를 변형 없이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어 주목받는다고 강조했다. 워너브라더스는 그동안 영화, 애니메이션, TV프로그램의 원본상태를 보존하기 위해 데이터를 매번 새로운 저장수단으로 옮겨 왔다.

워너 브라더스는 디지털 영상을 아날로그 필름으로 재변환하고 필름의 네거티브(negative)를 저온의 스토리지 아카이브에 저장하는 고비용·저효율 공정을 실리카로 대체할 계획이다. 필름의 네거티브란, 피사체에서 흑백 부분을 포함한 보색 관계가 반대로 되어 있는 상태를 가리키며, 영화나 사진 복원에 중요한 정보다.

■ 하드디스크, 자기테이프 대비 뛰어난 내구성과 낮은 보존비용

슈퍼맨 영화가 담긴 실리카 유리. 7.5cm x 7.5cm x 2mm 크기에 75.6GB의 데이터와 에러 정정 코드를 담았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MS 주장에 따르면 하드디스크는 3~5년, 자기테이프는 5~7년 지나면 수명이 다 될 수 있다. 수명이 다 되지 않았더라도 자연재해 발생시 손상된 저장수단에 기록돼 있던 데이터는 잃을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로젝트 실리카는 라식 수술에 주로 쓰이는 펨토초 레이저(femtosecond lasers)가 초단파 광펄스(optical pulse)로 석영유리 구조를 영구 변화시켜 '실리카 유리'를 만든다. 실리카 유리는 끓는 물에 두거나, 전자렌지나 오븐에 굽는 것과 같은 혹독한 환경에 견딘다.

MS 측은 실리카 유리를 사용하면 데이터를 '수백 년간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실제 보관 중 발생할 수 있는 충격, 고열, 고압 환경에서 실험을 거친 후에도 데이터가 저장된 석영유리에서 손상 없이 정보를 읽어들이는데 성공했다"며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유리 어느 지점에서나 동시에 신속하게 조준할 수 있어 정보복원 지연시간을 대폭 단축했다"고 강조했다.

내구성 확인을 위해 끓는 물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MS 측은 또 "자료를 계속 이관하거나 데이터 보존을 위해 온도와 시스템을 유지하는 냉각기능도 불필요해 비용을 절감하는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MS, 기업용 콜드데이터 스토리지 시장 진출 가능성 시사

MS는 프로젝트 실리카 데이터 저장 기술을 클라우드 서비스에 포함시켜, 일반 기업의 장기보관 데이터 저장 인프라 수단으로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측은 "프로젝트 실리카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최적으로 구동될 수 있는 기술"이라며 "클라우드에 저장되는 모든 데이터는 물리적인 공간에 저장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 나틱'과 FPGA를 활용한 '프로젝트 브레인웨이브'처럼, 프로젝트 실리카는 늘어나는 데이터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MS리서치의 지속적인 투자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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펨토초 레이저가 실리카 유리의 구조를 영구적으로 변화시킨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MS는 "프로젝트 실리카는 기업차원에서 보존 가치가 높은 콜드데이터(cold data)를 저장하는 상황에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MS는 프로젝트 실리카뿐아니라 차세대 저장장치 중 하나로 데이터를 DNA에 저장하는 'DNA스토리지' 완성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콜드데이터는 환자 의료기록, 금융규제 데이터, 법적 계약, 도시계획 등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사용빈도는 낮지만 사용자 요청시 곧바로 제공돼야 하는 데이터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