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릉~”...기자의 좌충우돌 음식배달기

배민 커넥트 2시간에 1만7천원 소득...“교육 아쉬워”

중기/벤처입력 :2019/11/05 08:41    수정: 2019/11/05 11:00

지난 추석 연휴 중 어느 하루는 유난히도 신종 모빌리티와 관련한 광고들이 기자의 SNS 타임라인에 많이 표출된 날이었다. 한가롭게 집에서 쉬고 있다가 이 광고들을 봤다. 국내 출시를 앞둔 글로벌 전동킥보드 공유 업체 L사는 전동킥보드 충전 요원을 모집했고, 렌터카 기반 승차공유 업체 C사도 연휴 특수를 맞아 한창 광고 중이었다.

월말 카드 값 청구서가 머리를 스쳤다. 광고들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배달의민족의 일반인 음식배달 프로그램 ‘배민커넥트’였다. 이전부터 배민커넥트가 출시됐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으나, 일반 소비자로서 ‘한 번 해볼까?’라는 마음이 들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추석 연휴가 끝나기 무섭게 기자는 배민커넥트 교육을 받으러 갔다. 교육장이었던 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센터가 북새통을 이뤄 깜짝 놀랐다. 다들 추석 동안 기자와 같은 마음(여유 시간에 부수입을 좀 올려볼까?)을 느꼈나 싶었다.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던 회의실 공간이 비좁아 더 넓은 공간으로 옮겼다. 교육 담당자는 “생각보다 너무 많이 오셨다”고 말했다. 15명 남짓한 인원 중 여성 신청자는 기자 포함 2명이었다.

기자가 직접 배민커넥트를 통해 배달 4건을 수행했다.

그런데 기자는 교육을 받아놓고 한 달 동안 배달 전선에 뛰어들지 않았다. 애초에 투잡이 가능하다는 말은 진입이 쉽다거나 일이 어렵지 않다는 뜻이 전혀 아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투잡을 해보려던 생각은 교육을 받으면서 처참히 깨졌다.

일단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교육 인솔자가 PPT를 활용해 앱 구동방식, 요령 등을 스파르타 식으로 설명해줬다. 그런데 배민라이더스 앱을 설치할 수 있는 링크를 교육이 다 끝나고 난 후 알려줘, 인솔자의 교육에 맞춰 따라해 볼 수 없었다. 교육 내용도 다소 많은 편이었다. 음식점-주문지 구간 안에 배민커넥트 라이더는 음식점에 음식을 조리해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고, 주문자에게는 수십 분 내로 도착한다고 알려줘야 한다. 이외에도 라이더가 앱을 조작해야 할 일이 많은데, 실제로 앱을 만져보면서 교육받지 않으니 상상에 의존해야했다. 반대로 실제 배달 업무에 뛰어들었을 땐 기억과 감에 기대야 했다.

교육생들이 제대로 내용을 숙지했는지 점검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질의응답 시간이 있긴 했다. 습득한 정보에 대해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질문할 수 없었다. 오토바이와 배달통까지 보유한 배달 경력자도 있었지만 기자와 같은 초보자가 더 많아 보였다. 그런데 이날 교육은 배달 업무를 이미 다 알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자리인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교육 인솔자는 배민커넥트에 활용할 이동수단을 변경할 때는 배민라이더스 측에 알려야 하며, 임의로 이동수단을 바꿨다 적발되면 계약이 해지된다고 알렸다.

배민커넥트는 피자 배달도 불가하다. 피자는 오토바이 뒷좌석에 달린 전용 배달가방에 안정적으로 실려 배달돼야 하는데, 배민커넥트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배달통이 달린 오토바이를 완비했더라도 배민커넥트 라이더는 일괄적으로 같은 규칙을 적용받는다. 처음부터 피자 전문점 주문이 불가하며, 종종 치킨집에서 파는 피자를 주문한 건이라도 이를 확인한 배민커넥트 라이더는 수락을 취소해야 한다.

이같은 사항들은 입문자들이 쉽사리 배민커넥트를 시작할 수 없는 문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배달 업무를 개시한 것은 교육을 받은 지 한달이 지난 10월10일이었다. 이날 저녁 6시쯤부터 약 2시간 동안 건당 5천원의 배달료를 받고 4건의 배달을 수행해 총 2만원을 벌었다. 전기자전거를 타고 약 5.6km를 달렸다. 약간의 패달 동력을 보태 전진하는 전기자전거를 탄 덕에 크게 힘들지 않았다.

다만 첫날이어서 정신이 없었고, 마지막 배달을 완수했을 때는 약간 숨이 찼다. 배달 중 약속한 시간에 많이 늦거나 음식을 쏟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앱 조작 미숙으로 음식점에 조리 시작을 알리지 않고 무작정 음식점을 향하기도 했고, 주문자에게 약속한 시간보다 2분 늦게 음식을 갖다주기도 했다. 이날 이후 한동안 배민커넥트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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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커넥트를 수행한지 약 1주일 후 정산을 받았다. 2만원을 벌었다고 생각했는데 1만6천600원밖에 입금되지 않아 교육 때 적어둔 메모를 확인했다. 배민커넥트 임금은 주 단위로 정산해준다. 생각보다 임금이 적었던 것은 주당 산재보험료 3천500원과 소득세 3.3%이 징수됐기 때문이었다.

실제 배민커넥트에 참여해본 결과 배민커넥트가 투잡을 떠올리게 하는 일반인 배송을 표방하나,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자리인지는 의문이 들었다. 즉 ‘배민커넥트=쉬운 배달’이란 공식은 성립하는 것 같지 않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배민 측이 입문자 교육을 조금 더 강화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