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이 통신사와 손을 잡고 통신요금 할인 정책을 활발히 펴며 '비금융거래 데이터 확보'와 '주거래 고객 잡기'에 나섰다.
KEB하나은행이 알뜰폰 사업자 SK텔링크와 손잡고, 금융 혜택 결합형 통신 요금제를 출시한 것이 최신 사례다.
1일 SK텔레콤과 SK텔링크, KEB하나은행은 연내 출시를 목표로 SK텔링크와 KEB하나은행의 금융 실적을 결합한 요금제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요금제 수준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KEB하나은행을 이용한 ▲급여 ▲4대 연금 자동이체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하나원큐' 이체 수준 등에 따라 통신요금을 할인해 준다는 것이 기본 골자다.
여기에 KEB하나은행과 SK텔링크 등은 유심 칩에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개인 식별 기능을 탑재, 복잡한 인증서 설치나 저장없이 금융 거래를 가능토록 한다는 데 중지를 모은 상태다. 내년부터 정부가 주민등록등초본을 전자지갑 형태로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관공서나 은행 등에 온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는 전자증명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 디지털 신원 증명서가 탑재될 확률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같은 통신사와 금융사의 결합은 KEB하나은행만이 아니다.
KB국민은행은 아예 부수 업무로 알뜰폰 사업을 규제 특례 적용을 받고 아예 알뜰폰 사업에 진출했다. KB국민은행의 금융 거래 실적에 따라 LTE와 5G 통신을 쓸 수 있는 요금제를 지난 10월 28일 공개한 바 있다. KB국민은행도 유심칩에 아예 KB국민은행만의 인증서인 'KB모바일 인증서'를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금융사가 통신사업에 관여하는 것은 두 가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금융거래 데이터 확보와 주거래 고객을 묶어둘 수 있다는 장점에서다. 은행들은 전통적으로 금융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들의 신용등급을 평가, 대출을 실행해왔다. 금융 거래 실적이 없거나 적은 청년 등은 사각지대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시점에서 통신 이용 데이터는 금융사가 신용등급을 새로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게 금융업계의 시각이다. 스마트폰이 필수재라는 점,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여러가지 위치 기반 서비스가 있다는 점, 통신 요금의 연체나 사용 수준에 따라 고객의 상황을 추론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사에 새로운 신용평가등급 도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은 대출 실행 동의 시, 카카오커머스나 카카오T의 정보 이용 내역을 동의받아 기존 신용등급평가를 보완했다. 어떤 주기로 택시를 타는지, 얼만큼 카카오머니를 충전해 쇼핑을 하는지 등의 데이터를 활용한 것이다.
또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갖고 있는 사업자가 결합,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하겠다는 양 사업자의 전략도 깔려 있다.
금융업계선 주거래 고객을 늘리고 요금제를 쓰는 동안 고객을 묶어둘 수 있다는 것도 눈여겨 본다. 10월 30일 오픈뱅킹 시범 운영 등으로 모바일 뱅킹 앱 고객을 뺏고 뺏기는 전쟁이 시작됐다. 은행 수신의 가장 핵심 항목인 비원가성 핵심 예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수신이 줄어들면 예금 대비 대출 비율 규제(예대율 규제)로 인해 이자익을 확보할 수 있는 대출도 동반 감소한다. 즉, 은행의 새로운 신용등급와 동시에 여신 고객 확보는 미래 수익성과도 직결된 문제다.
통신업계선 기존 대형 통신사가 아닌 알뜰폰 사업자와 금융사의 결합 요금제 출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알뜰폰의 경우 '저렴한 가격' 외에 내세우지 못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각 은행 별로 제공하고 있는 은행 포인트(마일리지 등)를 결합해 알뜰폰에도 젊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거래로 요금제를 할인받는 것과 동시에 은행 외 다른 제휴처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알뜰폰 사업자들에겐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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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이 아니더라도 SK텔레콤을 필두로 금융사와 제휴해 다양한 적금 상품을 내놓고 있다. 통신사도 금융 상품을 통해 고객을 일정 기간 잡아둘 수 있어서다.
주요 3사 통신사(SK텔레콤·LG유플러스·KT)의 요금제 차별점이 크지 않은 가운데, 혜택을 주는 금융 상품은 고객 유치 전략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