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25일 열렸다. 공판은 37분간 진행됐고,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뇌물 혐의 무죄 입증보다 양형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검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자료를 제출해 그룹 승계작업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은 25일 오전 9시29분 서울고등법원에 도착했다. 포토라인에 선 이 부회장은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리에서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대법 판결에 대해 유무죄 판단을 달리 다투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로 양형에 관해 변소할 생각이고, 사안 전체와 양형에 관련된 3명 정도의 증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월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제공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과 마필 구매비 34억원 등을 뇌물로 판단하고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형량에 집중하면서 부정청탁으로 삼성 그룹 승계작업의 이익을 봤다는 특검의 주장을 방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단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근 대법원 확정판결문을 증거로 신청할 예정이다. 신동빈 회장은 70억원의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돼 최근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았다.
특검은 "승계작업이 존재했고, 어떻게 이재용 부회장을 위해 무리하게 진행됐으며 대통령의 우호적 조치 없이 불가능했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기록을 증거자료로 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향후 공판을 두 차례 진행할 계획이다. 오는 11월22일 오후 유무죄를 판단하는 심리를 진행하고, 12월6일 양형 판단에 대해 심리한다.
이날 정준영 서울고법 형사1부 부장판사는 공판을 마치며 이 부회장에게 당부사항을 전하는 이례적 모습을 보였다.
정 부장판사는 삼성그룹 내부에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할 것, 재벌경영 체재의 폐해를 바로잡아 혁신기업으로 변화할 것, 어떤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심리에 임해줄 것 등을 당부했다.
그는 "이 사건은 대기업집단, 재벌총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저지른 범죄"라며 "국가경제발전을 주도한 재벌체제는 이제 과도한 경제력 집중 현상과 일감몰아주기, 단가 후려치기로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아 우리 국가경제가 혁신형 경제모델로 도약하는 데 장애물로 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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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심리기간 중에도 당당하게 기업 총수로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길 바란다"며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시 만 51세의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는 낡고 썪은 관행 모두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는 이른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야 하는지 고민해달라"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