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재용 2심 환송파기...뇌물혐의 추가 유죄

"소유권 안 넘겼어도 말 3마리 뇌물로 봐야"

디지털경제입력 :2019/08/29 15:34    수정: 2019/08/29 16:58

대법원이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최서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모두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최순실에게 제공한 말 세 마리의 뇌물 여부에 대해 "뇌물수수죄의 '수수'는 받는 것, 취득하는 것을 말하며, 법률상 소유권까지 취득하는 것이 아니다. 뇌물을 받은 사람이 점유권을 갖고 반환을 요구받지 않았다면 실질적으로 사용, 처분 권한을 가지면서 그 물건을 뇌물로 받았다고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또 "2015년 11월 이후 최순실이 삼성전자에 말을 돌려 줄 필요가 없고 이를 임의 처분하거나 말이 죽거나 다치게 해도 삼성전자에 보상할 필요가 없었다"며 "이 경우 이재용 등이 피고인 최서원에게 제공한 뇌물은 말이다. 뇌물로 제공한 것이 액수 미상 이용료라는 것은 일반 상식에도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어 최순실을 뇌물 수수 공동정점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비공무원인 최순실이 공무원 직무에 대해 뇌물을 받는 범죄를 실행했다면 이는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으므로 박근혜와 최순실은 공동정범"이라고 판단했다.

또 "이는 뇌물이 실제로 누구에게 갔는지와 관계 없으며 사전에 이를 비공무원에게 종속시키거나 사용, 소비하게 해도 마찬가지이며 이런 사항은 뇌물수수죄 공동정범 성립 이후 처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작업 관한 부정청탁 여부에 대해 대법원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정청탁은 명시적 의사 표시 없어도 청탁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과 금품이 그 대가라는 점에 대해 당사자 사이에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뉴스1)

또 "최소비용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라는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인 승계작업을 진행했고 이런 작업에 대해 박근혜의 권한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가 관계가 인정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2심 판결 중 이 부회장에 대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국외재산도피 등 검사의 상고 내용은 기각됐다.

대법원 선고에 따라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액수는 삼성이 정유라에 제공한 말 세 마리의 가격인 34억원과 동계스포츠영재지원센터 지원금 16억원 등 50억원이 추가되면서 80억원 이상으로 늘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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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항소심)에서는 말 3마리 구입액을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고, 마찬가지로 동계스포츠영재지원센터 지원금 16억원 역시 뇌물로 인정하지 않아 뇌물공여액은 말 무상사용료 36억원으로 줄었다.

또 이 부회장은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풀려났다. 그러나 뇌물 관련 금액이 80억원 이상으로 늘어난 데 따라 형량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또한 말 구입비와 지원금에 회사 자금을 동원해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