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시장예상 웃돈 SK하이닉스..'체질' 바꾼다

'투자' 줄이고 '고부가' 늘리고…차진석 CFO "안정적 수익구조 만들 것"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10/24 13:41    수정: 2019/10/24 16:04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시장기대치를 상회한 4천72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D램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저점을 찍고 회복세를 보인 덕분이다.

24일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실적으로 매출 6조8천388억원, 영업이익 4천72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40.1%, 영업이익은 92.7% 줄어든 수치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6%, 영업이익은 25.92% 감소한 수준이다.

당초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추청치)로 매출 6조2천153억원, 영업이익 4천297억원을 전망한 것을 감안하면 기대치를 상회한 성적이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0나노미터 초반 공정 기반의 DDR4 D램. (사진=SK하이닉스)

차진석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는 이날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3분기 D램 시장은 PC, 모바일 신제품, 일부 서버 제품의 수요가 증가해 기대보다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며 "올해 상반기 뚜렷한 회복 움직임이 없었던 데이터센터의 D램 재고수준이 정상화됐고, 일부 고객을 중심으로 구매가 확대됐다. 4분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에 따르면 3분기 D램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23% 증가한 가운데 D램 현물가격(DDR4 4Gb 기준)은 6월 1.8달러에서 9월 1.9달러로 소폭 증가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는 낸드 가격이 소폭 상승하고 D램도 서버D램의 가격 낮폭이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4분기 실적이 3분기보다 개선되기는 어렵지만, 3분기처럼 나쁘지 않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 4분기, 5G로 실적 선방 기대.."미세공정 기반 고부가 제품에 집중할 것"

SK하이닉스는 올해 4분기에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수요회복에 힘입어 양호한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재고가 상반기보다 줄면서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구매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내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 상용화되는 것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요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5G 인프라 투자에 나선데 이어 삼성전자와 화웨이, 애플, 오포, 비보 등의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이 5G 폰 경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10+ 5G 모델'. (사진=중국 피시온라인)

차진석 부사장은 "5G 스마트폰은 올해 수천만대, 내년에는 2억대 이상의 출하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확대와 통합칩(모뎀칩+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적용에 따른 중저가 5G 스마트폰의 보급확대 덕분으로 전체 스마트폰 시장은 내년에 1%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시장전망을 감안해 대규모 투자규모를 줄이는 동시에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에 기반한 고부가 제품의 출하 및 판매를 늘려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D램은 10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 중반(1y nm) 제품의 생산비중을 연말까지 10% 초반으로 높이고, 최근 기술개발을 완료한 10nm 초반(1z nm) 공정 기반 제품의 양산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차진석 부사장은 "내년도 투자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올해보다는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미 M10 공장의 D램 캐파를 CMOS(이미지센서) 양산용으로 전환하는 등 SK하이닉스는 각 응용제품별 수요 변화에 대응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차세대 공정 기술 기반으로 초고속·고용량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메모리 경기회복의 숙제는 '미중 무역분쟁' 봉합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3분기 시장기대치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하반기 글로벌 D램 시장의 수급(수요와 공급) 상황이 균형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는 전체 D램 시장(매출 기준)의 28.7%(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3분기 D램 제고를 크게 줄여 성과를 낸 것은 그만큼 제조업체들의 수요가 회복됐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와 관련해 올해 연말 D램의 출하 성장치로 한 자릿수 중반, 연말 출하 성장치로 10% 후반을 예상했다.

송명섭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3분기말 D램 제고가 5조원 수준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엄청나게 제고를 소진했다는 의미"라며 "내년 D램의 생산증가율은 공급증가율보다 낮은 10%로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까지 SK하이닉스가 캐팩스를 줄인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그만큼 내년 반도체 업황이 상당히 좋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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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ZDNet)

하지만, 변수는 미국과 중국이 진행 중인 무역분쟁(고관세 부과)이다. 미국이 오는 12월 15일부터 중국산 스마트폰과 노트북PC 등에 추가 관세(10%) 부과하기로 예고한 가운데 양국의 입장차로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3분기 중국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에 힘입어 선방을 기록했지만, 내년도 투자규모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황을 고려해 잠시 숨고르기를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 단기투자에는 보수적인 입장을 내비쳤지만, 고부가 제품개발을 위한 중장기 투자에 나선 것은 상황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수익을 우선시하는 사업 체질로 변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