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게임즈와 유니티...비게임 산업에서 경쟁 2막

영화와 건축은 물론 의료 영역까지 확장

디지털경제입력 :2019/10/23 13:12

게임 엔진 언리얼엔진과 유니티엔진이 게임 외 산업군에서 또 다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언리얼엔진을 개발한 에픽게임즈와 유니티엔진을 개발한 유니티는 최근 적극적으로 타 산업으로 영향력을 넓히는 중이다. 두 기업은 나란히 건축, 영화 및 영상,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까지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협력 및 컨퍼런스 개최 등의 행보를 이어가 눈길을 끈다.

지난 몇년 사이 영화와 영상 콘텐츠에 이들 두 엔진은 급격하게 영향력을 키웠으며 실제로 이들 엔진을 활용해 제작된 영화의 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솔로: 스타워즈스토리(사진=언리얼엔진 홈페이지)

지난해 개봉한 한솔로: 스타워즈스토리는 영화의 주요 장면 중 하나인 열차 추격 장면을 언리얼엔진으로 제작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또한 어벤져스: 에이지오브울트론과 혹성탈출에는 언리얼엔진의 프리비즈 작업이 적용되어 영화 제작 속도를 높였다.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프리비즈는 십여년 전부터 사용되어 왔으나 언리얼엔진의 프리비즈는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아 최종본의 형태를 정확하게 그려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니티엔진의 영화 라인업도 인상적이다. 블레이드런너2049, 정글북, 라이온킹 등의 영화가 유니티엔진으로 제작된 대표적인 영화다. 특히 정글북과 라이온킹은 아무런 세트도 없는 가상 공간에 개발자들이 모여 영상 속 인물과 동물의 모습을 그려낸 것으로 잘 알려졌다.

유니티는 드림웍스나 유니버설스튜디오, 넷플릭스 등의 영화 제작사의 협업 제안을 받고 있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게임엔진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에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이제는 게임엔진을 활용한 실시간 3D 기술이 영화 제작에 필수적인 개념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건축 분야에서도 이들 엔진을 활용한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목업 모델을 만들지 않아도 건물의 외형을 파악할 수 있으며 실제 환경에 건물이 세워졌을 때 주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도 즉각 알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언리얼엔진을 활용해 건축 중인 건물 중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레인저스의 새로운 구장 글로브라이프필드를 꼽을 수 있다. 약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경기장에는 부대시설로 호텔과 컨벤션센터, 상점가 등 다양한 용도의 건물이 포함되어 있다.

유니티가 개발한 유니티 리플렉트.

설계팀은 언리얼엔진을 활용해 글로브라이프필드를 설계했다. 그리고 매번 업데이트 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고 시간과 태양의 위치, 날씨에 따라 그림자가 경기장에 얼마나 드리우는지를 미리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유니티는 개발엔진 최초로 어느 기기에서나 건축정보모델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유니티 리플렉트를 발표해 건물 건축에 있어 유니티엔진의 활용도를 높였다.

게임엔진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언리얼엔진은 사람의 생명과 연관된 분야까지 이어지며 눈길을 끈다.

도쿄대 정보과학기술대학원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리서치 그룹은 언리얼엔진을 활용해 뇌구조와 수술 중 나타나는 뇌 변형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훈련 시뮬레이터와 실시간 시각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 개발이 마무리되면 개별 MRI와 3D 회전 조영 데이터를 활용하여 환자의 뇌 모델을 불러와 모든 각도에서 살펴보고 CG 열구를 열어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 중인 뇌수술 시뮬레이터.

에픽게임즈 관계자는 "정형외과 수술이나 군사 훈련 시뮬레이션을 위한 애플리케이션도 언리얼엔진을 활용해 개발 중인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티는 자동차 산업에서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에는 르노, 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 출신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김인숙 유니티코리아 대표는 지난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진행된 인더스트리 서밋에서 BMW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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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유니티는 글로벌 10대 자동차 기업 중 8곳이 유니티엔진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와도 협업을 진행할 것이라 말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 자동차 기업이 게임엔진과 협업하는 사례는 유니티가 처음이다.

김인숙 유니티코리아 대표는 "앞으로 국내 기업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유니티가 활용된 관련 콘텐츠와 사례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