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핀란드)=박수형 기자> SK텔레콤과 자회사 IDQ가 양자정보통신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의 중심에 섰다.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양자정보통신 프로젝트에 양자키분배기(QKD) 핵심 공급사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IDQ는 지난해 SK텔레콤이 약 700억원 규모로 지분 인수 투자를 한 스위스 회사다. 2011년부터 양자정보통신 기술 투자에 박차를 가한 SK텔레콤은 IDQ 인수 이후 사내 양자기술 연구조직을 IDQ로 통합, 양자 사업의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자정보통신 기술 패권 전쟁은 말 그대로 살벌하게 벌어지고 있다. EU와 미국은 각각 양자 기술 개발에 10억 유로(약 1조3천억원), 12억 달러(약 1조4천억원)를 투자키로 했다. 중국은 모든 국가의 양자 투자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거 핵무기 보유 경쟁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차세대 ICT 패권 전쟁 속에서 국내 통신사인 SK텔레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 IDQ, EU 10년 양자 프로젝트 중추 역할
곽승환 IDQ 부사장은 17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 컨퍼런스 센터에서 국내 기자들과 만나 EU가 추진하는 양자 프로젝트에 중추 역할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IDQ는 EU 산하 양자 플래그십 조직이 추진하는 ‘오픈 QKD 프로젝트’에 QKD 1위 공급사로 참여한다.
EU는 모든 양자 응용분야의 근간이 되는 양자암호 시험망을 1천500만 유로(약 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올해부터 3년간 유럽 주요국에 일차적으로 구축한다.
오픈 QKD는 도이치텔레콤, 오렌지, 노키아, 애드바 등 유렵 지역 통신사와 통신장비회사, 현지 대학과 연구기관 등 총 38개 파트너가 참여하는 프로젝트다. SK텔레콤과 IDQ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과 연구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구간에 QKD를 공급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IDQ는 스위스 제네바,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오스트리아 비엔나 등 유럽 주요국의 14개 구간에 양자암호 시험망을 구축하게 된다. 1구간은 약 100Km다.
EU는 지난해 제2의 양자혁명 선도를 선언하면서 양자 플래그십 조직을 신설했다.
아울러 2018년부터 2028년까지 10년간 10억 유로의 예산을 기업과 연구기관 등에 지원키로 했다. 통신, 컴퓨터, 센싱, 시뮬레이션 총 4개의 양자 응용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EU가 세운 양자 개발 첫 발걸음에 SK텔레콤, IDQ가 중심에 섰다는 설명이다.
■ 미래 ICT 산업 보안도 책임진다
IDQ는 오픈 QKD 프로젝트와 함께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업, 대학과 손잡고 블록체인, 스마트그리드, 스마트병원 등 미래 유망 산업 분야에 실제 양자암호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양자암호통신의 생태계를 넓혀 사업 기회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먼저 스위스 블록체인 기업 몽벨레항(Mt Pelerin)과 함께 암호화폐 거래소의 디지털 자산 해킹을 막는 양자 금고 솔루션을 개발한다.
또한 전력 네트워크 사업자 SIG와는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협력한다. SIG의 데이터센터와 전력발전소에 양자암호통신을 실제 적용해 안전한 전력 공급망을 구축한다.
제네바 대학과는 병원이 장기간 환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도록 돕는 암호화 솔루션을 연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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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아 리보다 IDQ 최고경영자(CEO)는 “IDQ는 양자 기술 분야 선도회사로 퀀텀 세이프라고 부르는 양자키분배기술과 양자난수생성기, 양자 센싱 분야에 집중해왔고 스위스 대학과 협업해 기초 연구를 진행한 결과로 산업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양자키분배기와 양자난수발생기 사업은 칩셋을 상용화 시켜 판매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칩셋으로 만들어 시장에 나가는 것은 2차 양자혁명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며 “센싱 측면에서는 단일광자검출기로 각각의 광자를 검출하는 것인데 경쟁업체도 드물고 있다고 해도 우리 기술이 더욱 뛰어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