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인텔 대안' 스타트업에 4천만달러 투자

썬 스팍 기반 사업 축소하며 ARM서버 활용방안 모색

컴퓨팅입력 :2019/10/01 12:00

오라클이 데이터센터 인프라에서 인텔 중앙처리장치(CPU) 대안을 자처하는 미국 스타트업에 4천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움직임은 10년 전 썬을 인수하면서 확보한 자체 프로세서 '스팍(SPARC)' 기반의 하드웨어 사업을 점차 축소시키고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새로운 전략을 강구하려는 국면에 있음을 시사한다.

오라클 로고

30일(현지시간) 미국 지디넷은 오라클이 데이터센터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스타트업 '암페어컴퓨팅(Ampere Computing)'에 이 회사 지분의 20%에 못 미치는 수준인 4천만달러를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오라클이 지난 2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자료를 통해 확인된 내용이다. 투자 시기는 올해 4월이었다.

[미국 지디넷 보도 원문 바로가기 ☞ Oracle reveals major stake in startup challenging Intel data center processors]

[오라클 공시자료 원문 바로가기 ☞ Definitive Proxy Statement]

암페어컴퓨팅은 지난 2017년 대형 사모펀드 칼라일그룹 투자로 설립됐다. 일본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반도체설계자산(IP) 라이선스업체 ARM으로부터도 지난 4월 투자를 받았다. 64비트 ARM 아키텍처를 활용해 인텔의 주무대인 데이터센터 서버용 CPU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제품 상용화 후 미국을 벗어나 지난 8월 중국에 아시아 지사를 설립하고 한국 기업을 파트너로 삼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인텔 서버칩 대체하겠다"…암페어컴퓨팅, 아시아 지사 설립]

업계 관심이 집중된 또다른 이유는 오라클 이사회 멤버인 르네 제임스 암페어컴퓨팅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인텔에 28년간 재직하며 CPU 전문 기업의 비즈니스를 경험하고 사장 자리에까지 올라, 과거 '인텔의 2인자'로 불리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가 인텔의 최대 사업 기반을 빼앗기 위한 신흥주자를 자처한 이끌고 있는 이 회사의 행보가 이목을 끄는 중이다.

암페어컴퓨팅 로고

암페어컴퓨팅은 자체 네트워크와 스토리지 오프로드 엔진 및 통합 이더넷을 갖춘 64비트 ARMv8 코어 기반의 19인치 크기 검증용 기판을 제공한다. 자사 CPU가 프라이빗, 퍼블릭 클라우드 운영 환경에서 더 낮은 가격에 경쟁사 기술로 구성된 인프라 이상의 성능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오라클도 암페어컴퓨팅에 41만9천달러를 지불하고 하드웨어를 테스트해 왔다고 밝혔지만 성능을 언급치 않았다.

암페어컴퓨팅이 극복해야 할 문제는 인텔 호환 CPU 중심으로 맞춰져 있는 IT산업 및 소프트웨어 개발 생태계다. 암페어컴퓨팅의 64비트 CPU 기술 원류인 다른 업체들이 서버칩 상용화를 시도했다가 수 차례 실패한 이유이기도 하다. 기술적인 제약 때문에 실패했다기보다는, 기존 데이터센터 인프라 IT 및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ARM CPU 친화적으로 바뀔 때까지 버틸만한 자본의 힘이 부족했다고 볼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생태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ARM CPU 자체는 경쟁 기술 대비 우월한 가성비를 보장하더라도, 결국 인텔 아키텍처 기반 CPU로 돌아가던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처리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에서 기업 사용자 측에 더 많은 비용을 떠넘기게 된다. 이는 기술적인 성능 이점과 가격 경쟁력을 무효화해 ARM CPU의 시장 성공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지디넷은 "오라클은 이미 광범위한 제품 및 서비스 목록을 지닌 데이터센터 솔루션 공급업체로 존재감이 있고 대형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업체와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같은 대형 하드웨어 업체를 인수했다"면서 "데이터센터용으로 설계된 썬의 스팍 마이크로프로세서 아키텍처를 보유하고 있지만, ARM의 광범위한 칩 라이브러리는 그보다 더 높은 컴퓨팅 효율에 맞춰 설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암페어컴퓨팅 투자는 오라클이 시들해진 썬의 스팍 프로세서 기술 기반 사업을 대신할 차세대 주자로 ARM CPU 기반 서버 시스템 사업을 염두에 둔 행보로도 읽힌다. 오라클은 2년전 8세대 스팍 신모델 'M8'과 이를 탑재한 서버 및 엔지니어드시스템 신제품을 선보이며 스팍이 사용하는 '솔라리스' 운영체제 기술지원을 오는 2034년까지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칩 로드맵은 갱신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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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미국 지디넷보다 먼저 오라클의 암페어컴퓨팅 투자 소식을 보도한 영국 IT미디어 더레지스터는 공시문건에서 스팍 칩 관련 사업을 암시하는 "수익성이 낮은 레거시 하드웨어 비즈니스"를 축소하고 있다고 밝힌 사프라 캐츠 오라클 공동CEO 발언을 인용하며, 오라클의 스팍 하드웨어 사업이 쇠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문 바로가기 ☞ SPARCs fly as Oracle recharges Arm server processor designer Ampere with $4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