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개인정보보호법제는 '정보주체의 개별적 사전 동의에 기반한 형사처벌 위주의 경직된 보호체계'라 할 수 있다. 이는 개인데이터의 활용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법제다."(이인호 중앙대 교수)
개인정보활용에 대한 과도한 사전규제보다는 사후규제를 강화해 기업의 자율적인 개인정보보호를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제를 재점검해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규범을 국제적 수준에 부합되게 만들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6일 오전 서울 삼성동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열린 굿인터넷클럽에서는 개인정보동의 개선방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개인정보동의 가이드라인이 국제적 수준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어 국내 기업과 해외기업의 역차별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동의를 원칙으로 하고 동의가 없으면 무조건적으로 불법이라는 국내의 동의제도 자체가 잘못 설계됐기 때문에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이인호 중앙대 교수는 "사전동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며 "정보 주체가 동의한 개인정보에 접근하고 사후 거부할 수 있는 등 적극적으로 정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제대로 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개인정보에 대한 정의부터 제대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 변호사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것 같지만 사회가 활용하는 사회적인 자산이기도 하다"며 "양면적인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개인에게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모든 문제해결의 부하를 걸어두는 체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교수 또한 사전동의는 개인정보보호에 있어서 잘못된 방향이라는 생각을 말했다. 개인의 동의에 모든 개인정보 관련 책임을 묻는 것은 개인정보의 합리적 활용에 있어서도 좋지 않은 방법이라는 얘기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지키느라 필수동의와 선택동의를 구분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과 포괄적 동의를 선택하고 있는 페이스북과 구글 등과의 역차별 문제점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일정부분 포괄동의를 허용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가 개인정보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한다고 판단한 기업을 인증해 그 기업에 한해서 포괄동의를 허용하고, 규범 또한 국제적 수준에 부합되게끔 만들어야지 해외 기업에도 이를 준수하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태언 변호사 또한 이와 관련 "개인정보보호가 개인을 위한 것이라면 목적에 따라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포괄동의가 필요하다”며 "포괄적 옵트인(개인정보 수집 전 동의를 받는 방식)과 개별적 옵트아웃(먼저 개인정보 활용 후 문제가 생길 시 중지)이 결합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동의제도마저 없다면 기업들이 과연 목적에 맞게 개인정보를 활용한다는 것이 지켜질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전적 규제보다는 사후규제가 중요하다는 의견과 개인정보 관련 법이 국제 기준에 맞춰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정 사무총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개인정보 활용도 중요하다"며 “현 제도는 소비자 보호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사업자는 사업자대로 어렵게 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개선이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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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온라인광고협회 및 그 회원사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국회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및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 등에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포함한 데이터 3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인기협 등 참여 단체들은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한 데이터 활용”을 포용할 수 있는 기술 중립적 법제의 정비가 시급한 상황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데이터 3법의 통과가 지연될 경우 EU의 적정성 평가 승인 지연, 글로벌 경쟁력 상실 등 국가 경제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국회가 조속한 입법을 통해 이를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