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회피한 1년 세금이면 특급 개발자 1300명 고용”

이태희 교수, 외국계 유한회사 세원잠식 연구 발표

인터넷입력 :2019/09/18 17:08    수정: 2019/09/18 17:09

구글코리아가 한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세미나에서 국내서 회피한 구글의 법인세 규모를 유추해 주목된다.

이태희 국민대학교 교수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과 싱가포르 법인의 회계자료, 시장조사기관 앱애니의 자료를 통해 구글의 국내 법인세 규모를 2017년 기준 1천68억원에서 1천891억원대로 추정했다. 그러나 구글이 법인세를 회피하면서 국내 플랫폼 시장의 공정 경쟁환경 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학계에서는 회피한 세금은 연구·개발(R&D) 투자나 인수합병에 활용돼 국내 사업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내 플랫폼 시장의 공정 경쟁환경 조성 방안' 세미나에서 이태희 교수는 알파벳 본사와 싱가포르 법인 회계자료, 앱애니가 추정한 구글플레이 한국 매출 등을 기반으로 2017년 구글의 한국 매출을 약 2조~3조원으로 추정했다. 만약 해당 연도에 구글코리아 매출이 2조원대라고 가정했을 때, 약 1천200억원대의 법인세 비용이 추정된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2017년 기준 200억원이 넘지 않는 법인세를 낸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 이유는 구글이 국가별로의 명확한 매출은 숨기고 아일랜드 등에 유한회사를 세워 마땅히 내야할 세금을 '절세'하고 있어서다.

구글은 알파벳이라는 모회사가 가진 지적재산권을 아일랜드 홀딩스에 부여하고 있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자회사 두 곳과 페이퍼컴퍼니인 네덜란드 홀딩스를 거쳐 버뮤다 등의 조세회피처로 보내 법인세를 낮추고 있다.

이 교수는 "'더블 아이리쉬 더치 샌드위치'라는 방식으로 구글은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며 "앱애니 분석으로 추정된 매출액 등을 통해 모회사 알파벳과 구글 싱가포르의 재무제표를 분석해 역추적했을 때 구글이 국내에서 약 1천200억원 정도의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 법인세비용을 단순하게 국내 기업과 비교했을 때, 국내 50대 기업 중 40대 후반의 기업의 법인세비용과 비슷했다. 구글이 법인세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으면서, 정부가 국내 50대 기업중 한 곳의 법인세 비용을 전액 세액감면해준 것과 유사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 비용을 2017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국내 특급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1천300명 고용할 수 있고, 실리콘밸리의 유망기업도 매년 1개씩 인수할 수 있는 금액이기도 했다.

이 교수는 “실제로 구글의 법인세 규모를 이런 연구를 통해 추정한 적은 없다”고 지적하면서 “많게는 연간 2천여억 원의 세금을 회피해 비용을 절감하는 구글과 국내 플랫폼 기업이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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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김현경 서울과기대 교수는 "조세회피가 불법은 아니지만 기업 윤리 차원에서 지양해야 하는 문제"라며 "구글코리아가 작년 국감에서 매출과 관련 모르쇠로 일관했는데, 여론 형성을 위해서라도 구글의 조세회피 문제는 또 한 번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우 연세대 교수는 “구글의 세금 회피는 순이익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낸다”고 진단, “회피한 세금은 R&D 투자나 인수합병에 활용돼 국내 사업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 구글이 회피한 세금만 걷어도 정부가 내년에 인공지능(AI)에 투자하고자 하는 예산은 대략 충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