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엑스박스360으로 출시된 TPS 게임 기어스오브워는 큰 인기를 얻으며 슈터 장르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놨다. 암울한 세계관과 빗발치는 적의 공격을 은폐물로 막아내며 맞대응 한다는 개념과 육중한 몸을 내달려 적에게 달려들어서 근접 공격으로 적을 쓰러트리는 액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요소는 분명 기존 슈팅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요소였다.
시간이 흘러 기어스오브워 시리즈의 신작 기어스5가 출시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시리즈에 따라 평가가 조금씩 오르내리기는 했으나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이 프랜차이즈를 보다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기 위해 게임 이름을 변경했다.
게임 이름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게임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속도감을 강조하기보다는 묵직함을 강조한 연출이 게임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은폐물과 은폐물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며 유리한 장소를 선점해야 하는 등 시리즈 고유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전작에서는 존재감 있는 조연에 그쳤던 케이트 디아즈는 게임 중반부터는 주인공 역할을 수행하며 비중을 더욱 높였다.
기어스 시리즈는 액션만큼이나 세계관 설명과 캐릭터의 서사를 중시하는 게임인데 이런 게임에서 주인공을 변경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체가 달라지게 되면 이야기를 묘사하는 관점이 달라지면서 게임의 분위기가 변하기 마련이다.
다행스럽게 케이트 디아즈를 주인공을 내세우면서도 기어스5의 서사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는 전작에서 케이트 디아즈가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이야기의 중심에 들어와도 될만한 인물이라는 것을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느꼈기 때문이며, 캐릭터 묘사도 시리즈를 이끌어 온 피닉스 부자에 부족함 없이 매력적으로 이뤄졌다. 개발진이 기어스 시리즈를 길게 끌고 가기 위해 얼마나 스토리 구성과 인물 창작에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캐릭터의 개성은 무척 인상적이다. 그 완성도는 미국 SF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기승전결이 뚜렷하며 에피소드와 에피소드 사이의 긴장과 이완도 적절하게 배치해 이용자가 피로감을 덜 느끼면서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게임성 그 자체에 있다. 이미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어스 시리즈는 이 게임이 추구하는 액션이 무엇이며 그것이 충분히 재미있다는 점을 성적으로 증명했다. 적들은 은폐물을 박살낼 듯이 사격을 가하고 그 위로 폭탄을 던져 이용자가 한 자리에 머물지 못 하고 계속해서 자리를 옮겨가며 싸우도록 유도한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대형 몬스터와 교전은 다대다 전투가 아닌 일대다 전투의 묘미를 선보인다.
기어스5에서도 이런 재미는 여전하다. 하지만 새로움은 없다. 발전한 그래픽과 박력이 이를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게 그려지고 있어서 티가 나지 않을 뿐이지 뼈대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시리즈를 오래 즐겼던 이들이라면 이 쯤에서 전투가 벌어질 것이고 이 정도 싸웠으니까 전투가 끝나고 이제는 다음 지점으로 이동할 때가 됐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새롭게 도입된 오픈월드 요소도 게임 진행에 영향을 주는 수준으로 도입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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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스5는 이 시리즈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부분을 최대한 강조하는데 집중한 게임이다. 기어스 시리즈 특유의 매력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매우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고뇌하는 캐릭터가 비처럼 내리는 총알에 맞서 흙과 적의 피로 범벅이 되어가며 전투를 치른다. 그 사이사이 동료와 시니컬한 농담을 주고 받으며 적의 심장부와 이야기의 중심으로 걸어가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기어스5는 이런 구도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