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 '시계(視界) 제로'..."위기 돌파할 기회 달라" 호소

반도체 불황·日 수출규제에 미래 성장 전략 차질 우려

디지털경제입력 :2019/08/29 16:49    수정: 2019/08/30 09:58

삼성의 경영 시계(視界)가 또 다시 제로가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9일 '국정농단' 상고심 판결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하면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집행 유예로 풀려나 각 사업 현장을 돌며 중장기 성장 전력 짜기에 몰두하던 이 부회장은 2심 재판을 다시 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삼성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이 부회장이 재수감될 경우 자칫 경영 공백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거다.

이날 대법원은 삼성이 국정농단 사태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최서원)의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 세 마리(약 34억원) 구입액을 뇌물로 판단했다. 또 삼성이 지원한 동계스포츠 영재센터 후원금 16억원도 뇌물로 봤다. 2심 때보다 뇌물공여액이 50억원 가중돼 뇌물액수가 86억원을 넘어서게 됐다.

현행법상 횡령액이 50억원이 넘게 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따라 5년 이상의 징역형이 불가피하다. 파기환송심에서 판사의 작량감량을 감안하면 집행유예가 가능한 2년6개월 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장담하기 어렵다.

한편으로는 삼성 측 변호인단이 언급한대로 대법이 이 사건의 본질이나 재산국외도피죄를 무죄로 확정한 점 등 핵심적인 부분에서는 항소심 판결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가 많은 만큼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집행유예형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대두된다. 이 부회장은 1년 가까이 수감 생활을 하면서 성실히 재판에 참여했고, 횡령금 전액을 변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6일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총체적 글로벌경영 위기...이재용 부회장 실형 땐 벼랑 끝

현재 삼성전자는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5G, 인공지능(AI)·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 스마트 모빌티리 생태계 확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바이오 등 4차산업 혁명의 기반 기술 투자와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에 전념하고 있지만 삼성은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사가 이어지며 리더십이 와해되고 내부 사기마저 저하되어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중 무역 전쟁 장기화, 일본의 수출 규제, 주력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의 업황 악화로 언제 경쟁 업체에 덜미가 잡힐 지 알 수 없다.

삼성의 대규모 M&A도 지난 2017년 10조원을 들여 사들인 미국 전장업체인 하만(Harman) 인수가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그룹 편법 경영 승계 의혹도 겹쳐 있다.

만약 2심에서 이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될 경우 '시스템 반도체 2030' 계획을 비롯해 투자와 고용 등 미래 설계가 올 스톱될 위기에 놓이게 된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바깥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해 '위기를 돌파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더 이상 악순환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랬는데, 답답한 심정이다. 당분간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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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이날 이례적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선고 직후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 드린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삼성은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주요 재판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 그만큼 위기 상황이 심각한 만큼 이를 돌파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다급한 호소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