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원전, 美 NRC 인증 취득…수출길 열렸다

인증 최대 30년 유효…"원전 수출 강국으로 도약"

디지털경제입력 :2019/08/27 10:22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원자력발전소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최종 설계인증을 따냈다. 업계가 글로벌 원전 수출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는 평가다.

27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미국 NRC는 이날 신형경수로 APR1400 원전의 설계인증(DC, Design Certification)을 최종 승인했다.

APR 1400은 정부가 지난 1992년부터 약 2천300억원을 투입해 주력 원전 모델인 'OPR1000'을 개량·개발한 차세대 원전이다. '한국 신형원전'으로도 불린다.

신형경수로 APR1400 원전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설계인증을 최종 취득했다. 사진 오른쪽은 정재훈 한수원 사장.

원전 이름인 'APR'은 '개선된 원전(Advanced Power Reactor)'이라는 영문의 첫 글자에서 각각 따왔고, '1400'은 발전 용량이 1천400메가와트(MW)급이라는 뜻이다. 이 원전 기술은 신고리 3~6호기와 신한울 1~4호기에 적용됐다. 국외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총 4기가 건설되고 있다.

APR1400은 지난해 9월 표준설계승인서(SDA)를 취득한 데 이어, 약 11개월간의 법제화 과정을 거쳐 미국 연방규정 부록에 등재됐다.

이는 APR1400 원전을 미국 내에서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에서의 APR 1400 원전 인증은 향후 15년 동안 유효할 전망이다. 이에 더해 인증 기간을 최대 1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APR 1400 계통도. (사진=한국전력기술)

미국 외 노형이 설계인증을 받은 것은 APR1400이 최초다. 이 원전은 지난 2017년 10월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과 함께 세계 양대 인증을 모두 취득하며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APR1400 이외에 현재 NRC 설계인증을 취득한 노형은 'AP1000', 'ESBWR' 등 미국 노형 뿐이다. 이 마저도 ESBWR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구조가 동일해 발주 가능성이 막혔다. 원전 강국인 중국, 일본, 프랑스도 NRC 설계 인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심사의 벽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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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1400 설계인증을 시작으로 공인받은 국내 원전 기술력이 향후 수출 경쟁력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NRC가 타국이 개발한 원전에 설계 인증을 내준 것은 한국의 APR 1400이 처음"이라며 "이는 다시 말해 미국을 시작으로 원전 수출길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됐고, 원전 수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APR1400 원전 NRC DC 취득사업은 2014년 12월 한수원과 한국전력공사의 공동신청으로 진행됐다. 한수원이 총괄주관기관으로 사업을 주관하고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중공업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