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韓 산업구조 바꿀 절호의 기회”

산업연구원, 26일 정책세미나서 ‘소재·부품 국산화’ 전략 제시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8/26 17:41    수정: 2019/08/26 17:45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중간재 및 자본재를 사용해 글로벌가치사슬에 밀접하게 연계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대량 생산 최종재 및 범용 소재·부품·산업 등 기존 주력 산업 대부분이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 일본이 공급하는 소재·부품이나 장비 등은 글로벌 공급사슬의 최후방에 존재해 공급단절을 실시하는 경우, 관련된 산업들에 타격을 줄 수 있다.” - 조 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산연구본부장.

“중장기적으로 우리가 할 일은 글로벌 강소 전문기업이 창출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최적의 정책 조합을 통한 실효성 제고와 자원 배분의 전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소재·부품 산업을 고부가가치의 기술집약형 산업으로 전환·육성하기 위해 법제도적 체계를 재편하고, 부처 간 협업·연계를 제도화할 수 있도록 소재·부품특별법을 보완·강화해야한다.” - 이 준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연구실장.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종속형 공급망 구조의 재편이 필요하다.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의 상위 거점에 있는 일본 기업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 중소기업을 선별해 강소기업으로 육성해야한다. 수요·공급 기업 간 거래의 공정성과 신뢰성 제고, 납품단가 이하와 같은 근시안적 경영을 탈피하도록 하청기업과의 상생을 유도하는 정책 개입도 필요하다.” - 박재성 중소기업연구원 혁신성장연구본부장.


산업연구원이 26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과 한국 소재·부품산업의 대응’을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열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제시했다.

조 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우리나라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수출 비중이 37.5%, 수입비중이 31.3%로 G20(주요 20개국) 중 3, 4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소비재보다 자본재나 중간재에서 경쟁력을 보유해 이들 분야에서 대규모 흑자를 창출해왔다. 해외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중간재 및 자본재로 사용됨으로서 글로벌가치사슬에 밀접하게 연계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26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산업연구원 정책세미나 현장.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어 “글로벌가치사슬(GVC)은 연구·개발(R&D)부터 시작해 부품 조달, 마케팅 등 일련의 경영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공급사슬 관점에서 주요 산업이 필요로 하는 특수 소재및 부품, 장비 등을 국산화하고, 이를 수출산업화 해야 하는 단계”라며 “현재 대량 생산 최종재 및 범용 소재·부품·산업 등 기존 주력 산업 대부분이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 일본이 공급하는 소재·부품이나 장비 등은 글로벌 공급사슬의 최후방에 존재해 공급단절을 실시하는 경우, 관련된 산업들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철 본부장은 미중 무역갈등,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 우리나라가 처한 대외적인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의 육성을 통한 초격차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의 이번 조치(수출규제)로 일본 기업의 신뢰가 붕괴, 이로 인해 거래선 다변화 이뤄지고 일본 기업의 독과점 체제가 붕괴되면 일본 산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 수요기업이 국산화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 우리나라는 산업발전 단계로 보면 반도체·디스플레이·2차 전지 등의 소재 및 장비를 국산화 및 수출산업화 해야 하는 시기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우리는 일정 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향후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 등 신흥국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등에 비해서도 앞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며 “단순히 이들 소재·부품을 개발 및 생산하는데 그치지 말고, 소재·부품, 장비, 연구·개발 등 가치사슬 전반, 생태계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준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연구실장은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국내 소재·부품 기업의 육성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산업 전반에 걸친 적극적인 생태계 조성에 나서야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 준 소재산업연구실장은 “우리나라가 2001년 이후 소재·부품 특별법을 통해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룬 것도 사실이지만, 산업구조 자체는 범용 제품 중심, 수출 중심이라는 한계도 있다”며 “결국 중장기적으로 우리가 할 일은 글로벌 강소 전문기업이 창출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20여 년간 정부의 정책이 일부 성과를 거뒀고, 이제는 진짜 글로벌 강소 전문기업 육성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판단한다”며 “공급사슬이 불균형인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혁신 공급방식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R&D 성과평가 체계 혁신을 통해 연구계와 산업계 간 미스매치 해소 ▲중소기업에의 기술이전 활성화 ▲정책수단을 활용한 다양한 협력모델 활성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준 실장은 이와 관련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에 따라 규제 품목의 범위가 대폭 확대됐으나 규제 영역 범위가 아직 불분명하고, 이로 인해 영향을 받는 최종 수요품목을 식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 및 산업의 피해를 현실적으로 최소화할 수 있는 재정, 세제, 금융, 금융완화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이 진단한 우리나라 산업구조 현황.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어 “최적의 정책 조합을 통한 실효성 제고와 자원 배분의 전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소재·부품 산업을 고부가가치의 기술집약형 산업으로 전환·육성하기 위해 법제도적 체계를 재편하고, 부처 간 협업·연계를 제도화할 수 있도록 소재·부품특별법을 보완·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성 중소기업연구원 혁신성장연구본부장은 중소 소재·부품 기업의 육성을 위해 수요·공급 기업 간 거래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고, 정부가 대중소 상생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역할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박재성 연구본부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을 조사한 결과, 최종 수요기업인 대기업 중심 하청계열화로 인해 수요기업의 정책 변동이 하청기업에 연쇄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에 기업들은 공급망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대기업과 하청업체 간의 상생을 강화할 수 있는 체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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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은 주로 소재·부품·장비 조달 차질에 따른 애로를 중심으로 논의돼 왔으나 근본적으로 대중소기업의 공급망 재편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종속형 공급망 구조의 재편이 필요하다.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의 상위 거점에 있는 일본 기업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 중소기업을 선별해 강소기업으로 육성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로 “수요·공급 기업 간 거래의 공정성과 신뢰성 제고, 납품단가 이하와 같은 근시안적 경영을 탈피하도록 하청기업과의 상생을 유도하는 정책 개입도 필요하다”며 “글로벌 수요기업과의 연결 지원, 소재·부품에 대한 선진국 인증기관과의 상호인정 및 글로벌 수요자 인증을 통한 품질 제고 지원, 강소기업의 벤처 M&A(인수·합병)를 통한 기술 확보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