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안녕, 티라노’, 韓영화vs日영화 갑론을박

“원작부터 일본작품” vs “일본에 로열티 안 가”

인터넷입력 :2019/08/16 16:52    수정: 2019/08/16 17:04

한일 외교갈등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지난 14일 개봉된 공룡 애니메이션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이하 안녕, 티라노)가 어느 나라 작품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작품이라고 보는 쪽에서는 일본 원작을 바탕으로 시나리오가 쓰였고 실제 제작을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회사가 맡았다는 논리다. 또 총 감독과 음악 감독 역시 일본 거장이 맡았다는 점에서 일본 작품이란 주장이다.

반면 한국 제작사인 미디어캐슬 측은 ‘안녕, 티라노’가 한일 외교갈등이 없던 4년 전 기획된 작품으로, 전체 제작비의 85%를 한국이 투자했다는 입장이다. 15%는 중국 자본이 투자됐으나, 전세계 수익이 한국으로 잡힌 뒤 지분만큼 중국에 배분해주는 구조란 설명이다. 특히 일본에 지급되는 로열티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일본 작품으로 보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애니메이션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사진=미디어캐슬)

‘안녕, 티라노’는 미야니시 타츠야 작가의 동화 ‘티라노사우루스’ 시리즈 중 12번째인 ‘영원히 함께해요’를 원작으로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순제작비는 약 50억원 들었으며, 이중 85%를 한국이 나머지 15%를 중국이 투자했다. 2015년 8월 기획이 시작돼 지난 14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됐다.

평소라면 아무 문제없는 작품이지만 ‘안녕, 티라노’는 한일 외교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국적 논란에 휩싸였다. 일본의 세계관이 담긴 원작을 바탕으로 시나리오가 쓰였고, 실질적인 애니메이션 제작과 감독, 음악 등이 일본 회사 또는 일본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이 작품의 감독은 ‘명탐정 코난’ 시리즈로 잘 알려진 시즈노 코분 감독이 맡았다. 음악 감독 역시 관련 업계에서 이름 난 사카모토 류이치가 참여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은 ‘아톰’으로 유명한 테즈카 프로덕션이 맡았다.

이에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로 촉발된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안녕, 티라노’ 작품을 보이콧 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반면 ‘안녕, 티라노’를 일본 작품으로 규정하기엔 무리란 시각도 적지 않다. 다른 영화 작품들도 다른 나라 감독이나 스태프를 기용하는 경우가 많고, 시나리오도 해외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안녕, 티라노’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콘텐츠 수입과 배급을 전문으로 하는 미디어캐슬 입장에서는 더욱 억울할 수밖에 없다. 4년 전 한일관계가 악화될 미래를 내다보고, 일본 원작을 거르고 애니메이션 제작을 국내 회사에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85%에 달하는 제작비를 국내에서 했음에도, 다른 이유로 ‘안녕, 티라노’가 일본 작품인양 낙인찍히는 데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미디어캐슬 관계자는 “미국 영화로 알려진 ‘퍼시픽림’ 역시 멕시코 사람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지만, 누구나 이 영화를 멕시코 영화라 하지 않는다. ‘안녕, 티라노’도 마찬가지”라면서 “자본, 기획, 시나리오도 다 우리가 했는데 4년 전 2D 애니메이션 감독과 음악 감독을 일본인으로 고용해서 만든 것뿐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모두 우리 작품을 한국영화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또 미디어캐슬이 일본 작품 위주로 배급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일본에 특화된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처음 시작한 작품이 ‘고녀석 맛나겠다’여서 그 때부터 일본 애니 회사를 만나게 됐고 네트워크를 확장하게 된 것”이라며 “프랑스 라붐, 홍콩의 왕가위 감독의 작품들도 들여왔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안녕, 티라노’ 관객 수익(로열티)이 일본으로 가지는 않는다. 사실이 아닌 것들로 공격을 받고 있어 당황스럽고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업계 관계자는 ‘안녕, 티라노’가 한국 영화로 분류될 수는 있어도, ‘자랑스러운, 한국 작품’으로까지 포장되는 것은 무리란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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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원작, 감독, 제작 모두 일본인이 참여한 작품을 국내 자본이 쓰였다고 해서 이를 자랑스러운 한국 작품으로까지 포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면서 “또 전체 기획은 미디어캐슬이 했더라도, 단순 외주 업체가 아닌 테즈카 프로덕션이 제작을 맡았다는 점, 원작이 일본 동화라는 점에서 국내 작품으로 보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이슈뿐만 아니라, 갈수록 해외 자본과 인력들이 섞여 제작되는 콘텐츠의 국적을 분류하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