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지니·카카오미니…내 목소리 듣고 있니?

명령구문 없으면 녹음본 서버 전송 안해…선택적 녹음거부 기능은 없어

홈&모바일입력 :2019/08/14 16:26    수정: 2019/08/14 17:52

스마트폰 다음은 스마트홈. ‘터치’에 이어 ‘음성’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새로운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 세계 IT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앞세워 앞다퉈 사용자 집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AI 스피커들은 음성 데이터를 녹음하고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해 학습한다. 데이터를 많이 수집할수록 사용자 말을 더 잘 이해하고 음성 명령에 잘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해외에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4월 아마존은 알렉사가 녹음한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전 세계 수천명의 직원들이 들으면서 분석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구설에 올랐다. 음성 녹음본을 분석하는 아마존 직원들이 맵핑 소프트웨어를 통해 알렉사 사용자의 집 주소를 찾아낼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알 수 없는 사람이 자신의 사생활을 엿듣고 있지 않을까 불안하다는 사용자들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어를 중심으로 실행되는 SK텔레콤 ‘누구’와 KT ‘지니’, 카카오 ‘카카오미니’, 네이버 ‘프렌즈’ 등 국내 AI 스피커도 내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지 알아봤다.

■특수 명령구문 없으면 음성 녹음본 서버 전송 안해

국내에서 가장 먼저 AI 스피커를 출시한 SK텔레콤은 누구 ‘아리아’를 부르기 전까지 누구가 사용자 음성을 녹음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음성 데이터를 1개월 동안 암호화해서 보관한다”며 “그 이후에는 비식별화시켜서 2년간 학습 용도로 활용하고 삭제한다”고 전했다. 이어 “데이터에는 보안 센터 관리자만 접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이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AI 스피커 ‘누구 네모’를 18일 공개했다.(사진=SK텔레콤)

KT 지니 역시 누구와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지니를 부른 후, 기가지니가 작동을 시작하면서부터의 음성 파일만 KT 서버로 전송되는 구조다.

KT 관계자는 “음성 인식률을 위해 KT가 음성을 인식하고 수집하는 건 맞지만, 특수 명령 구문인 ‘지니야’가 들리기 전에는 음성 녹음본을 서버로 전송하지 않는다”며 “전송되는 음성도 암호화해 연구소 내부 서버에서만 공유된다”고 말했다.

카카오미니도 사용자가 호출 명령어로 기기를 깨우기 전에는 사용자의 음성을 서버로 전송하지 않는다. 호출 이후에는 서비스 이용자 식별 및 회원관리를 위한 카카오계정과 사용자의 닉네임 정보, 음성 명령 처리 및 음성 인식 향상을 위한 음성 정보가 수집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미니로 수집한 음성정보는 법령에 의거 이용자 본인 요청 시 제공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제공 방법과 조건에 대해서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음성정보는 서비스 탈퇴 시 바로 삭제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카카오미니를 통해 수집된 음성정보는 개인정보와 동일한 수준의 보호조치를 적용하고 있고,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와 음성정보는 분리하여 음성정보의 주체를 확인하기 어렵게 보관하고 있다”며 “음성을 보관하는 시스템 역시 보안이 강화된 영역에 보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클로바도 음성 데이터를 서버로 모아 분석하지만,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이름이나 ID 등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누가 얘기했는지 알 수 없는 구조다.

네이버 관계자는 “스피커에 입력된 목소리가 사용자를 비식별화해서 분석해 처리한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일괄 삭제한다”며 “글로벌 기준에 맞춰 사용자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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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AI 스피커 프렌즈.

다만 국내 AI 스피커는 모두 이용자에게 자신의 대화가 녹음되지 않도록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 않았다. 물론 처음 기기를 실행할 때, 음성 정보 사용 동의를 받지만 비동의할 경우 AI 비서 기능을 쓸 수 없다. 아마존은 사생활 보호 문제가 불거지며 목소리 데이터 수집을 이용자가 직접 거부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한편, 국내 AI 스피커 보급률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KT그룹 디지털 미디어렙 나스미디어가 펴낸 ‘2019 디지털 미디어&마케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AI 스피커 보급 대수는 8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10가구 중 4가구는 AI 스피커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