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할 일이 많지만 해서는 안 되는 상황입니다."
13일 기자와 통화한 한 일본 카메라 제조사 국내 법인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관련 3개 소재 수출 규제와 백색국가(그룹 A) 제외 등으로 자발적인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캐논, 니콘, 소니를 비롯해 일본에 본사를 둔 주요 카메라 제조사 국내 법인들은 일제히 몸 사리기에 나섰다.
이 기업들은 신제품 출시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지면·옥외 광고를 최소화하는 한편 프로모션도 축소하고 있다.
이들은 제품 자체 문제가 아닌 정치적 이슈 때문에 불거진 이번 사태에 대처할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는 속내도 내비치고 있다.
■ 캐논·소니 등 콤팩트 카메라 잇달아 국내 출시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은 지난 주 1인치 센서를 탑재한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2종을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이 중 파워샷 G7 X 마크Ⅲ는 스마트폰이나 PC 없이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이 가능해 지난 해부터 거세게 불기 시작한 1인 미디어 시장을 겨냥했다.
파워샷 G5 X 마크Ⅱ는 35mm 환산 24mm 광각부터 120mm 망원까지 광학 5배 줌 성능을 지원한다. 근접 촬영(매크로 모드)부터 스냅 사진, 풍경 및 인물 사진까지 광범위한 촬영이 가능하다.
소니코리아도 최근 RX100 시리즈 신제품인 RX100 Ⅶ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이전 모델인 RX100 Ⅵ를 기반으로 알파9의 AF(오토포커스) 기술과 피사체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리얼타임 인물 및 동물 아이-AF 기능을 탑재했다.
니콘이미징코리아는 올해 국내 시장에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전용 렌즈를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이미 상반기에 렌즈 2종을 출시했고 오는 하반기 녹트(Noct) 렌즈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 7월 이후 카메라 광고·프로모션 '뚝'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업체들의 행보는 예년과는 사뭇 다르다. 제품 출시 시기에 맞춘 프로모션은 물론 온라인·오프라인 광고도 집행하지 않고 있다.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휴가 시즌에 맞춰 발생하는 수요도 일정 부분 감소한 상황이다.
상반기까지 유명 연예인 모델을 앞세워 광고에 나섰던 한 업체는 해당 모델이 입을 피해를 우려해 추가 영상이나 이미지 공개를 연기했다. 또 다른 업체는 지난 7월까지 국내 항공사 기내지에 집행하던 광고도 8월부터 중단했다.
1인 유튜버 등을 통한 제품 노출도 여의치 않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예전 일본 브랜드 화장품을 리뷰하던 뷰티 유튜버도 공개 사과를 하는 상황이라 같은 사례가 일어날 지 우려된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따라 이 업체들은 적극적인 제품 노출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제품 구매 의사가 있는 소비자에게는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 상황 파악 나서 봐도.. "대처할 방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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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카메라 제조사 국내 법인은 이번 불매운동이 장기화·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연일 상황 파악에 나서고 있지만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인터뷰에 응한 모든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라면 누구나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광고가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어 광고 자체를 집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광고 집행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