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나라 대표적인 외화벌이 품목이었던 가발과 신발이 최근 스타트업들을 통해 세련된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1970년대 국내에 산업화 바람이 불던 시기, 가발과 신발은 대규모 인력이 투입된 공장에서 소품종 대량생산 됐다. 동시에 기성품이 몸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맞춤 제작을 해주는 동네 상점들이 생겼다. 그중엔 가맹사업까지 할 정도로 몸집을 키운 곳도 있다. 그러나 개인화된 제품 생산만으로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에 역부족이었다.
대머리 손님은 가발 가게에 들어가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까봐 걱정했고, 때문에 상점은 골목 안쪽이나 화장실과 가깝게 위치한 경우가 많았다. 화장실에 들어가는 척하며 가발 가게에 들어가는 것이다. 일반 공장제 신발의 경우 발에 맞지 않을 확률이 높은데도 온라인이나 소매점에서 구매할 때의 편리성을 소비자들은 더 높게 샀다.
이에 스타일 헤어수트 브랜드 ‘매치’, 찾아가는 맞춤 신발 스타트업 ‘신발연구소’는 기존 맞춤 제작 시장에 한 번 더 변화를 줬다. 반은정 매치 대표와 박기범 신발연구소 대표는 7일 서울 삼성동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린 테헤란로 커피클럽 행사에 참여해 자사 서비스에 대해 발표했다.
이들이 택한 해법을 한 줄로 요약하면 바로 '소비자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었다. 소비자가 브랜드의 세심한 손길을 느끼도록 만들기까지 회사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접근했다.
■매치 "바버샵에서 수석 디자이너가 씌워주는 헤어수트로 당당하게"
헤어수트(가발) 브랜드 매치는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맞춤 헤어수트를 주문해 받아본 후, 바버샵을 방문해 수석 디자이너로부터 착용과 관리법에 대해 상세히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바버샵은 이전 남성 이발소와는 달리 멋스러운 헤어컷을 해주는 고급 업소다. 현재 매치와 제휴를 맺은 바버샵은 6곳으로 서울 청담동, 이태원, 동대문 등에 있다.
반은정 대표는 “과거 귀족들이 그들의 부를 드러내기 위해 가발을 쓰던 시대를 가발 1세대라 하고, 인적 기반으로 대량 생산하던 시기를 2세대, 프랜차이즈화 된 가발 시장을 3세대라고 한다면 우리는 헤어수트 매치를 가발 4세대라고 생각한다”며 “그간 가발 산업이 가지 못했던 행보를 가기 위해 완전히 패션 업계로 길을 걷고자 하고, 그런 점에서 가발도 헤어수트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치 헤어수트를 가지고 바버샵에 방문하면 매치의 수석 디자이너가 나와 헤어수트 착용이나 관리법에 대해 1:1로 설명해준다. 소비자는 더 이상 눈치를 보며 가발 가게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바버샵에서 진행하는 두피케어, 쉐이빙 등 고급 서비스도 함께 받을 수 있어 기분 좋게 헤어수트를 쓰고 나올 수 있다.
반 대표는 지난 2월 매치를 설립했고, 7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반 대표는 “헤어수트 브랜드 매치는 가발을 머리에서부터 맞춰 입는 맞춤 정장이라고 생각한다”며 “두상학을 연구한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두상에 가장 잘 맞는 모양으로 가발 틀을 만들고 소비자의 얼굴형이나 눈썹 위치, 탈모 유형을 분석해 최적화된 헤어수트를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이어 “가발에 익숙해지기까지 원래 몇 달이 걸리는 건데, 이전 가발가게에서는 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그 기간을 기다리지 못한 소비자들이 가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매치는 원하는 스타일이 나올 때까지 끝까지 손님을 챙겨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신발연구소 "맞춤 제작 신발, 소량 생산만 가능하다는 편견 깨"
신발연구소는 상점 방문을 번거로워 하는 소비자를 위해 직접 소비자가 있는 곳을 찾아가 발 치수를 재주고 신발 디자인을 상의한다. 홈페이지, 카카오톡, 전화를 통해 신청을 받는다.
박기범 대표는 "신발연구소 남성 신발 브랜드 맨솔을 통해 수집한 발 데이터 정보가 1만7천족에 달한다"며 "이 정보를 기반으로 데이터 신발을 만들어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고, 3D 스캐너 기술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발연구소는 맞춤 제작 신발은 소량 생산할 수밖에 없다는 편견을 깨고,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기존 주문 제작의 경우 손님을 맞이하는 상점과 공장이 1:1로 계약이 맺어져 생산 구조가 경직적이었다. 신발연구소는 서울 성수동 신발 제작소 200여곳, 인천 성남, 중국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정을 유연화 했고 다량의 주문까지 감당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생산 인프라를 대형 신발 브랜드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사업을 다각화 했다.
신발연구소가 운영하는 커스터마이징(개인화) 남성 신발 브랜드 ‘맨솔’, 여성 브랜드 ‘솔어바웃’의 신발이 이같은 과정을 통해 제작된다. 솔어바웃은 작년 11월 롯데월드몰에 팝업스토어로 운영된 적 있으며, 지난달부터 소공동 롯데백화점에 팝업스토어로 들어갔고 이후 정식 입점할 예정이다. 솔어바웃 해외 1호점도 조만간 두바이에서 탄생할 예정이다.
신발연구소는 2014년 설립된 유아더디자이너에서 지난해 지금의 사명으로 바꾼 것이다. 유아더디자이너는 모체는 신발 브랜드 무크다. 무크에서 오랜 회사 생활을 한 대표가 신규 사업으로 차려서 나온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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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무크 MD 디자이너로 일하던 당시, 맞춤 신발 시장의 문제점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소비자의 직접 발 사이즈를 재주면서 데이터를 쌓아가다 보니 다품종 대량생산이 가능한 인프라를 점차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역설했다.
그는 “2021년까지 대한민국 국민 10%에게 신발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신발을 신기는 것이 목표”라면서 “다양한 신발 브랜드들이 우리의 제작 인프라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알고 보면 신발연구소를 통해 만들어진 신발인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